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1512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나태주- 서툴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어제 보고 오늘 보아도 서툴고 새로운 너의 얼굴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나태주-서툴지 않은 사랑은 이미사랑이 아니다어제 보고 오늘 보아도서툴고 새로운 너의 얼굴낯설지 않은 사랑은 이미사랑이 아니다금방 듣고 또 들어도낯설고 새로운 너의 목소리어디서 이 사람을 보았던가이 목소리 들었던가서툰 것만이 사랑이다낯선 것만이 사랑이다오늘도 너는 내 앞에서다시 한 번 태어나고오늘도 나는 네 앞에서다시 한 번 죽는다.

모리아/시 2025.04.13

[명자나무] -장석주- 불행을 질투할 권리를 네게 준 적 없으니 불행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마라 불행 앞에서 비굴하지 말 것, 허리를

[명자나무]-장석주-불행을 질투할 권리를 네게 준 적 없으니불행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마라불행 앞에서 비굴하지 말 것, 허리를 곧추세울 것, 헤프게 울지 말 것, 울음으로 타인의 동정을 구하지 말 것, 꼭 울어야 한다면 흩날리는 진눈깨비 앞에서 외양간이나 마른 우물로 휘몰려가는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울 것, 비겁하게 피하지 말 것, 저녁마다 술집을 순례하지 말 것, 딱딱한 씨앗이나 마른 과일을 천천히 씹을 것, 다만 쐐기풀을 견디듯 외로움 을 혼자 견딜 것.쓸쓸히 걷는 습관을 가진 자들은 안다불행은 장엄열반 이다너도 우니? 울어라, 울음이견딜 의 한 형식이라는 것을달의 뒤편에서 명자나무가 자란다는 것을잊지 마라

모리아/시 2025.04.12

[사월이면] -박영배- 꽃 피고 지고 온종일 꽃잎 날리는 4월이면 어김없이 봄을 탑니다 백목련 하얀 미소가 말간 하늘로 흐르고 닫힌 마음에

[사월이면]-박영배-꽃 피고 지고 온종일 꽃잎 날리는 4월이면어김없이 봄을 탑니다백목련 하얀 미소가 말간 하늘로 흐르고닫힌 마음에 온기가 느껴지면먼 데서 아련한 기별 하나 올 것만 같아빈 마당으로 눈이 자주 갑니다오랫동안 묻고 살아온 꽃 사연 하나한때 철없이 뛰놀며 부르다만 노래처럼철 지나 얼음장 밑에 가라앉는 줄 알았는데이맘때면 집 마당에 소복이 피어올라가슴 뭉쿨하게 손 내미는 이유를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밤이 되면 꽃잎이 눈처럼 날려유리창 너머 슬프게 기웃거리는데얼마나 더 묻고 살아야 잊힐 수 있을까저만치 잠든 계곡으로 산물내려가는 소리내 침침한 가슴으로 백목련 꽃등 하나잔잔히 흐르고 있습니다

모리아/시 2025.04.10

[때로는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유현주- 때로는 말없이 비켜서서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마음이야 천근에 눌린 답답함과 억지처럼 흐르는 더딘

[때로는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유현주-때로는 말없이 비켜서서기다려 주어야 합니다마음이야 천근에 눌린 답답함과억지처럼 흐르는 더딘 시간으로당분간 평화는 없겠지만기다리게 하는 마음은더 안타까울 것을 믿습니다한동안은 꿈틀거리며치달아 오르는 저림도스스로 치유하겠습니다별이 있으니까요하나를 사랑할 때열개의 아픔이 분해되어우리의 마음을 차라리 아름다우라가슴에 아프게 심었던 별들이찬 하늘에서 은하수 보다 더 밝게빛날 것을 생각합니다지금 당신은 삶의 요철을 넘는 중다시 이어질 길은 반드시굴곡 없는 평로 일 것그래야 우리 사랑도그 길을 따라내내 아름다이 갈 수 있기에지금은 동요 없이 이 자리에서당신의 안녕만을 소망하겠습니다.

모리아/시 2025.04.09

[만들 수만 있다면] -도종환-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남길 수만 있다면 부끄럽지 않은 기억만을 남기며

[만들 수만 있다면] -도종환-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남길 수만 있다면 부끄럽지 않은 기억만을 남기며 삽시다. 가슴이 성에 낀 듯 시리고 외로웠던 뒤에도 당신은 차고 깨끗했습니다.무참히 짓밟히고 으깨어진 뒤에도 당신은 오히려 당당했습니다 사나운 바람 속에서 풀잎처럼 쓰러졌다가도우두둑 우두둑 다시 일어섰습니다. 꽃 피던 시절의 짧은 기쁨보다 꽃 지고 서리 내린 뒤의 오랜 황량함 속에서 당신과 나는 가만히 손을 잡고 마주서서 적막한 한세상을 살았습니다. 돌아서 뉘우치지 맙시다 밤이 가고 새벽이 온 뒤에도 후회하지 맙시다.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모리아/시 2025.04.08

[풍경] -도종환- 이름없는 언덕에 기대에 한 세월 살았네 한 해에 절반쯤은 황량한 풍경과 살았네 꽃은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리고 특별한 게

[풍경]-도종환-이름없는 언덕에 기대에 한 세월 살았네한 해에 절반쯤은 황량한 풍경과 살았네꽃은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리고특별한 게 없는 날이 오래 곁에 있었네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어떻게 그 풍경을 견딜 수 있었을까특별하지 않은 세월을 특별히 사랑하지 않았다면저렇게 많은 들꽃중에 한 송이 꽃일뿐인너를 깊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모리아/시 2025.04.07

[봄의 사람] -나태주- 내 인생의 봄은 갔어도 네가 있으니 나는 여전히 봄의 사람 너를 생각하면 가슴 속에 새싹이 돋아나 연초록빛

[봄의 사람] -나태주-내 인생의 봄은 갔어도네가 있으니 나는 여전히 봄의 사람너를 생각하면가슴 속에 새싹이 돋아나연초록빛 야들야들한 새싹너를 떠올리면마음 속에 꽃이 피어나분홍빛 몽골몽골한 꽃송이네가 사는 세상이 좋아너를 생각하는 내가 좋아내가 숨 쉬는 네가 좋아

모리아/시 2025.04.06

그리움, 이 환장할 그리움아 -전현숙- 너를 보낼 수 없어 내 마음 침묵의 그림자 안에 묶어 두었거늘 너는 어느 결에 바람 속으로 빨려

[그리움, 이 환장할 그리움아]-전현숙-너를 보낼 수 없어내 마음 침묵의 그림자 안에 묶어 두었거늘너는 어느 결에바람 속으로 빨려 들어갔는가못 견디게 아픈 그리움그 누구에게도 주지 못했던애절함인데늑골에 비명으로 차오르는 사람아!신기루에 지나지 않은다짐 이었던가천 갈래 찢기운 가슴 사이로빗물마저도 훌쩍이고 있구나숨 막히게 아플지라도심장에 매여있는너의 영혼추억의 창가에 심어두려 하였거늘 꿈속에서도 어지럽게 손 내미는 그리움이 죽음 같은 그리움아!제풀에 죽지도 못하는 그리움거침없이 핏줄 끓이는 환장할 그리움아!

모리아/시 2025.04.05

[산당화] -김용택- 화병 아래 산당화 꽃이 떨어져 있네요. 팔 베고 모로 누워 꽃잎을 바라 봅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산당화 꽃잎은

[산당화]-김용택-화병 아래산당화 꽃이 떨어져 있네요.팔 베고 모로 누워 꽃잎을 바라 봅니다.하나 둘 셋 넷 다섯,산당화 꽃잎은 다섯 장이네요.산당화 꽃잎이다섯 장인 줄알 때그때 사랑이네요.산당화산당화 꽃이일곱 뻠 저쪽에 모로 누워나를 가만히 바라 보네요.가지 말아요가지말아요.날 보고 그가말하네요.

모리아/시 2025.04.04

[꽃이 지거나 지지 않거나] -이승희- 꽃이 지는 천변을 걸으며 어찌도 이리 다정하게 내 몸에 잠겨드는지 나는 애초 그것이 내 것인 줄

[꽃이 지거나 지지 않거나]-이승희-꽃이 지는 천변을 걸으며어찌도 이리 다정하게내 몸에 잠겨드는지나는 애초 그것이 내 것인 줄 알았네지는 것들을 보며끈적이는 핏물이 꼬득꼬득 말라비틀어지도록이처럼 황홀했던 저녁내겐 없었다고 말해주었네 불 켜진 집들 사이에서불 꺼진 집이 오랜 궁리에 빠져드는 동안나는 그만따라가고 싶었지지는 것들의 뒤꿈치에 저리 아름다운 한가로움 내 것이 아닌 것들로 행복해지는 저녁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고가로등 불빛이 말해주지 않아도내게 구역질하지 않는 것들로 만으로도 얼마나 선한가선한 것들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이제 나는 무엇을 더 내놓을 것인가 생각하는데 꽃이 지거나 지지 않거나너는 가고나는 남는구나 나는 남지 말아야 했다

모리아/시 2025.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