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길 225

[길] - 신경림 -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

모리아/길 2022.06.16

변화

변화 ㅡ 헤르만 헤세 이제는 나를 위하여 꽃은 피지 않는다. 바람도 새소리도 나를 부르지 않는다. 좁아진 나의 길을 걸어간다. 같이 갈 친구 하나 없다. 나의 청춘의 고향이었던 훈훈한 골짜기를 건너다 보는 것도 나에게는 이제 위험하고 쓰린 괴로움이다. 향수의 격정을 달래 보려고 그곳으로 다시 한번 내려간다면 어디서나 그렇듯이 거기에도 나의 길가에 죽음이 서 있을 것이다.

모리아/길 2022.06.07

오늘은 선거 날

오늘은 선거 날 박노해 오늘은 선거 날 투표소에 간다 신분증을 내밀고 투표용지를 받고 좁은 기표소에 들어서 나 홀로 붉은 도장을 들어 찍으려는 순간 떨린다 이게 뭐라고 마음도 손도 떨린다 행여 선을 넘을까 숨을 멈추고 꾹 찍는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 지인들과 나직이 속삭인다 아유 왜 이리 떨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려 그렇다, 권력은 전율이다 권력에는 생의 전율이 흐른다 국가 권력의 칼을, 내 삶의 결정권을, 그 손에 쥐여주는 것은 떨리는 일이다 이 나라는 떨고 있다 민주주의는 떨고 있다 삶의 자유는 떨고 있다 내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 내 손에 이 투표용지 한 장을 쥐기 위해서 싸우고 갇히고 죽어간 수많은 벗들과 흰옷을 피로 물들이며 산처럼 쓰러져간 내 안의 선조들이 나와 같이 떨고 ..

모리아/길 2022.03.09

복 받는 비결, '정직'

히브리어의 '복'은 '아쉐르'인데 이는 '아솨르' 즉 '정직하게 행한다'는 것에서 온 말이다. 그러므로 성경에서의 복은 정직하게 행하는 데서 온다고 할 수 있다. 정직하면 가난하고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인데 정직하게 행하면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재정이다. 성경에는 정직하게 행하는 자에 대한 하나님이 주시는 복으로 가득하다.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정직은 환경에 따라 융통성을 갖는 상대적인 정직이 아니라 절대적인 정직이다. 성경을 읽기 위해서 촛불을 훔칠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성경의 관점이다. 정직하지 못한 것은 하나님의 것을 지갑에서 훔치는 것과 같다. 예를 들면 회사의 돈을 횡령하면 1차 피해는 회사와 사업주, 주주..

모리아/길 2022.01.21

이 겨울의 맹세

이 겨울의 맹세 ㅡ 박 노해 흐리고 바람 찬 거리에서 언 지하도 모퉁이에서 찬 바닥에 박스 쪼가리 펴고 웅크린 몸 가만히 눈감으면 지금쯤 나 떠나온 공단 옆 동백나무에선 눈밭에 붉은 동백꽃송이 투욱 투욱 몸서리치며 절망처럼 스미는 냉기에 몸서리치며 그래도 나는 죽지 않는다 붉은 목숨 나는 여기 떨어져 죽지 않는다 나는 일어설 것이다 나는 봄이면 일어설 것이다 오늘 밤이 마지막인 듯 웅크려 잠든 서로 밉고 서로 짠한 벗들이여 부디 이 겨울 얼어죽지 말자 우리 이 겨울 얼어죽지 말자 이 겨울 제발 살아 일어서자

모리아/길 2021.12.16

메르켈 총리, 환상적인 작별

환상적인 작별 독일은 6 분간의 따뜻한 박수로 메르켈에게 작별 인사를했다. 독일인들은 그녀를 선택 하였고, 그녀는 18년 동안 능력, 수완, 헌신 및 성실함으로 8천만 독일인들을 이끌었다. 그가 나라를 18년 동안을 통치하는 동안 위반과 비리는 없었고 그녀는 어떤 친척도 지도부에 임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영광스러운 지도자인 척 하지 않았고 자신보다 앞섰던 정치인 들과 싸우지 도 않았다. 그녀는 어리석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사진 찍히려고 베를린 골목에 나타나지 않았고 이 인물이 "세계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성 (Angelika Merkel)이며, 6백만 명의 남성에 해당하는 여인으로 묘사된다. 메르켈은 어제 당의 지도부를 떠나 후임자 들에게 뒷일을 넘겼고, 독일과 독일 국민은 더 성숙해 졌다..

모리아/길 2021.12.09

한국교회의 전망

한국교회의 전망 코로나로 인해 세계와 대한민국 전체가 큰 몸살을 앓고 있다. 그중에 한국교회는 1백37년의 역사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 가운데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계신지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여기에도 하나님의 뜻이 분명히 계실 것이다. 1347년~1353년까지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었다. 이때 유럽의 인구 30~60퍼센트가 사망하여 학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럽 인구 중에 7천 5백만 명에서 2억 명 정도가 죽었다고 한다. 이는 세계 1~2차 대전 때보다 희생자가 많은 수이다. 종교개혁은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한 뒤 그로부터 1백70년이 지난 1517년 10월 31일 독일 비텐베르크 성곽 교회인 슐로스키드 문에 라틴어로 써 붙인 95개 항의 반박문을 거는 것을 ..

모리아/길 202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