[폭설]-장석남-밤사이 폭설이 내려서 소나무 가지가 찢어지는 소리폭설이 끊임없이 아무 소리 없이 피가 새듯 내려서 오래 묵은 소나무 가지가 찢어져 꺽이는 소리, 비명을 치며꺽이는 소리, 한도 없이 부드러웁게 어둠 한 켠을 갉으며눈은 내려서 시내도 집도 인정도 가리지 않고비닐 하우스도 꽃집도 바다도 길도 가리지 않고 아주 조그만 눈송이들이 내려서 소나무 가지에도 앉아부드러움이 저렇게 무겁게 쌓여서부드러움이 저렇게 천근만근이 되어소나무 가지를 으깨듯 찢는 소리를무엇이든 한번쯤 견디어 본 사람이라면 미간에 골이 질창자를 휘돌아치는저 소리를내 생애의 골짜기마다에는 두여야겠다사랑이 저렇듯 깊어서, 깊고 깊어서우리를 찢어놓는 것을부드럽고 아름다운 사랑이 소리도 없이 깊어서나와 이웃과 나라가 모두 인류가사랑 아래 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