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길 191

[그대에게 가는 길] -안도현- 그대가 한 자락 강물로 내 마음을 적시는 동안 끝없이 우는 밤으로 날을 지새우던 나는 들판이었습니다

[그대에게 가는 길]-안도현-그대가 한 자락 강물로내 마음을 적시는 동안끝없이 우는 밤으로날을 지새우던 나는 들판이었습니다그리하여 밤마다 울지 않으려고괴로워하는 별을 바라보았습니다오래오래 별을 바라본 것은반짝이는 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어느 날 내가 별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헬 수 없는 우리들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었습니다.그때부터 나는 지상의 여기저기에크고 작은 길들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해 뜨는 아침부터 노을 지는 저녁까지이 길 위로 사람들이 쉬지 않고 오가는 것을그대에게 가는 길이들녘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랍니다

모리아/길 2024.12.24

비밀의 화원 - 김소연 겨울의 혹독함을 잊는 것은 꽂들의 특기, 두말없이 피었다가 진다 꽃들을 향해 지난 침묵을 탓하는 이는 없다..

비밀의 화원- 김소연겨울의 혹독함을 잊는 것은 꽂들의 특기,두말없이 피었다가 진다꽃들을 향해지난 침묵을 탓하는 이는 없다못난 사람들이 못난 걱정 앞세우는못난 계절의 모난 시간추레한 맨발을 풀밭 위에 꺼내놓았을 때추레한 신발은 꽃병이 되었다자기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꽃들의 특기, 하염없이 교태에 골몰한다나는 가까스로 침묵한다위험한 사랑이 잠시 머물렀다 떠날 수 있게우리에게 똑같은 냄새가 났다조약돌들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모리아/길 2024.12.20

[중앙일보 기고] 탄핵 이후의 길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가 이뤄졌다. 국민이 강한 나라임을 다시 입증했다. 국회 표결에서 국민의힘 이탈은

[중앙일보 기고] 탄핵 이후의 길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가 이뤄졌다. 국민이 강한 나라임을 다시 입증했다. 국회 표결에서 국민의힘 이탈은 12표에 불과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담화로 맞섰다. 헌법재판관 3명의 빠른 임명, 빠른 탄핵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 수사는 박차를 가해야 한다. 탄핵을 빨리 마무리지어야 나라가 안정된다.불법 계엄은 국민에게는 좌절과 분노, 국가에는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주식시장에서는 며칠 만에 144조 원이 증발했다. 미국 패싱은 한·미 동맹에도 타격을 입혔다. 내년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빨간불이 켜졌다. 각국은 한국을 여행 위험국으로 지정하기 시작했다. 환율은 1430원대를 넘어서고, 국가신용등급은 하락할 우려가 있다. 산업화 민주화를 이룬..

모리아/길 2024.12.18

오지만디어스: 람세스 2세 - 퍼시 비쉬 셀리 고대 왕국에서 온 여행자를 만났어. 이렇게 말하더군. “돌로 만든 두 개의 거대한 다리가

오지만디어스: 람세스 2세- 퍼시 비쉬 셀리고대 왕국에서 온 여행자를 만났어.이렇게 말하더군. “돌로 만든 두 개의 거대한 다리가몸체 없이 사막에 서 있다오… 근처 모래 위에는반쯤 파묻힌 채 부서진 얼굴이 누어 있었소, 찡그린 모습에주름진 입술, 냉혹한 명령을 내리며 지었을 냉소적인 표정은말해주었다고. 그의 열정이 뛰어난 조각가의 표현력에 의해이들 생명없는 돌에 각인되어, 그것들을 조롱했던 손과맹렬했던 심장보다 오래 살아남았음을 말이오.그리고 석상의 받침대에는 이렇게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오.‘내 이름은 오지만디어스, 왕 중의 왕.강한자들이여, 내가 이룬 업적을 보거라, 그리고기죽을지어다.’거대한 잔해 주변에는 끝없는 불모의 사막이고적하게 황량하게 저 멀리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오.”* 오지만디어스는 이집트..

모리아/길 2024.12.14

가을에 떠나다 - 박노해 이 가을에 나는 쓰러져 우네 다시 겨울은 오는데 저 겨울 산을 무엇으로 혼자 넘나..

가을에 떠나다- 박노해이 가을에 나는 쓰러져 우네다시 겨울은 오는데저 겨울 산을 무엇으로 혼자 넘나너와 함께했어도그렇게 힘들었는데젖은 눈으로 지켜봐 주는 이제 너도 없는데침묵의 불덩어리를 품고언 살 터진 겨울 사내로무엇으로 혼자 넘나저 겨울 산

모리아/길 2024.12.11

사소 십다(四少十多)란 말이 있다. 사소(四少) 1.소식(少食)- 과식 하지 말고 소식하라 2.소언(少言) - 말을 적게 하고 경청하라

사소 십다(四少十多)라는 말이 있다.사소(四少) 1.소식(少食)- 과식 하지 말고 소식하라.2.소언(少言)- 말을 많이 하지말고 경청하라.3.소노(少怒)- 어떠한 경우에도 화를 내지마라.4.소욕(少慾)-욕심은 만병의 근원이니 마음을 비우라.십다(十多)1.다동(多動)- 많이 움직여라.2.다욕(多浴)- 따뜻한 물로 매일 목욕하라.3.다설(多泄)- 눈물.콧물.땀.대소변을 잘 배설하라.4.다접(多接)-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만져주고 접촉하면 활력이 생긴다.5.다소(多笑)- 많이 웃어라.웃음은 건강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다.6.다망(多忘)- 될수있는 대로 아픈 과거는 빨리 잊어라7.다정(多靜)-고요한 마음을 자주 가져라. 그리고 명상을 많이 하라.8.다용(多容)-항상 편안한 마음으로 너그러음을 유지하라.9.다인(多忍..

모리아/길 2024.11.26

[길] -정용철- 몸이 가는 길이 있고 마음이 가는 길이 있습니다 몸이 가는 길은 걸을수록 지치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멈출 때 지칩니다

[길] -정용철- 몸이 가는 길이 있고 마음이 가는 길이 있습니다 몸이 가는 길은 걸을수록 지치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멈출 때 지칩니다 몸이 가는 길은 앞으로만 나 있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돌아가는 길도 있습니다 몸이 가는 길은 비가 오면 젖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비가 오면 더 깨끗해집니다 몸이 가는 길은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만 마음이 가는 길은 바람이 불면 사랑합니다 오늘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길을 나섭니다

모리아/길 2024.11.18

[끝이 없는 길] -박건호- 길가에 가로수 옷을 벗으면 떨어지는 잎새 위에 어리는 얼굴 그 모습 보려고 가까이 가면..

[끝이 없는 길] -박건호- 길가에 가로수 옷을 벗으면 떨어지는 잎새 위에 어리는 얼굴 그 모습 보려고 가까이 가면 나를 두고 저만큼 또 멀어지네 아! 이 길은 끝이 없는 길 계절이 다가도록 걸어가는 길 잊혀진 얼굴이 되살아 나는 저만큼의 거리는 얼마쯤일까 바람이 불어와 볼에 스치면 다시 한 번 그 시절로 가고 싶어라 아! 이 길은 끝이 없는 길 계절이 다가도록 걸어가는 길

모리아/길 2024.11.14

가보지 않는 곳 - 강인환 - 길 솟은 억새와 쑥 덤불이 웃자란 곳 몇 걸음 아닌데도 나는 늘 거기까지는 가보지 않았다

가보지 않는 곳 - 강인환 길 솟은 억새와 쑥 덤불이 웃자란 곳 몇 걸음 아닌데도 나는 늘 거기까지는 가보지 않았다 금연구역 경계를 벗어난 몇 발짝에서 멈춰 우산을 들고 바라보면 빗속의 능선들이 적막해서 아름다웠다 비안개가 북에서 남으로, 비 구름이 서에서 동으로 골짜기를 파고들며 애태우고 있었다 내가 피우는 담배 연기는 맛있게 우산의 경계를 빠져나와 굵어진 빗줄기에 소스라쳐 사라져버리고 저 여름철의 헛것들이 시들고 쓰러져서 제 스스로를 거둔 다음에야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이 환하게 드러나 보였다 등성이로 올라서지 못한 산 발치에 낙엽을 더 떨군 교목 한 그루가 여름내 우듬지에 숨겨둔 까치집을 내보일 때 저쪽에 대여섯 채의 둥근 지붕이 떠올랐다 맨 앞에 마중나온 그 집의 문간에는 오래된 주소가 아닌지 셀로..

모리아/길 2024.10.17

강남역 - 김규동 달아났다 노인들이 의정부 동두천 방면으로 아니 아산만 쪽으로 갔을까 아니다 강원도 쪽이다 구름타고 더러는 달구지 빌어 타고

강남역 김규동 달아났다 노인들이 의정부 동두천 방면으로 아니 아산만 쪽으로 갔을까 아니다 강원도 쪽이다 구름타고 더러는 달구지 빌어 타고 갔다 업어주고 안아주고 어미 대신 우유 보리차 먹여 키웠는데 우리 손자 손녀 어느 새 저렇게 컸구나 강남역 근처는 젊은이들 나라 거기 노인 끼어들 틈 없어라 넘실거린다 물결 흘러라 한 시대의 끝은 도망갔다 예의바른 노인들이 나 또한 지하도 계단에 기어올라 숨 몰아쉬며 달아났다 달아났다 강남역에서.

모리아/길 2024.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