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1429

오래된 한 생각 -김용택- 어느 날이었다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고

[오래된 한 생각] -김용택- 어느 날이었다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나는 이런 생각을 오래 하였다

모리아/시 2024.08.13

당신 나 만나서 행복했나요 -양애희- 뿌리의 인연으로 만나 줄기의 만남으로 운명을 맺고 꽃으로 피어난 사람아 꽃잎처럼 별처럼..

[당신 나 만나서 행복했나요] -양애희- 뿌리의 인연으로 만나 줄기의 만남으로 운명을 맺고 꽃으로 피어난 사람아 꽃잎처럼 별처럼 하늘로 적셔오는 당신 나 만나서 행복했나요 꽃에서 꽃으로 풀에서 풀로 생(生)앞에 서면 불꽃처럼 피어 오르는 내 안의 목숨과도 같은 당신 나 만나서 행복했나요 가슴 바다 저 깊은 곳까지 떨게 할 내 생애 못잊을 이 우주상 단 한사람 당신 나 만나서 행복했나요 눈물버섯처럼 가만히 싸안고 사랑안 출렁이는 가슴 비밀번호 똑같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 나 만나서 행복했나요 온세상 붉게 칠할만큼 당신 처음 내 안에 살림 차린 그 순간부터 벅찬 설레임으로 난 당신 만나 행복했는데

모리아/시 2024.08.12

너에게 무엇을 주랴 -김용화- 나는 가난하여 너에게 줄 것이 없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나의 소유물이 아니므로 너에게 무엇을

[너에게 무엇을 주랴] -김용화- 나는 가난하여 너에게 줄 것이 없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나의 소유물이 아니므로 너에게 무엇을 주랴 마음이야 바다를 모두 내어주고 마음이야 대지를 모두 주고 싶다만 너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모두 주고 싶다는 마음뿐 그것이 설사 목숨이라도 어찌할 것인가 주고 얻을 수만 있다면 내 마음을 모두 주고 너의 마음 한 조각만 얻고 싶다

모리아/시 2024.08.11

살아 있다는 것 - 용혜원 -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놀랍고 감사한 일인가 살아 있다는 것은 가슴 뭉클하도록 감사한 일이다..

[살아 있다는 것] -용혜원-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놀랍고 감사한 일인가 살아 있다는 것은 가슴 뭉클하도록 감사한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축복이다 찬란한 햇살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희망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모리아/시 2024.08.10

동심초 -김억-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동심초] -김억-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 덧없어 만날 길은 뜬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 가곡 동심초로 더 유명한 이 시는 김억이 당나라 여류시인 설도가 지은 5언절구시 [춘망사(春望詞)] 제3수를 번역한 시이고 김성태가 곡을 붙였다. 동심초는 꽃도 아니고 풀도 아니다. 혼례에서 쓰이는 한마음으로 맺는다는 의미를 가진 매듭을 '동심결'이라고 하는데 영원한 사랑의 징표로 풀이나 실로 풀어지지 않게 엮어서 만든다고 한다. '동심결'을 빗대어 '동심초"라고 했을 것이다.

모리아/시 2024.08.09

평범한 당신이 너무나 좋습니다 -백창우- 평범한 당신이 너무나 좋습니다 평범한 당신이 너무나 좋습니다 연예인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평범한 당신이 너무나 좋습니다] -백창우- 평범한 당신이 너무나 좋습니다 평범한 당신이 너무나 좋습니다 연예인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탤런트처럼 유능하지 못해도 당신이 좋습니다 수수하고 귀여운 그 얼굴이 부담 없이 좋습니다 달변가처럼 미사여구가 없어도 의상모델처럼 그 옷이 빛나지 않아도 꾸밈없는 당신이 하얀 눈처럼 맑아 내 마음을 기쁘게 합니다 요리사처럼 그 음식이 독특하지만은 않아도 전문직여성처럼 그 지식이 많지 않다 하여도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사랑이 있어 행복합니다 가장 외롭고 가장 필요할 때 내 곁에 있어주는 당신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평범한 당신이 나는 너무나 좋습니다

모리아/시 2024.08.08

마음도 풍경이라면 -남유정- 초록빛 들에 흐르는 물길 하나 흘려 놓겠습니다 서로 바라보며 나부끼는 나무 몇 그루도 심을까요?

[마음도 풍경이라면] -남유정- 초록빛 들에 흐르는 물길 하나 흘려 놓겠습니다 서로 바라보며 나부끼는 나무 몇 그루도 심을까요? 나무가 그늘을 만들면 나는 그 아래 추억을 쌓겠습니다 추억이 익어가는 소리 들려 올 때 쯤이면 기쁨이 슬픔이고 슬픔이 기쁨인 줄도 알겠습니다 뜬금없이 허공에 창 하나 내고 그 창으로 잣나무 사철푸른 사이사이 하늘도 내려오게 하겠습니다 하늘이 내려올 때 별도 달도 함께 오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이 하나의 풍경이라면 행여 그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오실 그대 그대 마음의 풍경도 고스란히 옮겨 놓고 싶습니다

모리아/시 2024.08.07

내가 그대에게 다가가듯 -홍관희- 내가 그대에게 다가가듯 그대가 내게로 다가온다면 무엇이 우리를 더 가로막겠느냐

[내가 그대에게 다가가듯] -홍관희- 내가 그대에게 다가가듯 그대가 내게로 다가온다면 무엇이 우리를 더 가로막겠느냐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우리의 소망이 길을 가듯 보이지 않는 그대가 보이는 내게로 달려온다면 우리는 이미 하나가 아니겠느냐 어둠속에서도 길이 제 길을 가듯 우리가 얼지 않는 물이 되어 서로를 향해 뜨겁게 흐른다면 사랑이 어찌 아득한 메아리로 놀고 우리가 어찌 수평선으로 만나지 않겠느냐 내가 그대에게로 다가가듯 그대가 내게로 다가온다면 우리는 마침내 하나의 길이 되어 더욱 빛나는 그리움을 걸을텐데 끝모를 새벽길 밝힐 수 있을텐데

모리아/시 2024.08.06

나는 기쁘다 -천양희- 바람결에 잎새들이 물결 일으킬 때 바닥이 안 보이는 곳에서 신비의 깊이를 느꼈을 때 혼자 식물처럼 잃어버린 것과

[나는 기쁘다] -천양희- 바람결에 잎새들이 물결 일으킬 때 바닥이 안 보이는 곳에서 신비의 깊이를 느꼈을 때 혼자 식물처럼 잃어버린 것과 함께 있을 때 사는 것에 길들여지지 않을 때 욕심을 적게 해서 마음을 기를 때 슬픔을 침묵으로 표현할 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으므로 자유로울 때 어려운 문제의 답이 눈에 들어올 때 무언가 잊음으로써 단념이 완성될 때 벽보다 문이 좋아질 때 평범한 일상 속에 진실이 있을 때 하늘이 멀리 있다고 잊지 않을 때 책을 펼쳐서 얼굴을 덮고 누울 때 나는 기쁘고 막차 기다리듯 시 한 편 기다릴 때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 시 쓰는 일일 때 나는 기쁘다

모리아/시 2024.08.05

어느 날 길 위에 멈춰서서 -양광모- 어느 날 길 위에 멈춰서서 이미 지나온 길을 바라볼 때 가슴에 꽃 한 송이 피어나기를..

[어느 날 길 위에 멈춰서서] -양광모- 어느 날 길 위에 멈춰서서 이미 지나온 길을 바라볼 때 가슴에 꽃 한 송이 피어나기를 어느 날 길 위에 멈춰서서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을 바라볼 때 가슴에 태양 하나 떠오르기를 그러나 그 어느 날도 아닌 바로 오늘 길 위에 멈춰서서 먼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가슴에 사랑 가득 샘처럼 솟아오르기를 함께 손 잡고 그 길을 걸어가기를

모리아/시 20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