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48

세수결손, 몰랐나 알았을까

그는 세수결손을 몰랐을까? 1. 22대 총선 며칠 전, 윤석열 대통령은 현 정부가 재정 건전성으로 물가를 잡았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서민들은 1만 원짜리 사과를 사먹어야 하는 세상에서 혼자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비현실적인 인식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다. 역시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정건전성' 발언은 새까만 거짓말임이 며칠 후 드러났다. 2. 정부가 총선 이튿날인 4월 11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87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하여 국가재정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3.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했듯이)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따른다. 첫째, 국가재정접 59조에 따르면, 국가재정결산보고서는 매년 4월 10일까지 감사원에 제출되어야 한다. 따라서 통상 4월 10일 이전 화요일에 열리는 국무회..

천공의 주술 정치, 박황희

[천공의 주술 정치] ㅡ 박황희 고대 교수 조선 후기 가야산 ‘묘암사’에는 석탑이 하나 있었는데, 이 석탑에는 송나라 황제 진상품인 용담승설차와 그 밖의 진귀한 물건이 소장되어 있었다. 바로 이 탑 자리에 묘를 쓰면 후손 중에서 왕이 두 명이나 나온다는 주술이 떠돌았다. 이 주술을 굳게 믿은 대원군은 묘암사를 사들여서 불을 질렀다. 그리고는 연천에 있던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그 석탑의 자리에 이장하였다. 그리고 석회벽을 두텁게 발라 도굴을 못 하게 하였다. 훗날 독일 상인 옵페르토가 도굴범 조직을 만들어 행담도에 배를 정박한 후 밤중에 몰래 도굴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도망갔던 역사가 있다. 주술의 효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원군은 고종과 순종 두 명의 후손이 왕이 되는 가문의 영광을 누렸지만, 며느리 민비에..

'불우이웃돕기'라는 무대 연기

1. 요즈음 가장 빈번하게 언론에 등장하는 한 정치인이 들어간 사진을 보면서 한국에서 회자되는 무수한 말 중에 문제를 담고 있는, 그러나 ‘미화’되는 구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불우이웃돕기.” 2. 이 구절은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특별한 명절에 ‘선행’을 독려하는 의미로 소환되곤 한다. 의도와 상관없이 ‘자선(charity)’의 문제점이 바로 이 구절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첫째, 누구의 시선으로 볼 때 “불우이웃”인가. 둘째, 그 불우이웃 “돕기”를 하는 ‘나·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이러한 “불우이웃돕기”라는 이름아래 진행되고 있는 행위는, 그 행위를 하는 ‘나·우리’는 ‘다행스럽게’ “불우이웃”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으며, 불쌍한 사람을 돕는 우..

서글픈 청빙 공고

조선시대에 어느 백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두 양반이 고기를 사러 왔습니다. “어이, 백정, 고기 한 근만 주소.” 먼저 온 양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두 번째 양반도 고기를 주문했습니다. “어이 박 서방, 고기 한 근만 주소.” 백정이 고기를 잘랐는데 첫 번째 양반이 보니 자기 것이 더 작았습니다. 불평이 쏟아집니다. “아니, 왜 저 사람 고기는 더 크고 내 고기는 작소?” 그때 백정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 그 고기는 백정이 잘랐고 이 고기는 박 서방이 잘랐습니다.” 옛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란 말이 있습니다. 말의 작은 토씨 하나로 웃을 수도 있고 기분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 믿는 성도나 목회자나 교회는 말 하나, 문자 하나도 격(格)이 있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올리는 글들..

취리히 개혁교회 권선종 목사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과 98학번이자 신학대학원 98기 권선종 목사는 장신대 대학원 역사신학을 전공하고, 2007년 스위스 정부 국비 장학생으로 스위스 바젤대학교(Universität Basel)에서 유학하였다. 이후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Philipps-Universität Marburg)를 거쳐, 2016년부터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Universität Zürich) 신학부 박사과정에서 하인리히 불링어의 그리스도인의 삶(Das christliche Leben bei Bullinger)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쓰고 있다. 권선종 목사는 팬데믹이 시작되는 2020년부터 개혁교회의 모교회인 취리히 주교회의 사역자로 협력할 방법을 모색하였다. 유래 없는 시도에 스위스 독일어권 교회 위원회는 반년만에 신학위원회..

갠지스 강

* 갠지스 강가를 여행하며 찍은 오정원 작가의 사진이다. 갠지스 강 ㅡ 이영춘 어스므레한 새벽녘 죽은 시체의 행진으로 공기도 흔들린다는 갠지스 강변의 골목길과 바자르 사원을 돌아 연등 하나씩 들고 배를 탄다 배 위에서 연등을 가만히 강에 띄운다 괴괴히 흐르는 영혼들의 머리 위에 강 가 여기저기 화장을 기다리는 시체들이 보인다 죽어서도 차례를 기다리는 꽁꽁 묶여서도 자유를 기다리는 장작더미 위에서 지극지글 타는 시체 한구가 보인다 새까만 얼굴, 툭 튕겨져 나와 있는 두 발, 작년 가을 마흔 살에 생을 마감한 내 동생 얼굴이다 불꽃이 튄다 공기가 흔들린다 숨이 멎는 한 순간, 갠지스강 강물도 멎어 있었다

히말라야의 새

히말라야의 새 ㅡ 류시화 히말라야 기슭 만년설이 바라보이는 해발 이천오백미터 고지대의 한적한 마을에서 한낮의 햇살이 매서운 눈처럼 쏘아보는 곳에서 나는 보았다 늙은 붉은머리 독수리 한 마리 먹이를 찾아 천천히 공중을 선회하다가 까마귀 몇 마리에게 습격당하는 것을 원래는 자신의 영토였으나 이제는 까마귀들의 하늘이 된 곳에서 홀로 고독하게 날던 붉은머리 독수리 까마귀들의 집중 공격에 잠신 균형을 잃고 마을의 지붕들 위로 추락할 뻔했다 그러나 붉은머리 독수리는 초연하게 피할 뿐 까마귀들에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다 히말라야 고산지대 만년설의 힌 눈을 배경으로 더욱 검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까마귀들은 늙은 붉은 머리 독수리를 얍잡아 보고 사방에서 겁 없이 덤벼들었다 그때 나는 보았다 독수리의 눈빛이 한순간 힌 눈에..

불교 신자가 본 예수

불교 신자가 본 예수 우리는 사랑의 화신으로 살다간 '남수단의 슈바이처'라 불린 고(故) 이태석 신부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를 알고 있다. 그 영화에 이어 이란 이름으로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이태석 신부가 48세에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지 10년 뒤, 어린 제자들이 성장하며 벌어진 기적을 조명한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를 연출한 구환 감독은 기독교도 천주교 신자도 아닌 불교 신자였다. 그는 은퇴 자금을 털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불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카톨릭 사제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를 연이어 제작한 것이다. 그는 시사 고발 PD 출신임에도 따뜻한 사랑을 담은 영화를 제작한 이유를 말했다. “영화 에 이어서 영화 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특별히 있었나요?” “이태석 신부의 형, 이태영 신부..

언제나 현재에 집중한다면

며칠째 초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제주 한라산에선 많은 눈이 내려 쌓였다. 때 이른 추위는 오늘 낮부터 누그러지겠다. 수능일인 목요일에도 큰 추위는 없겠지만.. "언제나 현재에 집중할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 파울로 코엘료 🌸오늘이라는 좋은 날에🌸 ​ - 인애란 - 청명한 아침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울었던 적이 있다.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물결이 너무나 아름다워서였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내게 두 눈이 있어 눈부신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넘칠 듯이 감사해서 울음이 쏟아졌다. 매일 같은 날을 살아도 언제나 같은 하루가 아니다.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느낌이 절절해지는 날이 있다. 자칫 무감각하고 습관적으로 흘러갈 수도 있을 삶에서 잠자는 의식을 깨우는 치열한 그 무엇이 일어난다는 것. 분명..

회복적 사법을 아십니까?

11월 둘째 주는 '경찰 교정 선교주일'로 지킵니다. 시론으로 몇 자를 적었습니다! 회복적 사법(경찰, 교정)을 아십니까? 11월 둘째 주일은 총회가 제정한 ‘경찰 교정 선교주일’이다. 그런데 교회 중에 지키는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경찰 교정 선교에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총회는 “주여! 이제 회복하게 하소서.”를 주제로 제105회기를 시작하였다. 총회가 앞장서 예수의 복음으로 코로나 19로 얼어붙은 사회를 바로 섬김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교단이 되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서 한국교회가 민족의 희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총회는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 10년’(2012~2022)을 추진해 오고 있다. 첫해 2012년에 “그리스도인, 작은 이들의 벗”이라는 주제로 제97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