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1220

기다림 -양광모- 누군가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눈부신 일인가 아침이 기다리는 태양처럼 밤이 기다리는 별처럼

[기다림] -양광모- 누군가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눈부신 일인가 아침이 기다리는 태양처럼 밤이 기다리는 별처럼 그에게 한 줄기 밝은 빛이 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가슴 따뜻한 일인가 그리하여 그날을 손꼽으며 내가 그를 기다리는 건 또 얼마나 가슴 뜨거운 일인가 태양을 기다리는 아침처럼 별을 기다리는 밤처럼 그를 위해 아름다운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건 또 얼마나 맑은 눈물 같은 일인가 우리는 태어나고 기다리고 죽나니 살아서 가장 햇살 같은 날은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을 촛불처럼 기다리는 날이라네

모리아/시 06:20:38

비를 기다리며 - 이상국 - 비가 왔으면 좋겠다 우장도 없이 한 십리 비 오는 들판을 걸었으면 좋겠다 물이 없다 마음에도 없고 몸에도 물이

[비를 기다리며] -이상국- 비가 왔으면 좋겠다 우장도 없이 한 십리 비 오는 들판을 걸었으면 좋겠다 물이 없다 마음에도 없고 몸에도 물이 없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멀리 돌아서 오는 빗속에는 나무와 짐승들의 피가 들어 있다 떠도는 것들의 집이 있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문을 열어 놓고 무연하게 지시랑물 소리를 듣거나 젖는 새들을 바라보며 서로 측은했으면 좋겠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아주 멀리서 오는 비는 어느 새벽에라도 당도해서 어두운 지붕을 적시며 마른 잠 속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모리아/시 2024.05.16

부처님 오신날 - 이해인 - 부처님 당신께서 오신 이 날 세상은 어찌 이리 아름다운 잔칫집인지요!

[부처님 오신날] -이해인- 부처님 당신께서 오신 이 날 세상은 어찌 이리 아름다운 잔칫집인지요! 당신의 자비 안에 낯선 사람 미운 사람 하나도 없고 모두가 친구이고 가족입니다 모두가 도반이고 애인입니다 세상이란 둥근 연못 위에 한 송이 연꽃으로 피고 싶은 사람들이 연꽃을 닮은 꽃등을 거리마다 집집마다 달고 있네요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 미움을 녹이는 용서 분열을 메우는 평화만이 온 누리에 온 마음에 가득하게 해 달라고 두 손을 활짝 펼쳐 등을 달고 있네요 그 따뜻하고 진실한 염원의 불빛들이 모여 세상을 환히 밝혀줍니다 이웃을 행복하게 해 줍니다 때로는 힘겨워 눈물 흘리면서도 각자가 최선을 다하는 삶의 자리에서 부처님을 닮게 해 달라고 성불하게 해 달라고 정결하게 합장하며 향을 피워올리는 이들의 어진 눈길..

모리아/시 2024.05.15

[인연] - 피천득 - 세상에 태어나서 가는 길은 다르지만 만나고 헤어지는 만남 속에 스치는 인연도 있고 마음에 담아두는 인연도 있고

[인연] -피천득- 세상에 태어나서 가는 길은 다르지만 만나고 헤어지는 만남 속에 스치는 인연도 있고 마음에 담아두는 인연도 있고 잊지 못할 인연도 있다. 언제 어느 때 다시 만난다 해도 다시 반기는 인연되어 서로가 아픔으로 외면하지 않기를 인생길 가는 길에 아름다운 일만 기억되어 사랑하고 싶은 사람으로 남아 있기를

모리아/시 2024.05.14

산다는 것의 의미 -김옥림- 살아보니 알겠다 삶은 사는게 아니라 살아진다는 것을 제 아무리 잘 살아보려고 애를 써도 그러면 그럴수록

[산다는 것의 의미] - 김옥림 - 살아보니 알겠다 삶은 사는게 아니라 살아진다는 것을 제 아무리 잘 살아보려고 애를 써도 그러면 그럴수록 삶은 저만치 비켜서서 자꾸만 멀어지고 내가 아무리 몸부림에 젖지 않아도 삶은 내게 기쁨을 준다는 것을 삶은 살아보니 알겠다 못 견디게 삶이 고달파도 피해 갈 수 없다면 그냥,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이는 것이다 넘치면 넘치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감사하게 사는 것이다 삶을 억지로 살려고 하지마라 삶에게 너를 맡겨라 삶이 너의 손을 잡아줄 때까지 그렇게 그렇게 너의 길을 가라 삶은 사는게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러니 주어진 너의 길을 묵묵히 때론 열정적으로 그렇게 그렇게 가는 것이다

모리아/시 2024.05.13

[너에게로 걸어가야 겠다] -김종제- 높은 담을 기어올라 앉아 날카롭게 손톱 세운 붉은 장미꽃 한 철 눈만 뜨고 살았다

[너에게로 걸어가야 겠다] -김종제- 높은 담을 기어올라 앉아 날카롭게 손톱 세운 붉은 장미꽃 한 철 눈만 뜨고 살았다 길가에 우두커니 서서 푸르른 소름 같은 열매 지녔던 회화나무 한 철 귀만 열고 살았다 나는 나는 희디흰 벽지속 감옥에 갇혀 살다 썩고 뼈만 남은 나는 나는 구토하는 입만 열고 한 철을 지냈다 아아, 한 순간 꽃에게 꽃잎이었던 것 나무에게 있어 나뭇잎이었던 것 사람에게 있어 절대적인 사랑이었던 것 한 순간 붉은 피와 같은 것들 하늘이나 바다와 같이 푸르렀던 것들 눈이나 눈물과도 같이 흰 것들 둥굴게 굴러가는 바퀴도 없이 펼치고 날아가는 날개도 없이 광속으로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냐 나는 나는 맨발로 시간도 멈춰 놓고 한없이 느리게 느리게 걷고 싶다 때로는 그냥 선 채로 잠이 들어서 돌..

모리아/시 2024.05.12

작은 이름 하나라도 -이기철-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만큼 아파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작은 이름 하나라도] - 이기철 -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만큼 아파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때 너무 멀어서 못 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세상은 적이 아니라고 고통도 쓰다듬으면 보석이 된다고 나는 얼마나 오래 악보 없는 노래로 불러왔던가 이 세상 가장 여린 것 가장 작은 것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것 그들이 내 친구라고 나는 얼마나 오래 여린 말로 노래했던가 내 걸어갈 동안은 세상은 나의 벗 내 수첩에 기록되어 있는 모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이름들 그들을 위해 나는 오늘도 한 술 밥, 한 쌍 수저 식탁위에 올린다 잊혀지면 안식이 되고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

모리아/시 2024.05.11

[모든 것은 사랑으로부터 온다] -김영진- 그대, 외로울 때 그대, 상처받고 신음할 때 그대, 길을 잃고 헤맬 때

[모든 것은 사랑으로부터 온다] -김영진- 그대, 외로울 때 그대, 상처받고 신음할 때 그대, 길을 잃고 헤맬 때 그대, 사랑의 힘을 느낀 적이 있는가? 어머니가 위대한 것은 사랑의 힘 때문이다. 밀림의 맹수들도 새끼를 지킬 때 한층 더 사나워진다. 사랑은 보이지 않으나 그 힘은 태산을 움직이고 바닷물을 말린다. 사랑이 있으면 두려움이 없고 사랑이 있으면 좌절도 없다. 사랑은 창조를 낳고 사랑은 구원을 낳고 사랑은 희망을 낳고 사랑은 영원한 생명을 낳는다. 그대, 사랑하라! 일생 사랑으로 살아가라. 모든 것은 사랑으로부터 오나니

모리아/시 2024.05.10

[오월 연가] - 김남조 -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 여른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 그대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월 연가] -김남조-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 여른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 그대 사랑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듯 홀로만 창가에서 얼굴을 싸안고 눈물을 견디는 마음은 그대 사랑하기 때문이다 발돋움하며 자라온 나무들 초록빛 속속들이 찾아온 오월 바람은 바람을 손짓해 바람끼리 모여 사는 바람들의 이웃처럼 홀로인 마음 외로움일래 부르고 이에 대답하며 나섰거든 뜨거운 가슴들을 풀거라 외딴 곳 짙은 물빛이어도 보이지 않는 밤의 강물처럼 감청의 물이량을 추스르며 섧디섧게 불타고 있음은 내가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리아/시 2024.05.09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정호승- ​ 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정호승- ​ 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 잘 자라 우리 엄마 산그림자처럼 산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 ​ 잘 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 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

모리아/시 2024.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