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좋은 설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요한복음 21:15-17) 제55회 교직원수양회에 참석하신 연세가족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ree610 2025. 2. 6. 14:39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요한복음 21:15-17)

제55회 교직원수양회에 참석하신 연세가족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하나님의 은총과 인도하심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섬기시는 대학과 기관 위에 가득 넘치기를 축원합니다. 부족한 사람이 개회 예배의 설교를 하게 된 것은 올해 8월에 정년 은퇴하는 것을 배려해 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25년을 연세와 함께하면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설교를 준비하다 보니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2000년 교목실 소속의 교원으로 처음 임용되었을 때, 은퇴를 앞둔 교목실 팀장께서 저에게 이렇게 말하며 환영했던 것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연세대학교 교수님이 되신 것을 환영하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교수님, 연세대학교 교수님이 되셨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음 대답을 기다리는 저에게 그분의 대답이 압권이었습니다. “연세대학교 교수님이란 대통령께서 장관으로 당장이라도 호출할 수 있는 자리, 그리고 호출되었을 때 그 역할을 훌륭하게 넉넉히 감당할 수 있는 그런 자리입니다. 장관이라도 그러한데, 공공기관이나 일반 연구소의 기관장은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연세대학교 교수님이 되셨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입니까.” 교목실 팀장님의 대답을 들으며 어깨가 으쓱해졌던 그때가 새삼 떠오릅니다.

2003년 8월 아직 조교수였던 제가 교수평의회에서 신촌캠퍼스의 부의장이 되었습니다. 연세대학교 온 지 얼마 안 되어 학교 사정을 잘 모른다는 저의 항변보다는 특공대 소대장 출신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전체 의장이 되신 교수님의 지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학창 시절 학장이셨던 선생님께서는 제가 부의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군대로 말하면, 30대 초반에 장성이 된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라.”고 말씀하시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당시 교수평의회가 감당해야 했던 가장 큰 일 가운데 하나가 총장 선거를 주관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연세 구성원들 모두가 총장 선거에 적절한 지분을 갖고 자유롭게 참여하지만, 그때만 해도 교수들은 교수들대로,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총장 선거를 각각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직원노동조합은 교수들의 총장 선거에 직원들의 지분을 적게라도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교수평의회가 전혀 고려하지를 않았습니다. 그러자 노동조합원들은 총장 후보 정책 발표회 장소인 백주년기념관을 차단했고, 교수평의회가 장소를 루스채플로 옮기려 하자 다시 점거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상스러운 말들이 오고 가며 교수들과 직원들 사이의 관계가 아주 험악해졌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연세공동체가 망가지겠다는 염려 때문이었습니다. 밤새도록 뜬 눈으로 고민했습니다. “나는 교수평의회의 부의장으로서 교수들의 주장을 고수하는 역할을 할 것인가, 아니면 교목으로서 교수들과 직원들 사이를 중재하며 화해시키는 역할을 할 것인가.” 그리고 저는 교목의 역할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다음 날, 교수평의회 비상총회가 소집되었고, 직원들에게 선거지분 10%를 배분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그 결정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4년마다 총장 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저는 지난 25년 동안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안산을 통해서 연세캠퍼스로 들어오는데, 그 순간의 감동이 정말 큽니다. “어떻게 내놓을 만한 것이 별로 없는 내가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인 연세대학교의 교수로서, 또 교목으로서 일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내가 상위 2, 3%의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쁨과 보람을 거두면서 강의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내가 분에 넘치는 일터에서 이렇게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일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총과 도우심이라 생각하며 하나님께 감사하고, 또 찬양하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 읽은 요한복음 말씀은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옛 어부의 직업으로 돌아간 베드로를 찾아가 그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에게 새로운 사명을 부과하는 장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의 수제자로 인정받던 제자였습니다. 예수께서는 열두제자 가운데 세 사람만 따로 부르실 때는 언제나 베드로를 포함할 만큼 그를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이 알 수 없는 특별한 경험까지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수께서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고 질문하셨을 때, 베드로는 “선생님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라며 질문의 핵심을 짚어서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예수께서는 “너는 베드로다. 나는 이 반석 위에다가 내 교회를 세우겠다.”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이처럼 누가 보아도 베드로는 예수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제자였습니다.

그런 베드로가 스승 예수께서 체포되실 때 자신은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세 번이나 부인했습니다. 심지어는 그를 저주하면서까지 부인했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 베드로는 골고다 언덕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습니다. 스승 예수의 죽음보다 자신의 안위가 우선이었습니다. 당시 베드로는 예수께서 이스라엘의 왕권을 회복하실 것이라 기대했는데, 기대와 달리 무기력한 죽음의 자리로 나아가는 예수를 보고 실망해서 일찌감치 옛 직업, 어부의 자리로 복귀했습니다. 예수께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동일한 질문을 베드로에게 세 번 반복하셨던 것은 베드로가 당신을 세 번 부인한 것에 대해서 용서하고 회복하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베드로를 처음 부르실 때의 초심과 그를 향한 첫사랑을 결단코 잃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셨던 예수께서는 베드로의 사랑을 확인하신 후, “내 양을 치라.”고 말씀하시며, 그에게 사명을 부과하셨습니다. 갈 바를 알지 못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복음의 진리를 전함으로 풍성한 삶을 누리도록 이끌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께서 생전에 병든 자들을 고치시고, 귀신을 쫓아내고,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셨던 것처럼, 동일한 권위를 갖고 동일한 일을 계속 이어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에게 있어서 십자가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부활의 새로운 삶으로 이어지는 통과의례였음을 가르치라는 것이었습니다. 절망에 빠져 의기소침하게 생활하던 베드로에게 새로 주어진 사명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삶의 의미를 확인해 주셨고, 삶의 방향을 바로 설정하도록 이끌어 주셨으며, 사랑으로 삶의 에너지를 공급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베드로가 이 순간을 언제나 기억하며 죽을 때까지 예수께 충성했던 것을 성경과 교회 전승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베드로를 찾아주신 예수께서는 오늘 우리 연세인을 찾아오셔서 우리 연세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동일한 질문을 하십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나는 네가 일하는 연세대학교의 실제 주인이다. 내가 연세대학교를 알렌, 언더우드, 에비슨 등의 창립자들과 박서양, 윤동주, 오긍선, 백락준 등의 선각자들을 통해서 기독교의 정체성을 지닌 나의 대학으로 세웠다. 그리고 많은 사람 가운데서 특별히 너를 불러서 나의 청지기로 삼았다. 이제 너는 분에 넘치는 연세대학교로 불러준 나의 부름을 기억하고, 그때의 감동을 살려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니?”

“내가 다시 두 번째로 묻는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오늘 연세대학교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의 젊은이들 중 누구라도 오고 싶어 하는 대학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한민국은 지금 소위 한류로써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데, 너는 연세대학교가 한류를 이끄는 선도적인 대학인 것을 알고 있느냐? K-한식에는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한 백종원 대표가 있고, K-영화에는 사회학과를 졸업한 봉준호 감독이 있다. K-연예 쪽에는 춤을 잘 추는 지질학과 박진영 동문이 있고, K-문학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국문학과 한강 동문이 있다. 요즈음 복잡한 시국에서 K-민주주의라는 말까지 회자(膾炙)하고 있는데,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에서 절명(絶命)한 경영학과 학생 이한열 열사가 그 변곡점에 있다. 이처럼 세계에서 한류를 이끄는 자랑스러운 연세대학교를 너의 일터로 선물했는데, 너는 그에 상응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니?”

“내가 한 번 더 세 번째로 묻겠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너는 연세대학교의 교수 또는 직원으로서 대우받으며 비교적 풍성한 삶을 누리고 있다. 너는 연세대학교에서 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기회를 얻고 있음을 수시로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네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아낌 없이 제공했는데, 너는 나를 위해서 무엇을 주었니?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제는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너의 헌신으로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니? 지금까지는 연세대학교가 너의 자랑이자 명예였다면, 이제는 네가 연세대학교의 자랑이자 명예가 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니?”

이렇게 우리 연세인에게 사랑을 물으신 예수께서는 이제는 당신의 “양 떼를 치라.”고 계속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 연세인이 먹이고 치며 이끌어야 할 양 떼는 누구입니까?

첫째는, 인격적으로 성숙하게 지도해야 할 학생들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서, 필요한 지식은 컴퓨터와 Chat GPT, 유튜브 등에서 순식간에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은 고착된 지식을 전수하는 데 더 이상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교육은 지식을 다루는 지혜와 인간다움, 그리고 연세다움에 있어야 합니다. 우리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정말 우수합니다. 우리가 잘 가르치고 잘 도전하기만 하면, 그들은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자신을 성숙한 삶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철저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서 교육하고 연구하는 선생의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는, 누구나 우선적인 관심을 갖고 섬겨야 할 사회적인 약자로서의 이웃들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차별로 인해서 고통당하는 지극히 작은 사람들, 별 볼 일이 없는 사회적인 약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기업의 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 직원으로 위험하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동할 권리를 박탈당한 중증 장애를 지닌 장애인들이 있습니다. 이성애자들 중심의 세상에서 성정체성의 차이로 인해 마녀사냥을 당하는 성소수자들이 있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3D 업종에서 일하며 한국산업에 공헌하지만, 인간 이하로 취급당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의 억울함을 스스로 호소할 수 없는 사회적인 약자들을 편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전문인 봉사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는, ‘사랑의 빚’을 갚아야 할 지구촌 가족들입니다. 우리 연세대학교는 지구촌 가족들로부터 창립 이래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루이스 헨리 세브란스 씨의 기부금으로 최고의 설비를 갖춘 아시아 최대의 세브란스병원을 건축할 수 있었습니다. 존 티 언더우드 장로의 도움으로 명당 중의 명당인 신촌캠퍼스에 30만 평의 부지를 구입했고, 또한 언더우드관을 건축할 수 있었습니다. 챨스 스팀슨 씨의 기부금으로 스팀슨관을, 미국 감리교회의 지원으로 아펜젤러관을 건축할 수 있었습니다. 미8군의 지원 아래 세브란스병원 부지에 흉곽병원 제중원을 건축한 것을 기점으로 연세의료원은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연세대학교의 어느 것 하나도 국내외의 사랑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랑의 빚을 갚겠다’라는 마음으로 제3세계 가난한 나라들의 교육사업과 의료사업, 복지사업에 기꺼이 참여하는 글로벌 공헌자로서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제 말씀을 맺으려고 합니다. 지금 참석하고 있는 제55회 교직원수양회의 주제가 “사랑한다, 연세!”입니다. 연세가 우리를 먼저 사랑해서 교직원으로 불렀고, 우리가 최고의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연세를 사랑하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양 떼를 잘 치는 것이 연세를 사랑하는 길이라 할 것입니다. 이를 직시하고,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참 스승으로서, 사회적 약자인 이웃들을 제대로 섬기는 전문인 봉사자로서, 그리고 사랑의 빚을 되갚는 글로벌 공헌자로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최선의 것을 미리 준비해 놓으시는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께서, 언제나 최고의 성과를 거두도록 이끌어 주시는 여호와 닛시의 하나님께서 우리 연세의 주인이심을 인정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길로 담대하게 나아가는 우리 연세인 모두가 될 수 있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

정종훈 교수 (연세대학교 교목)

“사랑의 주님, 이미 넉넉한 사랑을 주신 당신께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질문하실 때, ‘예, 주님, 내가 주님을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우리 연세인을 이끌어 주십시오. 주님께서 우리 연세에 맡기신 모든 양 떼를 돌보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하는 우리 연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