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트 바우만의 명언
영국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대학교수로 정년 퇴직하였는데요. 연금생활자로 살게 된 자신의 처지를 아래와 같이 말했어요.
"연금도 나왔으니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었어요. (웃음) 근데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비극이었죠. 바로 이러한 이유로 저는 생산적인 활동에 매진하기 시작한 겁니다. (중략)
(제가 시민을 위해 책을 쓰고 강의를 한 배경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엄밀히 말해 행복을 위한 것이었다기보다는 삶의 공허함과 의미 없음을 피하기 위한 방안이었습니다.
제 생각에 (중략)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의미 없음(meaninglessness)입니다. 당신의 삶이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면, 살아갈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인디고 연구소 기획,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 지그문트 바우만 인터뷰>>(궁리, 2014, 104쪽)
대학교수 바우만은 아웃사이더였어요. 그는 폴란드 출신으로 영국에 이민을 온 사람이었고, 그 때문에 영국의 거만한 학자 사이에서는 한 사람의 시골뜨기였어요. 바우만이 쓴 학술논문은 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퇴임 후에 바우만이 시민을 직접 상대로 강의도 하고, 여러 권의 책도 쓰자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그는 세상을 움직이는 한 사람의 지식인이 되었습니다. 강단에 갇혀있던 사자 한 마리가 밀림으로 돌아온 격이었습니다. 대학이란 시설이 있어서 바우만의 훌륭한 학문적 성취가 가능했다고 볼 수 있으나, 대학 안에 머물 때 그는 사자가 아니라, 초라한 작은 들쥐 정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들쥐와 사자라는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군자표변(君子豹變)"이란 공자의 말씀과도 같았습니다. 이 말씀의 본 뜻은 군자는 허물을 고쳐 올바로 행함이 아주 빠르고 뚜렷하다는 것이지요.
시민과 함께 하기로 작정한 바우만은 아주 다른 사람이 되었답니다. 사람은 나이가 좀 들었다고 지레 포기하거나 늙은이처럼 맥없이 지낼 일이 아닙니다. 아침에 잠깐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ㅡ 백승종 교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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