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하인리히 성경, 다리 불편한 거지 치유하는 베드로와 요한, 15세기 독일
예수님에 관한 기록인 복음서는 대부분 말씀과 기적 이야기입니다. 주님의 메시아 사역 중 육체와 정신의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을 치유하는 이야기는 우리 앞에 새로운 인생과 역사가 도래했다는 가시적인 표징이었습니다. 주님 부재의 시기에 이 놀라운 권능을 누가 감히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예루살렘 성전의 미문(美門), 이름과는 달리 온갖 병자와 빈자들이 몰려들어 예배드리러 가는 이들에게 구걸하는 곳이었습니다. 오전 9시쯤, 예배드리러 가는 베드로와 요한 앞에 날 때부터 걷지 못하는 거지가 구걸했습니다. 그는 평생 남의 도움으로 살아야했습니다. 구걸하러 오는 것도 혼자 할 수 없어 다른 이들이 메고 데려다 주어야 했습니다. 기생(寄生)하는 삶-그 속에는 원통함과 슬픔과 분노 그리고 어찌할 수 없는 절망의 현실이 얼룩져 있습니다.
그는 얼마나 자신의 삶을 한탄하고 차라리 스스로 삶을 끝내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을까요. 또 그러지 못하는 자신의 가슴을 얼마나 쳤을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마음이 저립니다. 그저 타고난 운명을 저주하고 부모와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요. 다른 것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그의 절망과 고통은 쌓여갔습니다. 그를 치유해 줄 유일한 희망인 메시아도 이제 지상에 없습니다. 정말 어둠의 인생입니다.
여느 날처럼 그저 동전이라도 구걸하느라 성전 입구에 앉아있습니다. 옷은 벗겨졌고, 옷과 몸 여기저기는 지저분합니다. 동냥 통은 비어 있습니다. 이때 낯선 사람 둘이 지나갑니다. 서둘러 도와달라고 외쳤습니다. 한 푼이라도 얻어야 끼니를 때울 수 있습니다. 다행히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가만히 보면 이들 또한 행색이 남루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맨발에 옷 여기저기가 더럽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주머니를 뒤적이는 것보다 자기를 똑바로 바라보라고 정색합니다. 그리고는 뜻밖의 말을 합니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
이 한마디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단 한 번도 펴지도 일어나지도 걷지도 못하던 다리에 힘이 오르고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걸었고 뛰었고 찬양했습니다. 정말로 인생과 역사가 변했습니다.
메시아의 구원 능력은 지상에 메시아가 부재한 지금도 중단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세상을 구원하려는 세상 곳곳의 베드로와 요한을 통해서 말입니다. 메시아 성령은 지금도 살아계십니다.
이훈삼 목사 (성남 주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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