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그릇

ree610 2022. 1. 10. 07:01

< 그릇 >

ㅡ 장 길삽

파아란 색 그릇에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음식을 담는다

다양한 색깔과
다양한 냄새,
다양한 맛을 담는다

그러면서도
그 그릇은 언제나
파아란 색이다


내 마음이라는 그릇에는
때에 따라
너무도 다양한 음식이 담겼다가 사라진다
바로 감정이라는 음식이다

색깔은 알아차림이요
냄새는 욕망이며
맛은 경험해야할 신비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의 그릇은 언제나
파아란 색이다
바로 나의 성(性),
성품이다


도자기 그릇은
뜨거운 불에 두세번 구어져야
음식에 물들지 않는다

연약한 영혼은
뜨거운 불에 두세번 구어져야
감정에 물들지 않는다

고생이 바로 불이다

그 불(佛) 속으로
들어감이 십자가요
다시 나옴이 부활이다

그래서
불같은 성령을 내려달라고 애걸할 필요가 없다
이미 내 삶에 넘쳐나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못 보는 것이다

현실의 내 고통이
나에게 주어진 불같은 성령인 것을.
이미 불 속에서 타고 있었기에
아팠던 것이다

그걸 보는 것이 빛이요
그걸 느끼는 것이 은혜요
그걸 맛보는 것이 기쁨이다


그릇에 담긴,
사람의 몸을 살리는 음식에는
색깔(目)도 있고
냄새(鼻)도 있고
맛(口)도 있으나
소리(耳)만 없다.

엄연한 코로나 시대에도
식사에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이목구비 얼굴을 가진
내 영혼의 그릇에 없는 것,

사람의 맘을 살리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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