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533

행복

[행복] ㅡ 헤르만 헤세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한 너는 행복할 만큼 성숙해 있지 않다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 모두 네 것일지라도 잃어버린 것을 애석해 하고 목표를 가지고 초조해하는 한 평화가 어떤 것인지 너는 모른다 모든 소망을 단념하고 목표와 욕망도 잊어버리고 행복을 입 밖에 내지 않을 때 행위의 물결이 네 마음에 닿지 않고 너의 영혼은 비로소 쉬게 된다

모리아/삶 2022.01.20

맨 먼저 핀 꽃

맨 먼저 핀 꽃 ㅡ 헤르만 헤세 시냇가에 요 며칠 사이 빨간 수양버들에 이어 수없이 많은 노란 꽃이 황금빛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오래전에 순진함을 잃은 나의 속 깊숙이에서 추억이 내 생애의 황금빛 아침 시간을 휘젓고 꽃의 눈으로 환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다가가서 꺾고 싶었지만 그것들 모두 그냥 그대로 두고 한 늙은이,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

모리아/삶 2022.01.19

그릇

ㅡ 장 길삽 파아란 색 그릇에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음식을 담는다 다양한 색깔과 다양한 냄새, 다양한 맛을 담는다 그러면서도 그 그릇은 언제나 파아란 색이다 내 마음이라는 그릇에는 때에 따라 너무도 다양한 음식이 담겼다가 사라진다 바로 감정이라는 음식이다 색깔은 알아차림이요 냄새는 욕망이며 맛은 경험해야할 신비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의 그릇은 언제나 파아란 색이다 바로 나의 성(性), 성품이다 도자기 그릇은 뜨거운 불에 두세번 구어져야 음식에 물들지 않는다 연약한 영혼은 뜨거운 불에 두세번 구어져야 감정에 물들지 않는다 고생이 바로 불이다 그 불(佛) 속으로 들어감이 십자가요 다시 나옴이 부활이다 그래서 불같은 성령을 내려달라고 애걸할 필요가 없다 이미 내 삶에 넘쳐나기 때문이다 다..

모리아/삶 2022.01.10

결식아동 급식비 현실화, 아동이 눈칫밥 먹지 않게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배고팠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만큼 배곯는 설움이 뇌리에 깊이 남는다는 뜻이겠지요. 한여름과 한겨울의 등하굣길은 추위와 더위보다 배고픔이 더 힘든 길이었습니다. 경기도지사 시절 결식아동의 먹거리 기본권 보장에 집중한 이유입니다. 최소한 먹는 것 때문에 서러운 사람은 없도록 만드는 것이 행정의 주요 목표였습니다. 경기도의 결식아동 급식비는 6,000원으로 서울·대전과 함께 광역단체 중 가장 높았지만, 아이들의 선택권을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 7,000원까지 높였습니다. 카드 사용처가 적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이 있다는 말에 3,500여 곳에 불과하던 일반음식점 사용처를 18만 여 곳으로 대폭 확대했습니다. 기왕 먹는 밥, 공연히 눈칫밥 먹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급..

모리아/삶 2021.12.31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서 배울 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서 배울 점 1. 2022년 봄, 한국에는 대선이 있어요. 과연 어떤 분이 차기 대통령으로 뽑힐지 모르겠습니다만, 기대반 우려반입니다. 새 대통령은 21세기의 기후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고, 불안정한 한반도에 평화를 보다 완전하게 정착해야 합니다. 나아가 그에게는 제4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의 입지를 현저히 개선해야할 중차대한 사명도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의 신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동분서주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혼신의 힘을 쏟아, 절체 절명의 국가적 위기를 탈출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지뢰밭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20대 신임 대통령의 책무일 테니까 감히 축하드린다는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20대 한국 대통령은 뱃심이 든든해서 위기..

모리아/삶 2021.12.23

송구영신(送舊迎新)을 하려면

송구영신(送舊迎新)을 하려면 어린 동생이 형에게 묻습니다. “형, 내일은 언제 와?” 형이 친절하게 일러줍니다. “응, 하룻밤 자면 와.” 하룻밤 자고 난 동생이 묻습니다. “형, 오늘이 내일이야?” 그러자 잠시 생각하던 형이 심각하게 그럽니다. “동생아, 내일은 없다!” 막연히 내일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내일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일을 기다립니다. 왜 그럴까요? 송구, 보내버리고픈 게 있습니다. 벗어나고픈 게 있습니다. 2021년을 살면서 그 고달팠던 것들, 그 애달팠던 것들, 속앓이하고, 힘들었던 것들, 다 보내버리고 싶습니다. 정말 송구(送舊)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송구를 말하는데, 영구가 생각납니다. 한때 우리들을 즐겁게 해 주었던 코미디 속의 영구가 생각납니다. ‘영구 없다~’..

모리아/삶 2021.12.16

그 사람을 다시 보십시오

♡ 그 사람을 다시 보십시오 ♡ - 정 철 - 산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산에 올라 산을 다시 보면 아름답지 않은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예전엔 아름다웠던 사람이 더이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과 그 사람의 거리가 그만큼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가까워지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나 그 사람을 다시 보십시오 처음 그 사람을 만나 눈을 떼지 못했던 그만큼의 거리에서.

모리아/삶 2021.12.09

기러기

기러기 ㅡ 메리 올리버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백 마일, 후회 따윈 없어, 몸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절망을 말해보렴, 너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테니.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러면 태양과 비의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내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모리아/삶 2021.12.08

마음을 볼수 있는 또 다른 마음

♡ 마음을 볼수 있는 또 다른 마음 - 유지나 - 언어는 참 중요하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가운 말 한마디에 화가 나기도 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에 행복해지기도 한다 차가운 말 한마디에 등을 돌리기도 하고 고마운 말 한마디에 정이 쌓이기도 한다 말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마음이다

모리아/삶 2021.12.07

사랑은 함께 가는 것

사랑은 함께 가는 것 - 남 낙현 - 캄캄한 밤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보다는 등불이 없어도 함께 걸어갈 누군가가 더 필요합니다 내를 건너는 사람에게는 다리를 안전하게 건너게 하는 징검다리보다는 징검다리가 없어도 함께 발 벗고 건너갈 누군가가 더 필요합니다 나는 당신을 만난 후부터 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리아/삶 202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