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심리적 CPR(심폐소생술) -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
발표자 : 모리아교회 목사 이 인 철
저자는 일상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이 질문이 ‘심리적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1. 사람을 그림자 취급하는 사회적 공기
사람은 자기 존재 자체가 주목을 받지 못하면, 누구나 허기와 심한 결핍이 생긴다. 존재에 대한 주목이 삶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질주하다 보면 현실에선 쓸모도 없는데 사이버 세상에선 다 가진 자처럼 되기 십상이다. 마음의 영역에 이런 일들이.
내 삶의 의미 있는 사람을 만나야만 사람은 존재의 근원적인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존재의 근원적 불안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래야 살아갈 힘의 최소한 안정 기반이 된다.
전문가와 만나도 내 존재 자체에 집중하고 주목해 주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러면 정말 힘들 때 어디서,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우선 절박하게 필요한 도움을 전문가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줄 수 있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내게 필요한 도움이 어떤 것인지 그 실체를 아는 게 중요하다.
필요한 것이 뭔지 분명해지면,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구할지는 저절로 알게 된다.
2. 공감의 외주화, ‘남에게 맡겨버린 내 마음’
a)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 : 중2 아들의 사례에서 상담 교사나 엄마는 전문가를 찾기보다 우선 아이를 만나야 한다. 아이의 존재 자체에 자신의 눈을 맞춰야 한다. 또 엄마든 교사든 제일 먼저 할 일은 아이에게 눈을 포개고 아이에게 묻는 것이다.
질병이 아닌 일상의 영역에선 사람에 대한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반응이 때로 가장 효과적인 치유다. 어떤 고통을 당한 사람에게라도 그 고통스러운 마음에 눈을 맞추고 그의 마음이 어떤지 피하지 않고 물어봐줄 수 있고, 그걸 들으면서 이해하고, 이해되는 만큼만 공감해 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도움이 되는 도움이다.
b) 이미 일상에 가까워진 ‘죽음 충동’ : 우리나라 직장 생활의 본질은 고된 감정 노동에 속한다. 갑질을 견디는 것이 사회생활의 본질이 되어간다. 우리 사회에서 죽음이나 죽음 충동은 삶의 평범한 일부가 됐다. “죽고 싶다”고 말하는 이를 봤을 때, 어느 상황인지 분명해질 때까지 두려워하지 말고 차분히 물어봐야 한다. 누군가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스스로도 자기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를 뚜렷이 알게 되기도 한다.
어떤 것을 묻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죽고 싶다는 마음을 비쳤는데도 그 고통이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외면되지 않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c) 전문가에게 너무 기대지 마라 : 일상의 회복이나 일상적 교감에 집중하지 않고 전문가적 치유에만 기대려는 행위가 ‘일상의 외주화’다. 그 결과의 모습은 예를 들어, 내 삶의 고통과 외로움이 우울증이라는 의사의 진단 영역으로 한계가 지어지는 순간 내 존재 자체는 소외되고 우울증 환자 일반으로 대상화되기 쉽다. ‘정서적 소외 발생’
3. 우울은 삶의 보편적 바탕색
a) 우울과 무력감은 삶 그 자체일 뿐, 병이 아니다 : 인간의 마음이나 감정은 날씨 같다. 감정은 병의 증상이 아니라 내 존재의 내면을 알려주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우울은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높고 단단한 벽 앞에 섰을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 반응이다. 우울은 질병이 아니라, 삶의 보편적인 바탕색이다. ‘우울은 삶이다.’
b) 나의 모든 감정은 내 삶의 나침판 : 누구도 혼자 넘기 어려운 가파른 언덕에서, 어떤 태도로 서로를 대할 것인지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허둥지둥 전문가를 찾는 일보다 먼저여야 우리의 삶은 편안할 수 있다. ‘죄의식과 무력감’의 연대가 해낸 일! 우리가 겪는 감정은 삶의 나침판이다. 약으로 없앨 하찮은 것이 아니다. 약으로 무조건 눌러버리면 내 삶의 나침판과 등대도 함께 사라진다. 감정은 내 존재의 핵이다.
4. ‘나’가 희미해질수록 존재 증명을 위해 몸부림친다. - 존재 자체만으로 자신에게 주목해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살 수 있다. 생존의 최소한 조건이다.
a) 삶이 방전된 이들의 더 강한 ‘나’를 세우려는 행동들 : 자기 소멸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인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전에 저항한다. 내 존재 증명을 필사적으로 시도한다. 몸을 던진다. 생의 마지막 본능이다.
b) 진단의 휴지통이 되어가는 우울증 : 현재의 의료 현실에서 우울증 진단은 너무 쉽게 내려진다. 그 진단을 내릴 때는 원인은 묻지도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을 중심으로 하고 진단이 확정되면 갑자기 우울증은 생물학적 원인으로 생기는 약물치료가 치료의 전부인 것처럼 말한다. 약물이 우울증 치료의 전부를 책임질 수는 없다.
c) 자기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 존재가 소멸된다는 느낌이 들 때 가장 빠르게 내 존재를 확인하고 증명하는 방법이 폭력이다. 폭력은 자기 존재감을 극대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누군가에게 폭력적인 존재가 되는 순간 사람은 상대의 극단적인 두려움 속에서 내 존재감이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걸 느낀다. 그러면 존재의 소멸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곳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5. 사라져가는 ‘나’를 소생시키는 심리적 CPR – 그의 ‘나’에 초집중하고 그의 ‘나’를 자극해서 그가 ‘나’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정확히 자극하는 것이다.
a)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 특별한 위로나 조언을 할 필요 없이 묻고, 듣는다.
b) 심리적 CPR을 행해야 하는 정확한 위치는 :
심리적 CPR은 ‘나’라는 존재에만 집중해야 한다. 심리적 CPR은 ‘나’처럼 보이지만 ‘나’가 아닌 많은 것들을 젖히고 ‘나’라는 존재 바로 그 위를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내 느낌이나 감정은 내 존재로 들어가는 문이다. 느낌을 통해 사람은 진솔한 자기 존재를 만날 수 있다. 느낌에 민감해지면 내 존재를 더 수월하게 만날 수 있다.
c) ‘충조평판’ 날리지 말고 공감하라 :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충조평판)’을 하지 말라.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지금 그의 마음이 어떤지를 물어봐야 한다. 자기 존재에 주목하는 사람이 존재함을 확인하는 것이 치유의 요인이다. 말이 아니라, 내 고통에 공감함이 치유의 핵심이다. 그렇게 해주는 그 ‘한 사람’이 있으면 사람은 산다.
d) 누구나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 누구든지 결정적인 치유자가 될 수 있다. 심리적 CPR이란 결국 그의 ‘나’가 위치한 바로 그곳을 정확하게 찾아서 그 위에 장대비처럼 ‘공감’을 퍼붓는 일이다. 사람을 구하는 힘의 근원은 ‘정확한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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