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533

램브란트와 괴테

램브란트와 괴테 17세기 네덜란드, 부자들의 비위만 잘 맞추면 유능한 화가가 돈을 벌기는 쉬운 세상이었다. (지금의 대한민국도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램브란트는 고객의 주문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눈에 비친 모습대로 초상화를 그렸다. 그러자 부유한 고객들은 실망하였고, 마침내는 그를 외면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천재화가의 예술적 자아를 이해하지 못했다. 렘브란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했다. 그 점에 이 화가의 장기가 있었다. 말년에 그린 한 폭의 집단초상화에는 포목상 길드의 조합원들이 등장한다. 탁자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은 다섯 명의 가난한 상인들이었다. 성실한 태도를 견지하며 평범한 일상에 만족하는, 보통사람들의 진면모를 파악한 것으로 평가된다. 램브란트는 ..

모리아/삶 2021.09.18

내게 이런 삶을 살게 하여 주소서

♡ 내게 이런 삶을 살게 하여 주소서 ♡ - 이해인 - ​ 연약할 때 자기를 알고 힘을 기를 줄 아는 여유와 두려울 때 자신을 잃지 않는 대담성과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 하지 않고 태연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을 갖게하여 주소서. ​ 사리를 판단할 때 고집으로 인하여 판단을 흐리지 않게 하고, 생각하고 이해하여 사심이 없는 판단을 하며 또한 평탄하고 안이한 길만이 삶의 전부라 생각치 말게 하고, ​ 고난에 직면할 때 분투 노력할 줄 알며 패자를 관용할 줄 알도록 가르쳐 주소서. ​ 마음을 항상 깨끗이 하고 목표는 높이 설정하되 남을 정복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릴 줄 알며, ​ 장래를 바라봄과 동시에 지난 날을 잊지 않게 하여 주소서. ​ 이에 더하여 삶을 엄숙하게 살아감은 물론 유머를 ..

모리아/삶 2021.09.06

구월이 오면

♡ 구월이 오면 ♡ ㅡ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모리아/삶 2021.08.30

다음세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교회에서 다음 세대가 줄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교회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다음 세대에 대한 많은 염려들이 나왔고, 최근에 저출산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서 청년 이하 인구의 감소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게다가 기독교 신앙은 유지하면서도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들도 계속 늘어나면서 교회 안에서 이들의 빈 자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교회는 빠르게 노쇠화가 진행될 것이고 선교 역량 약화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역할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신앙의 전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한국 교회의 존속 자체가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다음 세대들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모리아/삶 2021.08.21

메타버스(metaverse)

유년시절 학교에서 미래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미술시간이 있었다. 모두가 갖고 있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기발한 그림을 완성하곤 했다. 그 중에는 몸집보다 머리가 더 큰 사람을 그려놓고 미래의 사람의 모습이라고 설명한 친구도 있었고, 우주를 마음대로 떠도는 그림을 그린 친구도 있었으며, 태양에서 발생하는 무한 에너지를 활용하는 생각, 인간의 생각대로 움직이며 숙제를 해결해 주는 로버트 등 어린 마음으로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미래 사회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당시는 황당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오늘에서 보면 과거에는 황당하다고 생각해던 일들이 현실이 되는 경우를 보게된다. 인간이 우주를 마음대로 떠도는 상상은 오늘의 우주여행이라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

모리아/삶 2021.08.20

삶이란 지나고 보면

삶이란 지나고보면 ㅡ 용 혜원 젊음도 흘러가는 세월 속으로 떠나가 버리고 추억 속에 잠자듯 소식 없는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서럽게 흔들리는 그리움 너머로 보고 싶던 얼굴도 하나둘 사라져 간다. 잠시도 멈출수 없는것만 같아 숨 막히도록 바쁘게 살았는데 어느 사이에 황혼에 빛이 다가온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흘러가는 세월에 휘감겨서 온 몸으로 맞부딪히며 살아왔는데 벌써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휘몰아치는 생존의 소용돌이 속을 필사적으로 빠져나왔는데 뜨거웠던 열정도 온도를 내려놓는다. 삶이란 지나고 보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는 한순간이기에 남은 세월에 애착이 간다.

모리아/삶 2021.08.09

야산 안인철 목사 1주기에

+ 가난한 목사를 애도함 + -야산(野山) 안인철 목사 1주기에 박철 이 세상 아름다운 모든 것들은 그 생명이 짧아야 하는 이유라든가 생명의 짧음이 아름다움의 참 원인인지를 더 이상 묻지 않게 되었을 때에야 가난은 부끄럼이나 불편함이 아니라는 확신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진실로 고통을 스승으로 삼고 가난함을 애처로 삼고 비천함을 집으로 삼는 사람이었다 평안할 때보다 고통 속에 참된 진리를 추구하고 높은 자리 좋아하지 않고 어깨 힘주고 거들먹거리는 부보다 가난함을 사랑하는 아내처럼 항상 곁에 두고 늘 겸비하여 낮은 자리에 처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언제나 가난한 자들과 소수자 편에 서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눈팔지 않고 자기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그와 산행을 하거나 여행을 하게 되면 언제나 허드렛일을 자청했..

모리아/삶 2021.08.09

나무

나무 ㅡ 조이스 킬머 지금은 황혼 나무처럼 사랑스런 시를 이전에는 보지 못했네. 단물이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에 목마른 입술을 대고 있는 나무. 온종일 *하나님을 바라보며 잎에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 여름에는 제 머리칼에 지빠귀새 둥지를 틀게 하고 눈이 내리면 안아주고 여름비하고도 친하게 지내는 나무, 시는 나 같은 바보가 쓰지만 나무를 기르는 건 오직 하나님뿐이시네. * 원문에는 하느님이라고 쓰여 있음

모리아/삶 2021.08.06

사랑할 수 없으면 그냥 두라

사랑할 수 없으면 그냥 두라 ㅡ 곽 노순 사랑할 수 없으면 사랑해야 한다는 관념을 버려라. ’공부해 남 주냐?’ 하는 말과 같이 사랑해서 유익한 자는 당사자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할 수 없다면 그 유익을 얻지 못했을 뿐 그것을 또 다른 가책의 짐으로 만들지는 말아라! 사랑에 선행될 자질이 아직 갖추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가지와 잎이 돋지 않았는데 어떻게 꽃을 기대하랴? 그러므로 사랑할 수 없다면 그만 두어라. 사랑할 수 없다면 혼자라도 기뻐하라. 기뻐할 수 없다면 슬퍼하라. 슬퍼할 수 없다면 절망하라. 절망할 수 없다면, 이미 죽은 고기로 떠내려 가는 줄이나 알라. 죽은 생선인 줄 알면 자신에 대한 연민이 일테고 절망하면 자신에게 분개할 수 있고 슬퍼하면 정결케 되고 기뻐하면 함께 나눌 마음이 생기고 ..

모리아/삶 2021.07.29

노회찬 님의 3주기 추모

벌써 3년. 노회찬 대표님이 떠나셨던 그 해 여름도 참 무더웠습니다. 국회 영결식에 함께했던 조문객들께서 흐르는 땀에 눈물 콧물을 닦아내느라 분주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든 자리보다 난 자리가 큽니다. 여지없이 부재가 존재를 더 크게 증명합니다. 최근 들어 우리 정치가 국민들을 유쾌하게 했던 적은 언제였나 돌아보면 그렇습니다. 답답한 때마다 명철한 비유로 현안을 정리해주시던 모습도 그립습니다. 늘 부러웠습니다. 저보다 훨씬 더 세상을 사랑하고 보통사람의 설움에 분노하셨을 노 대표님입니다. 그러나 '노회찬의 정치'에는 언제나 웃음과 따뜻함이 그윽했습니다. 좌충우돌하던 저에게는 늘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단 한 번도 국민을 가르치려 들지 않으셨습니다. 농부가 밭을 탓하지 않듯, 절대 대중과 싸우지 않아야 한다..

모리아/삶 2021.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