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최낙원 박사의 이야기

ree610 2023. 1. 24. 08:28

강남 ㅇㅇ병원장 최낙원박사의 실화 ㅡ

60년대 겨울, 서울 인왕산 자락엔 세칸 초가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가난에 찌든 사람들이 그날그날 목숨을 이어갔다.

이 빈촌 어귀에 길갓집 툇마루 앞에 찜솥을 걸어 놓고 만두 쪄서 파는 조그만 가게가 있었다.

쪄낸 만두는 솥뚜껑 위에 얹어 둡니다.

만두소 만들고 만두피 빚고 손님에게 만두 파는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하는 만두가게 주인 이름은 순덕 아지매였다

입동 지나자 날씨가 제법 싸늘해졌다.

하루도 빠짐없이 어린 남매가 보따리를 들고 만두가게 앞을 지나다가 추위에 곱은 손을 솥뚜껑 위에서 녹이고 갔다.

어느 날 순덕 아지매가 부엌에서 만두소와 피를 장만해 나갔더니 어린 남매는 이미 떠나서 골목길 끝자락을 돌고 있었다.

얼핏 기억에 솥뚜껑 위에 만두 하나가 없어진 것 같았다,

남매가 가는 골목길을 이내 따라 올라갔다.
저 애들이 만두를 훔처 먹은 것 같아 혼을 내려고 했었다.

그때 꼬부랑 골목길을 막 쫓아 오르는데,
아이들 울음소리가 났다.

바로 그 남매였다,
흐느끼며 울던 누나가 목 멘 소리로 말했다.
"나는 도둑놈 동생을 둔 적 없어.
이제부터 누나라고 부르지도 말아라."

예닐곱 살쯤 되는 남동생이 울며 말했다.
"누나야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담 옆에 몸을 숨긴 순덕 아지매가 남매를 달랠까 하다가 더 무안해 할 것 같아 가게로 돌아 왔다.

이튿날 남매가 골목을 내려와 만두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누나가 동전 한 닢을 툇마루에 놓으며 말했다.
"어제 아주머니가 안 계셔서 외상으로 만두 한 개 가지고 갔구먼요."

어느 날 저녁 나절 보따리 들고 올라가던 남매가 손을 안 녹이고 지나 치길래 순덕 아지매가 남매를 불렀다.
"얘들아 속 터진 만두는 팔 수가 없으니 우리 셋이서 먹자꾸나."

누나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맙습니다만 집에 가서 저녁을 먹을래요."하고는
남동생 손을 끌고 올라 가면서
"얻어 먹는 버릇 들면 진짜 거지가 되는 거야. 알았니 ?" 하는거였다.

어린 동생 달래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찬바람에 실려
순덕 아지매 귀에 닿았다.

어느 날 보따리를 또 들고 내려가는 남매에게 물었다.
"그 보따리는 무엇이며 어디 가는 거냐 ?"

누나 되는 여자 아이는 땅만 보고 걸으며
"할머니 심부름 가는 거예요."
메마른 한마디 뿐이었다.

더욱 궁금해진 순덕 아지매는 이리저리 물어봐서
그 남매 집사정을 알아냈다.

얼마 전 이곳 서촌으로 봉사에 가까운 할머니와 어린 남매, 세 식구가 이곳으로 이사와 궁핍 속에 산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할머니 바느질 솜씨가 워낙 좋아서 종로통 포목 점에서 바느질 꺼리를 맡기면 어린 남매가 타박타박 걸어서 자하문을 지나 종로 통까지 바느질 보따리를 들고 오갔다.

남매의 아버지가 죽고 나서 바로 이듬해 어머니도 유복자인 동생 낳다가 그만 모두 이승을 갑자기 하직했단다.

응달 진 인왕산 자락 빈촌에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남동생이 만두 하나 훔친 이후로도 남매는
여전히 만두가게 앞을 오가며 다니지만.

솥뚜껑에 손을 녹이기는 고사하고
아예 고개를 돌리며 외면하고 지나 다녔다.

"너희 엄마 이름 봉임이지 신봉임 맞지 ?"

어느 날 순덕 아지매가 가게앞을 지나는 남매를 잡고 물었다. 깜짝 놀란 남매가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 본다.

"아이고 봉임이 아들딸을 이렇게 만나다니
천지 신명님 고맙습니다."

남매를 꼭 껴안은 아지매 눈에 눈물이 고였다.

"너희 엄마와 나는 어릴 때 둘도 없는 친구였단다.
우리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너희 집은 잘 살아 인정 많은 너희 엄마는 우리집에 쌀도 퍼담아 주고 콩도 한 자루씩 갖다 주었단다."

그날 이후 남매는 저녁 나절 올라갈 때는
꼭 만두가게에 들려서 속 터진 만두를 먹고, 순덕 아지매가 싸주는 만두를 들고 할머니께 가져다 드렸다.

순덕 아지매는 동사무소에 가서 호적부를 뒤져
남매의 죽은 어머니 이름이 신봉임 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그 이후로 만두를 빚을 때는 꼭 몇개는 아예 만두피를 일부러 찢어 놓았다.

인왕산 달동네 만두 솥에
속 터진 만두가 익어갈 때 만두 솥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30여 년 후 어느 날 만두가게 앞에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서고 중년신사가 내렸다.

신사는 가게 안에 꾸부리고 만두 빗는 노파의 손을 덥석 잡는다. 신사는 눈물을 흘리며 할머니를 쳐다봅니다,

"누구 이신가요 ?"

신사는 할머니 친구 봉임의 아들이라고 말한다.

만두집 노파는 그때서야 옛날 그 남매를 기억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그가 바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명문 미국대학 유학까지 다녀와 병원 원장이 된 봉임의 아들 최낙원 원장이다.

이 글을 읽고 오늘도 감동의 눈물로 하루를 출발합니다.

누나의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품격 있는 가치관,
그리고 만두가게 주인의 고상한 품격에 고개 숙여집니다.

화려한 학력과 경력이 과연 이들의 삶에 비교 우위에 있었을까요 ?
우리 주변에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훗날 쓰여질 수 있는 일들이 혹시나 나와 주위에 있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아이들도 모두 이처럼 성장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내 이웃은 누구인가 ?
내 친구는 누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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