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아내와  나 사이>  詩人 / 李 生珍 (1929~  )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ree610 2025. 4. 26. 16:56

<아내와  나 사이>

 詩人 / 李 生珍 (1929~  )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