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1414

[녹차를 마시며] -윤수천- 그대를 생각한다 추운 겨울날 팔달산 돌아 내려오다가 녹차 한 잔을 나누어 마시던 그 가난했던 시절의 사랑을..

[녹차를 마시며] -윤수천-그대를 생각한다추운 겨울날팔달산 돌아 내려오다가녹차 한 잔을 나누어 마시던그 가난했던 시절의 사랑을 생각한다 우리는 참 행복했구나새들처럼 포근했구나 녹차를 마시며그대를 생각한다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따뜻했던우리의 사랑을 생각한다

모리아/시 2024.12.20

[겨울강에서]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겨울강에서]-정호승-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모리아/시 2024.12.17

[여정길] -채정완- 살아가는 여정길은 너무나 먼 길이라지만 누구에게는 짧고 누구에게는 길지요 같은 음식도 누구에게는 맛이 있고..

[여정길]-채정완-살아가는 여정길은너무나 먼 길이라지만누구에게는 짧고누구에게는 길지요같은 음식도누구에게는 맛이 있고누구에게는 맛이 없는 법이지요같은 곳을 바라보아도누군가에게는 아름다움을 주지만그렇지 못하기도 하지요그게 우리가 살아가는여정길에서 만난 사람들이지요잠시 머무르다 가는 길잘 돌아보며 가는 것도나쁘지 않아요

모리아/시 2024.12.16

[너의 때가 온다] -박노해- 너는 작은 솔씨 하나지만 네 안에는 아름드리 금강송이 들어있다 너는 작은 도토리알이지만 네 안에는 우람한..

[너의 때가 온다]-박노해-너는 작은 솔씨 하나지만네 안에는 아름드리 금강송이 들어있다너는 작은 도토리알이지만네 안에는 우람한 참나무가 들어있다너는 작은 보리 한 줌이지만네 안에는 푸른 보리밭이 숨 쉬고 있다너는 지금 작지만너는 이미 크다너는 지금 모르지만너의 때가 오고 있다

모리아/시 2024.12.15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내 가슴에 쿵쿵거린다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다 내게로 온다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너였다가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다시 문이 닫힌다사랑하는 이여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로 가고 있다

모리아/시 2024.12.14

[언젠가] -신효섭- 그런 날이 있었지 눈물 나게 그대 바라만 보고 차마 꺽지 못할 시린 꽃이던, 두고 갈 수 없어서 지키고 서서 그대

[언젠가]-신효섭-그런 날이 있었지눈물 나게 그대 바라만 보고차마 꺽지 못할시린 꽃이던,두고 갈 수 없어서지키고 서서그대 그림자나 되고 싶었던그런 날이 있었지내 그리움 선채로 산이 되어그대 꿈이나마 한 자락 보듬어한 생이든 반 생이든 지내고 싶던가슴 저리게 외로운 날들,그대가 눈부신 날들,그런 날이 있었지

모리아/시 2024.12.13

[하늘] -이동식- 친구야 길을 가다 지치면 하늘을 보라 하늘은 바라보라고 있는 거야 사는 일은 무엇보다 힘든 일이니까

[하늘]-이동식-친구야 길을 가다 지치면 하늘을 보라하늘은 바라보라고 있는 거야사는 일은 무엇보다 힘든 일이니까살다보면 지치기도 하겠지만그러더라도 그러더라도 체념의고개를 떨구지 말라고희망마저 포기해 웃음마저잃지 말라고하늘은 저리 높은 곳에 있는 거야.정년 주저앉고 싶을 정도의 절망의무게가 몸과 마음을 짓눌러 와도용기를 잃지 말라고 살라고신념을 잃지 말라고 살라고

모리아/시 2024.12.12

[저들에겐 총이 우리들에겐 빛이] -박노해- 이 한겨울에 우리 다시 만나니 슬프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 눈물과 미소로 너를 바라본다..

[저들에겐 총이 우리들에겐 빛이]-박노해-이 한겨울에 우리 다시 만나니 슬프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 눈물과 미소로 너를 바라본다용기 내줘서 고마워 살아있는 네가 눈부셔 우린 꼭 이겨낼 거야 저들에겐 총이 우리에겐 빛이 우리, 서로가 서로를 지키고 우리, 서로가 나라를 지키고 될 때까지 우리 함께 할 거야 역사의 악인은 얼굴을 바꾸며 교과서 밖으로 걸어 나오지만 우리는 지금 살아있는 빛으로 승리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으니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아이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어 선령들이 우리를 가호하고 있어 저들에겐 탐욕이 우리에겐 영혼이 저들에겐 총칼이 우리에겐 사랑이 저들에겐 파멸이 우리에겐 희망이 우리 인생의 '별의 시간’에 다치지 말고 지치지 말고 빛으로 모이자, 될 때까지 모이자

모리아/시 2024.12.11

[하나를 위하여] -김승희- 나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단지 하나가 되고 싶을 뿐이다.

[하나를 위하여]-김승희-나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단지 하나가 되고 싶을 뿐이다.살았던 것들 중그 중 아름다운 하나가,슬펐던 것들 중그 중 화사한 하나가,괴로웠던 것들 중그 중 순결한 하나가 되고 싶을 뿐이다.나는 많은 길을 원하지 않는다.오히려 더 많은 길을 버리고 싶고더 많은 꿈을 지우고 싶고다만 하나의 길과다만 하나의 꿈을 통하여물방울이 물이 되고불꽃들이 불이 되는그 하나의 비밀을 알고 싶을 뿐이다.하나를 이루기 위하여그 하나에 닿기 위하여나는, 하나 하나, 소등 연습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가로등이 다 꺼진 어둠 속으로솜처럼 착하게 다 적셔져서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타오르는하나의 봉화가 되고 싶은지도 모른다.

모리아/시 2024.12.10

[아침, 그대를 맞으며] -조희선- 살아간다는 것은 기쁨이야 하루 산다는 건 그물을 싣고 바다를 향해 떠나는 싱싱한 희망이야..

[아침, 그대를 맞으며]-조희선-살아간다는 것은 기쁨이야하루 산다는 건그물을 싣고 바다를 향해 떠나는싱싱한 희망이야어젯밤의 졸린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건 싫어지난 날의 어둔 습성으로 아침 창을 여는 건 싫어살아간다는 건 설레임이야하루를 산다는 건인연을 따라 운명을 건져 올리는 황홀한 만남이야

모리아/시 2024.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