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야콥 슈타인하르트, 야곱과에서, 목판, 1950년. 야곱과 에서의 갈등은 우리를 숨죽이게 합니다..

ree610 2024. 8. 11. 08:02

야콥 슈타인하르트, 야곱과에서, 목판, 1950년

야곱과 에서의 갈등은 우리를 숨죽이게 합니다. 장자권과 축복권 탈취로 절정에 이른 쌍둥이 형제의 갈등은 결국 야곱이 집을 떠나 멀리 하란의 외삼촌 라반에게 도망가는 것으로 일단락됩니다. 그러나 자신의 권리를 모두 빼앗긴 에서가 조금이라도 복을 달라고 애걸하자 남은 복은 하나도 없다는 아버지 이삭의 냉정한 말을 듣고 에서는 이렇게 섬뜩한 다짐을 합니다.

에서는 아버지에게서 받을 축복을 야곱에게 빼앗긴 것 때문에, 야곱에게 원한이 깊어갔다. 그는 혼자서 "아버지를 곡할 날이 머지않았으니, 그때가 되면, 동생 야곱을 죽이겠다"하고 마음을 먹었다. (창 27:41)

이 말을 들은 어머니 리브가는 서둘러 야곱을 오빠네 집으로 빼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많은 파란만장한 20년이 흘렀습니다. 야곱은 대가족을 이루었고 거대한 부를 축적했습니다. 이삭의 복이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더는 외삼촌 집에서 살 수 없게 되었고, 어찌 되든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금의환향하는 길이 신나고 기대되는 여정이어야 했지만, 야곱의 인생에서 이 길은 최대의 기로가 되었습니다. 죽느냐 사느냐! 형 에서의 분노와 복수심을 잘 알고 있는 야곱은 20년 동안 갈아온 에서의 복수의 칼날에 몰살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리 정보원을 보내 알아보니 에서는 부하 400명을 준비해서 야곱을 치려고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에서의 처절한 복수와 야곱의 패망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이야기 진행과 전혀 다른 반전의 결말을 보여줍니다.

에서는 두 팔을 벌려, 야곱의 목을 끌어안고서, 입을 맞추고, 둘은 함께 울었다. (창 33:4)

야곱에게 장자와 축복의 권리를 빼앗기고 복수를 다짐하면서 울었던 에서는 20년 만에 복수의 현장을 맞이해서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야곱도 울었습니다. 형제는 서로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웁니다. 지나온 세월의 길이와 깊이만큼 웁니다. 형제의 터져버린 울음은 증오와 복수의 울음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의 눈물이었습니다. 증오와 복수의 눈물에서 용서와 화해의 눈물로의 변화-이것이야말로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된 것 같은 기적입니다.

오늘 한반도에서 에서와 야곱의 눈물이 터지기를 기도합니다.

이훈삼 목사 (성남 주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