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392

"되찾을 수 없는게 세월이니 시시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순간순간을 후회 없이 잘 살아야 한다." - 루소

"되찾을 수 없는게 세월이니 시시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순간순간을 후회 없이 잘 살아야 한다." - 루소 ♡ 아카시아꽃 ♡ - 남석모 - 그윽한 향기의 새하얀 꽃 햇살 부드러운 봄날 환희에 찬 눈길을 떼지않은 채 말없이 처다본다 나의 찬란한 가슴 위로 은빛 영롱한 이슬 맺히고 희망의 꽃으로 마음을 설레게 한다 파아란 하늘 속 하얀 뭉게구름 같이 피어 있는 아카시아꽃 은은한 꽃내음이 입맞춤으로 다가오며 빈 가슴을 채우며 환희로 밀려오는 하얀 꽃술에서 잠들고 있다 중년의 사내 가슴 속에 드리운 그물 얽어 놓으니 꽃들의 잔잔한 움직임에 마음은 애태우며 방황한다 오래도록 내 눈과 마주 하며 수 천송이 꽃 앞에서 가슴 터질 듯한 향기에 취해 넋을 잃고 말았네 [오늘의 날씨] 전국이 맑은데 낮과 밤의 기온차..

모리아/삶 09:00:50

그녀가 우아한 자태로 걷고 있다네 ㅡ 조지 고든 바이런 그녀가 우아한 자태로 걷고 있다네 구름 한 점 없이 별빛이 초롱초롱한 밤처럼

그녀가 우아한 자태로 걷고 있다네 ㅡ 조지 고든 바이런 그녀가 우아한 자태로 걷고 있다네 구름 한 점 없이 별빛이 초롱초롱한 밤처럼, 어둠과 빛이 베풀 수 있는 최상이 그녀의 모습과 그녀의 눈에서 만나네. 이처럼 번쩍거리는 낮에는 하늘이 허용하지 않는 은은한 빛으로 무르익는다네 그늘이 조금만 더했어도, 빛이 조금만 덜했어도 칠흑 같은 머릿결마다 물결치는, 혹은 그녀의 얼굴 위에 부드럽게 비추는, 이 이름 모를 우아함을 반감시켰으련만. 그 얼굴에 기거하는 생각은 차분하고 감미롭게 자신의 거처가 얼마나 순수하고 고결한지를 표현한다네. 또한 부드럽고 고요하면서도 생생한 표현을 담은 그녀의 빰 위에 그리고 그 눈썹 위로 마음을 사로잡는 미소와 곱게 빛나는 안색은, 다만 말해주고 있네, 선하게 살아온 나날과 모든..

모리아/삶 2024.05.16

나무학교 -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나무학교 ㅡ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 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도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모리아/삶 2024.05.15

첫 사랑 ㅡ 존 클레어 이전에 나는 결코 빠진 적이 없었네 이토록 갑자기 이토록 달콤한 사랑에. 어여쁜 꽃처럼 그녀의 얼굴이 활짝 피어나

첫 사랑 ㅡ 존 클레어 이전에 나는 결코 빠진 적이 없었네 이토록 갑자기 이토록 달콤한 사랑에. 어여쁜 꽃처럼 그녀의 얼굴이 활짝 피어나서 내 마음을 완전히 훔쳐 가버렸다네. 나의 얼굴이 죽음같이 창백해졌고, 다리는 걷기를 거부하였다네. 그녀가 나를 보았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나의 삶 모두가 진흙으로 변하는 느낌이었네. 그리고 피가 머리로 솟구쳐서 단숨에 나의 시력을 앗아갔으니 주변의 나무도 덤불숲도 대낮인데 한밤중이 되어버린 것 같이 나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네. 눈빛으로만 말할 수 있었으니, 나의 두 눈은 현악기에서 흘러나오는 화음처럼 울렸고, 나의 심장은 갈망하는 피로 타들어 갔다네. 꽃을 선택하는 것은 겨울이던가? 그래서 사랑의 침상은 언제나 눈이어야 하는가? 그녀는 나의 소리 없는 음성..

모리아/삶 2024.05.12

저녁 밥 ㅡ 이한걸 아내가 두 시간 잔업을 위해 꾸역꾸역 마른 빵 씹을 이 시간 혼자서 먹는 저녁밥 목이 메인다

저녁 밥 ㅡ 이한걸 아내가 두 시간 잔업을 위해 꾸역꾸역 마른 빵 씹을 이 시간 혼자서 먹는 저녁밥 목이 메인다 내가 주간이면 아내는 야간이고 아내가 주간이면 나는 야간이다 한 주일씩 엇갈리는 교대 근무 한 이불 덮으면서 주말부부다 지글지글 구운 고등어살을 발라 밥숟갈에 얹어주던 때는 언제였던가 숲 속의 뻐구기 그만 좀 울어라 발작한 천식기침 멈출 줄 모르고 찬밥 물에 말아 혼자 먹는 저녁밥 담 넘어오는 더 된장찌개 냄새

모리아/삶 2024.05.11

소년들의 5월의 노래 ㅡ 헤르만 헤세 소녀들은 금빛 울타리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정원에서 놀 수가 있다. 우리들 사내는 울타리에 기대어

소년들의 5월의 노래 ㅡ 헤르만 헤세 소녀들은 금빛 울타리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정원에서 놀 수가 있다. 우리들 사내는 울타리에 기대어 부러운 듯 그것을 엿보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도 저 안에 들어갈 수 있다면. 이 아름다운 정원에는 환하고 드맑은 빛이 가득 차 있어서 모두가 다 즐겁게 보인다. 그러나 우리들은 기다려야 한다. 자라서 젊은 신사가 될 때까지는 저 안에 들어가선 안 된다니까.

모리아/삶 2024.05.10

새 아침 ㅡ 존 던. 참으로 궁금하다오 그대와 내가 이제서야 만나 사랑하다니 그동안 무엇을 했던 걸까요? 젖도 못 땠던 것 아닐까요?

새 아침ㅡ 존 던참으로 궁금하다오 그대와 내가 이제서야 만나 사랑하다니그동안 무엇을 했던 걸까요? 젖도 못 땠던 것 아닐까요?유치하게 저급한 쾌락이나 빨며 다녔던가요?아니면 동굴 속에서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가요?그랬겠지요. 그대와의 사랑을 제외한 모든 쾌락은 그저  환상일 뿐이니까요.한때 미인을 보고 욕망하고 취한 적이 있다면그것은 다 그대에 대한 몽상이었을 뿐입니다.이제 깨어나는 우리의 영혼에 굿모닝,서로를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아요.사랑은 한눈팔지 않게 절제하며작은 방 하나를 온 우주로 만드는 법이니까요.바다로 나간 탐험가들은 신세계를 찾아가라 하세요.지도를 든 이들은 이 세상 저 세상 보고 오라 하세요.우리는 하나의 세상만 받듭시다. 각자가 하나의 세상이며  우리 둘이 함께 하나인..

모리아/삶 2024.04.30

행복합니다 - 김 형영 -

행복합니다 -김형영- 행복합니다 마지막 돌아갈 곳이 어딘지 분명히 알고 사는 사람 ​행복합니다 돌아갈 곳이 어딘지 알아 그 길을 닦으며 가는 사람 ​행복합니다 먼 여정에도 가지고 갈 것이라고는 남에게 베푼 것뿐인 사람 ​가지고 갈 것 하나도 없이 살아온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사람 당신은 행복합니다 ​살아서는 조롱과 부끄러움에 비틀거리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나니

모리아/삶 2024.04.18

아버지

아버지의 마음 ㅡ 김 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던지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는 사람도 술가계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모리아/삶 202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