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535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오규원잠자는 일만큼 쉬운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밤 1시와 2 시의 틈 사이로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모리아/삶 08:16:20

역전 - 임희구 묵은지 한 폭 누워 잔다 묵은지가 신문지 한 장 깔고 잔다 잘 잔다 보란 듯이 잘 잔다 숨이 죽으니 더 잘 잔다 썩은 생선

역전- 임희구묵은지 한 폭 누워 잔다묵은지가 신문지 한 장 깔고 잔다잘 잔다보란 듯이 잘 잔다숨이 죽으니 더 잘 잔다썩은 생선 밭에 뒹굴었나풀풀 진국의 향을 날린다신이시여 저 곯아버린 몸땡이를푹 고아 드시라당신이 담근 맛난 김치 아닌가

모리아/삶 2025.05.20

풀꽃의 노래 - 이해인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풀꽃의 노래- 이해인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하고 싶은 모든 말들아껴둘 때마다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불완전한 것은 아니야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람들은 모르지만서운하지 않아기다리는 법을 노래하는 법을오래 전부터바람에게 배웠기에기쁘게 살 뿐이야푸름에 물든 삶이기에잊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모리아/삶 2025.05.17

눈 - 이한주 나이는 눈에서 온다 눈앞의 깨알 같은 글자들은 바짝 당겨 읽기보다는 거리를 두어 보는 게 더 잘보인다 너무나 분명했던 경계들

눈- 이한주나이는 눈에서 온다눈앞의 깨알 같은 글자들은바짝 당겨 읽기보다는거리를 두어 보는 게 더 잘보인다너무나 분명했던 경계들은이제 조금만 멀어져도 흐릿하다그전처럼 보이는 대로또렷또렷 말할 자신이 없어한 발 더 가까이 가서깊숙이 본다마음 담아본다

모리아/삶 2025.05.16

할멈 - 임보 참, 많이도 가지고 놀았네/ 반백 년이 가까워지도록 매일 보고 만지고 하였으니 이젠 싫증이 날 법도 한데

할멈- 임보참, 많이도 가지고 놀았네반백 년이 가까워지도록매일 보고 만지고 하였으니이젠 싫증이 날 법도 한데아무리 희한한 장난감이라도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건고작 며칠 일 뿐이거늘나는 참 미련한 놀이꾼인가 보네헌 양은 접시마냥 쭈그러들고색깔도 많이 바래 볼품없네게다가 부드러운 맛 다가시고갈수록 시끄럽기만 하네하지만 더 부서지지 않길 바라고아직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은 덜 열린 그 속에 평생 궁금하고그네 옆자리가 그래도 무던하기 때문

모리아/삶 2025.05.10

어제 저녁에 비가 내게 말을 걸었어요 - 메리 올리버* 어제 밤 비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천천히 말했죠. 기운찬 구름을 나와 다시

어제 저녁에 비가 내게 말을 걸었어요- 메리 올리버*어제 밤비가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천천히 말했죠.기운찬 구름을 나와다시 행복하기 위해이렇게 떨어지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매번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땅에 떨어지나니!이것이 비가 떨어지면서말한 것입니다. 철분냄새를 풍기면서바다가 가져온 꿈처럼나뭇가지 속으로아래 있는 풀로 사라졌습니다.그리고 나서 비가 그쳤습니다.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저는 나무 아래에서 있습니다. 나무는 행복한 잎을 가진 나무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 자신이었습니다. 그 순간에 저 하늘의 별들도자신이었습니다. 그 순간에 제 오른 손이제 왼손을 잡고있는그 순간에,제 왼손이별과 부드러운 비로 가득한 나무를 잡고 있는그 순간에,상상해 보세요. 상상해 보세요.야생적이고 놀라운 여정들이아직도 우리를..

모리아/삶 2025.05.06

우리는 가면을 씁니다 - 풀 로렌스 던바 우리는 가면을 쓰고 씨익 웃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가면이 우리의 빰을 가려주고 눈에

우리는 가면을 씁니다- 풀 로렌스 던바우리는 가면을 쓰고 씨익 웃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가면이 우리의 빰을 가려주고 눈에 가림막을 쳐주지요.우리는 이 인간적인 속임수에 대한 대가를 치릅니다.갈가리 찢기고 피 흘리는 마음인데도 우리는 미소 짓고,입에는 밤하늘의 별처럼 셀 수 없이 미묘한 표정을 띠지요.왜 세상은 지나치게 머리를 쓰는가요,우리의 눈물과 한 숨 모두를 세어본다면서요?아니, 그들이 그냥 우리를 지켜보게만 해주세요,우리가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은요.우리는 미소짓지만, 오 위대하신 그리스도시여, 당신을 향해우리의 고통받는 영혼으로부터 솟구치는 외침을 들어주소서.우리는 노래하지만, 오 우리의 발 밑에진흙은 사악하고 갈 길은 아직 멉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지 않다고 꿈꾸게 해..

모리아/삶 2025.05.02

내겐 모두 은혜인 것을 - 오광수 내가 아픔을 몰랐다면 이렇게 간절한 기도를 할 수 있었을까? 새날이 기다려

내겐 모두 은혜인 것을 - 오광수내가 아픔을 몰랐다면 이렇게 간절한 기도를 할 수 있었을까? 새날이 기다려지고 아침과 함께 찾아온 햇살이 저리도 고운 것을 내가 알기나 했을까?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반갑고 함께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한데 더하여 또 다른 하루를 선물로 받음이 내겐 큰 은혜인 것을, 아이야! 하얀 보자기를 준비해두렴 보라색 실로 나의 이니셜도 수놓고 그리고 사랑하는 내 아내의 미소랑 처음 두근거렸던 내 심장의 수줍음을 담아 빨간 끈 가지고 열십자로 묶어서 고이 보관해두렴 내가 사는 이 세상은 사랑 때문에 참으로 아름답고 믿음이 있기에 진리를 깨닫고 소망이 있기에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음을, 아! 아름다운 세상 서로 도와 가며 살면 더 좋은 세상 그곳에 내가 살고..

모리아/삶 2025.04.28

<아내와  나 사이>  詩人 / 李 生珍 (1929~  )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詩人 / 李 生珍 (1929~ ) 아내는 76이고나는 80입니다.지금은아침저녁으로어깨를 나란히 하고걸어가지만속으로 다투기도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열고서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일찍 들어오나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기억은 서서히우리 둘을 떠나고마지막에는내가 그의 남편인 줄모르고그가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서로 알아가며 살다가다시 모르는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하겠습니까?인생?철학?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살았습니다.

모리아/삶 2025.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