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1558

사람의 일 -천양희-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한 일은 사람의 일

사람의 일-천양희-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이별한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싸워야 하는 것일까요.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만 하고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우린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 또한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모리아/시 2025.06.09

[동행] -이수동-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이면 10번 변하겠지만 난 나무 같아서

[동행]-이수동-꽃 같은 그대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그대는 꽃이라서10년이면 10번 변하겠지만난 나무 같아서 그 10년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테니길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그대의 꽃향기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모리아/시 2025.06.08

[유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안톤 슈나크- 시냇가에 앉아보자 될 수 있으면 너도밤나무 숲 가까이 앉아 보도록 하자 한 쪽 귀로는 여행

[유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안톤 슈나크-시냇가에 앉아보자될 수 있으면 너도밤나무 숲 가까이앉아 보도록 하자한 쪽 귀로는 여행길 떠나는시냇물 소리에 귀기울이고다른 쪽 귀로는 나무 우듬지의 잎사귀살랑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자그리고는 모든 걸 잊도록 해보자우리 인간의 어리석음 질투 탐욕 자만심결국에는 우리 자신마저도 사랑과 죽음조차도포도주의 첫 한 모금을 마시기 전에사랑스런 여름 구름 시냇물 숲과 언덕을 돌아보며우리들의 건강을 축복하며 건배하자

모리아/시 2025.06.07

[그날이 오리라] -이상진- 오늘 아침엔 또 얼마나 더 사랑스러울까 얼마나 더 예쁘고 아름다울까 눈을 뜨며 하는 당신 생각입니다 매일매일

[그날이 오리라]-이상진-오늘 아침엔 또얼마나 더 사랑스러울까얼마나 더 예쁘고 아름다울까눈을 뜨며 하는 당신 생각입니다매일매일 새로 피는 꽃아침마다 새로 피는 꽃세상에서 가장 예쁘게 피는 꽃당신 외에는 그런 꽃은 없습니다당신을 만나면내가 맞이한 아침 중에그날이 가장 예쁘고 아름답고가장 행복한 아침이 될 것입니다그날이 오리라그날 아침 거기서 당신을 보리라세상에서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새 아침을 맞이하리라

모리아/시 2025.06.06

삶도 사랑도 물들어 가는 것 -이석희- 산에 가면 산이 되는 줄 알았다 들에 가면 들이 되고 꽃을 보면 예쁜 꽃이 되는 줄 알았다 아니,

[삶도 사랑도 물들어 가는 것]-이석희-산에 가면 산이 되는 줄 알았다들에 가면 들이 되고꽃을 보면 예쁜 꽃이 되는 줄 알았다아니, 그렇게 되고 싶었다 내가 그들을 만나면내가 그곳에 가면내가 그들이 되고그들이 내가 되는 줄 알았다 비가 오면 젖어들고바람이 불면 흔들리면서그렇게 내가 산인 줄 알았고내가 나무인 줄 알았다 햇살 좋은 날은 너럭바위에온전히 나를 말리며풀벌레 소리에난 숲도 되고 바람도 되고 살아가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그냥 그 모습 그대로흙물 들고 꽃물 들면서서로 닮아가는 줄 알았다

모리아/시 2025.06.04

6월 장미에게 묻는다 -양광모-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붉은 열망과 푸른 상처를 만지작거리며 6월 장미에게 묻는다 누군가를

[6월 장미에게 묻는다]-양광모-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붉은 열망과푸른 상처를 만지작거리며 6월 장미에게 묻는다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겠니누군가를 다시 그리워할 수 있겠니누군가의 가시에 콕 찔려 다시 소스라치게 놀랄 수 있겠니

모리아/시 2025.06.02

[6월]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6월]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내겐 길이 없습니다.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나는 숲 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님의 체취에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강물은 꽃잎의 길이고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내겐 길이 없습니다.개구리가 저렇게푸른 울음 우는 밤,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님의 말씀에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눈먼 나는 아아,어디로 가야 하나요.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모리아/시 2025.06.01

[살아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신경림-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하늘을 훨훨 나는 솔개가 아름답고 꾸불텅꾸불텅 땅을 기는 굼벵이가 아름답다

[살아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신경림-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하늘을 훨훨 나는 솔개가 아름답고꾸불텅꾸불텅 땅을 기는 굼벵이가 아름답다날렵하게 초원을 달리는 사슴이 아름답고손수레에 매달려 힘겹게 비탈길을 올라가는늙은이가 아름답다돋는 해를 향해 활짝 웃는 나팔꽃이 아름답고햇빛이 싫어 굴속에 숨죽이는 박쥐가 아름답다붉은 노을 동무해 지는 해가 아름답다아직 살아 있어, 오직 살아 있어 아름답다머지않아 가마득히 살아질 것이어서 더 아름답다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모리아/시 2025.05.31

[호수] -문병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뜩임 사이에서 더욱더

[호수]-문병란-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무수한 눈길의 번뜩임 사이에서더욱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수많은 사람을 사랑해 버린 다음비로소 만나야 할 사람비로소 사랑해야 할 사람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 바람같은 목마름을 안고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여이 어쩔수 없는 그리움이여

모리아/시 2025.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