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글 230

상사화 - 이해인 - 아직도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상사화 이해인 아직도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 세월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모리아/글 2024.07.19

진흙덩이와 조약돌 - 윌리엄 블레이크 “사랑은 자신의 쾌락을 구하지 않아. 결코 자신을 돌아보지도 않아. 다만 타인에게 안위를 주고자 하며..

진흙덩이와 조약돌 윌리엄 블레이크 “사랑은 자신의 쾌락을 구하지 않아. 결코 자신을 돌아보지도 않아. 다만 타인에게 안위를 주고자 하며 지옥 같은 낙담 속에서도 천국을 짓는다네.” 작은 진흙덩이가 이렇게 말했지. 소 떼의 발길에 짓밟히면서도 말이야. 그런데 시냇가의 조약돌 하나가 장단을 맞추며 속삭였어. “사랑은 오로지 자신의 쾌락만 구하려 해. 타인을 자기의 쾌락에 묶어두고 그가 안위를 잃으면 신나 하지. 천국의 뜻을 거슬러 지옥을 짓는다네.” *같은 사랑을 가지고 다르게 말한다. 왜 이렇게 다르게 말하는 것일까? 순수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인가? 하나님은 우리를 진흙으로 지었다. 그때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흙이 돌이 되고 그 돌이 세상을 흘러 흘러 가다가 보니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나!

모리아/글 2024.07.17

"당신의 행복은 무엇이 당신의 영혼을 노래하게 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 낸시 설리번 ❤️ 백합 사연 ❤️

"당신의 행복은 무엇이 당신의 영혼을 노래하게 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 낸시 설리번 ♡ 백합 사연 ♡ -고양외고 최종렬- 장마는 시작되고 사이 사이 7월의 공기 눌러버리는 무더운 햇살 무거운 대기 뚫고 코끝 자극하는 진한 내음 길 가장자리 돌아 건물 사이 사이 뚫고 산기슭 비탈길 타고 몰려오면 백가지도 넘는 복합사연 합쳐놓기라도 한듯 백합향기로 주변공기 빼곡히 에워쌀 때 18세 청춘의 가식없는 표정 해맑은 미소로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목젖 깊은 속까지 드러내 보이며 순결과 평화 존경과 우정 우아함과 사랑 그리고 열정 그 모든 사연 꽃잎향기에 담은 채 듣는 이 마음 구석구석 한가득 흥건하게 채워간다 [오늘] 수도권·강원내륙 폭염…천둥 · 번개 소나기도

모리아/글 2024.07.11

보란더(volander) - 명사 - 비행기 창문을 통해 세상을 내려다보며 느끼는 천상의 기분.

보란더(volander) 명사 비행기 창문을 통해 세상을 내려다보며 느끼는 천상의 기분. 절대로 직접 보지 못할 멀리 떨어진 장소들을 얼핏 볼 수 있고, 마음을 자유로이 산만하게 만들며 땅 위에서는 다들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보려 애쓸 수 있다 -당신이 느껴볼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시각 * 어원: 라틴어volare(날다)+solander(지도를 보관하는 데 사용하는 책 모양의 상자)

모리아/글 2024.07.05

물집 - 이성찬 - 등산길에서 돌아와 물집 잡힌 발을 내려다본다 나이 들면 이순이라는데 제 몸도 가늘 줄 모르는 아집이 엉겨 붙은 상흔이.

물집 ㅡ 이성찬 등산길에서 돌아와 물집 잡힌 발을 내려다본다 나이 들면 이순이라는데 제 몸도 가늘 줄 모르는 아집이 엉겨 붙은 상흔이다 날 선 담론에 할퀴고 진심이 진실이 아닐 때 틈 들이지 못한 옹졸한 몽니여 사랑에 물 잡히고 역린이 속살을 파고들어도 욕창을 거부하는 철없는 횡보여 잡힐 듯한 유년의 별빛과 반짝이는 시어들 숙명처럼 다듬어야 할 장법을 찾아 아직은 트고 굳어도 바람의 무게를 견디며 함부로 나설 푸른 시간이다

모리아/글 2024.06.28

내가 누구이기에 남의 마당을 쓸까? ㅡ 곽노순 - 남과 갈등이 생기면 나는 내 속만을 들여다본다. 내게 욕심이 동했던가?

내가 누구이기에 남의 마당을 쓸까? ㅡ 곽노순 남과 갈등이 생기면 나는 내 속만을 들여다본다. 내게 욕심이 동했던가? 미움으로 차 있으면서 벌써 3시간을 보낸 것이 아닌가? 지금 분을 내어 다른 데 써야 할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해서 내 속만을 가볍고 환하게 한다. 남들은 나를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나는 해명할 의무가 없다. 살기도 짧은 생이거늘 어찌 주(註)를 붙이며 가랴? 내가 누구기에 남의 마당을 쓸까?

모리아/글 2024.06.23

예쁘다는 말 - 스티비 스미스 - 어찌하여 예쁘다는 말이 이렇게 폄하되었을까요? 11월에 떨어지는 낙엽. 비온 후 숲속으로 흐르는 시냇물..

예쁘다는 말 ㅡ 스티비 스미스 어찌하여 예쁘다는 말이 이렇게 폄하되었을까요? 11월에 떨어지는 낙엽은 예쁘지요. 비온 후 숲속으로 흐르는 시냇물의 수심이 깊어지고 예쁜 웅덩이 속에 송어 한 마리 헤엄치네요 먹잇감을 쫓아다니는 그 모습도 참 예쁩니다. 물밑에서 쏟살같이 먹잇감이 달아나는군요. 하지만 곧 덩치 큰 송어가 잡았어요. 송어는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 물고기니까요. 이 모습 또한 예쁩니다. ………

모리아/글 2024.06.21

빌어먹을 사내놈들이란 - 웬디코프 - 빌어먹을 사내놈들이란 꼭 빌어먹을 버스 같아 너를 1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는 겨우 한 대가 정류장으로

빌어먹을 사내놈들이란 ㅡ 웬디코프 빌어먹을 사내놈들이란 꼭 빌어먹을 버스 같아 너를 1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는 겨우 한 대가 정류장으로 다가오자마자 두 대 아니 세 대가 꼬리를 물고 뒤따라오네. 쳐다보니 모두 방향지시등을 깜박이며 널 태워주겠다고 신호를 보내는 군. 너는 버스에 적힌 노선을 읽으려고 하지만, 결정할 시간이 부족해. 까닥 실수하면 되돌아오는 건 불가능하지. 잘못 타서 뛰어 내리면 그 자리에서 서서 지켜봐야 해. 자동차, 택시, 화물트럭이 지나가는 동안 몇 분이고 몇시간이고 며칠이고 지켜봐야 하지.

모리아/글 2024.06.07

쓸쓸한 중심 - 이화은 - 꽃은 그 꽃나무의 중심이던가 필듯말듯 양달개비꽃이 꽃다운 소녀의 그것 같아 꼭 그 중심 같이..

쓸쓸한 중심 ㅡ 이화은 꽃은 그 꽃나무의 중심이던가 필듯말듯 양달개비꽃이 꽃다운 소녀의 그것 같아 꼭 그 중심 같이 중심에서 나는 얼마나 멀리 흘러와 있는가 꿈마저 시린 변두리 잠을 깨어보니 밤 사이 몇 겁의 세월이 피었다 졌는지 어제밤 그 소녀 이제는 늙어 아무 것의 한복판도 되지 못하는 내 중심 쓸쓸히 거기에 시들어

모리아/글 202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