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글 237

3 - 차정은 해변에 쌓인 눈을 본 적 있냐며 내게 물었지 생각할수록 어색한 기분이 들었어 바다와 눈은 반대의 그림으로 그려지기 때문일까

3- 차정은해변에 쌓인 눈을 본 적 있냐며 내게 물었지 생각할수록 어색한 기분이 들었어 바다와 눈은 반대의 그림으로 그려지기 때문일까 바다와 맞닿으면 사라질 눈과 태양을 뜻하던 모래사장은 이 넓은 겨울에 뒤덮여 버릴 거야 아침에 눈을 뜨면 펼쳐질 모든 풍경이 잠을 이루게 만들어차갑고 새하얀 세상이 반기는 아침은 그림 같은 절경일 거야

모리아/글 2025.07.30

절 추녀 밑 풍경엔 왜 물고기를 달아 놨을까? 그윽한 풍경소리~ 풍경 끝에는 물고기가 달려있다. 물고기가 바람을 맞아 풍경소리를 울려 퍼지는

절 추녀 밑 풍경엔 왜 물고기를 달아 놨을까?그윽한 풍경소리~풍경 끝에는 물고기가 달려있습니다.물고기가 바람을 맞아풍경소리를 울려 퍼지게 합니다.그런데 왜 이 풍경에물고기를 매달았을 까요?먼저 풍경 끝의 물고기를 올려다 보십시오그리고 그 물고기 뒤로 펼쳐진푸른 하늘을 그려 보십시오!그 푸른 하늘은 곧 푸른 바다를 뜻합니다.그 바다에 한 마리의 물고기가 노닐고 있습니다.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삼아한 마리 물고기를 매닮으로써 그곳은 물이 한없이 풍부한 바다가 됩니다.그 풍부한 물은 어떠한 큰 불도능히 끌 수 있습니다.이것이 바로 나무로 지은 사찰 목조건물을화재로 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상징성을 담고 있답니다.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물고기는 깨어 있을 때나, 잠잘 때나 눈을 감지 않을 뿐 아니라,죽어서도 눈을 감..

모리아/글 2025.07.30

저마다, 꽃 - 이종암 사월 산길을 걷다가, 문득 한 소식 엉겁결에 받아 적는다 -저마다, 꽃! 연두에서 막 초록으로 건너가는 푸름의

저마다, 꽃- 이종암사월 산길을 걷다가, 문득한 소식 엉겁결에 받아 적는다-저마다, 꽃!연두에서 막 초록으로 건너가는 푸름의 빛깔 빛깔들제각각인 것 모여, 사월의 봄 숲총림(叢林)이다굴참나무너도밤나무개옻나무고로쇠나무단풍나무소나무오동나무산철쭉진달래산목련아까시나무때죽나무오리나무층층나무산벚나무싸리나무조팝나무서어나무물푸레나무……..,꽃을 가졌거나 못 가졌거나몸의 구부러짐과 곧음색깔의 유무와 강약에도 관계없이온전히함께 숲을 이루는 저 각양각색의나무, 나무들사람들 모여 사는 세상 또한, 그렇다저마다 꽃이다

모리아/글 2025.07.16

지나 간 날의 고백 - 이 종석

지나 간 날의 고백 - 이 종 석 갑자기 어디에선가 '고맙소'라는 노래가 들려온다.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 보다. 진심을 다해도 나에게 상처를 주네. 이 나이 먹도록 사람을 잘 모르나 보다. 사람은 보여도 마음은 보이지 않아...’ 나는 한때 아주 긴 시간을 나의 여자로 여겼던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비록 그녀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했지만 유듀브에서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박혜신이 부른 '가인'에 나오는 ‘사랑 앞에 더 이상 무릎 굻진 않겠어’ 라는 노랫말처럼 살기 위해서 떠나간 사랑을 마음으로 정리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 나는 지금 목표 하나가 생겼다. 사십대의 얼굴로 돌아가는 것. 그것은 내가..

모리아/글 2025.07.09

발바닥 - 송은숙 울퉁불퉁 지압 신발 파는 노점상 옆엔 울긋불긋 그려진 발바닥 그림이 놓여 있다 발바닥 어느 부위는 간이요 쓸개요 위요

발바닥- 송은숙울퉁불퉁 지압 신발 파는 노점상 옆엔울긋불긋 그려진 발바닥 그림이 놓여 있다발바닥 어느 부위는 간이요 쓸개요 위요머리와 가슴과 생식기라발바닥이 바로 온몸이었다이족보행을 위해 온몸인 발바닥에온몸을 싣고 그 무거움으로바닥 단단히 디뎌야 한다이 숨 막히는 접신이우리를 곧게 일으켜 아득한 길 걷게 하니걷는다는 건 사랑한다는 것바위를 타고 올라 마침내 제 몸으로바위 모서리를 감싸는 칡넝굴처럼매 순간 대지를 힘껏 껴안는발바닥, 화끈 거리는 푸른 손

모리아/글 2025.07.09

동막리 161번지 양철집 - 함민복 바다가 보이는 그 집에 사내가 산다 어제 사내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오늘은 내리는 눈을 보았다..

동막리 161번지 양철집- 함민복바다가 보이는 그 집에 사내가 산다어제 사내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오늘은 내리는 눈을 보았다사내는 개를 기른다개는 외로움을 컹컹 달래준다사내와 개는 같은 밥을 따로 먹는다개는 쇠줄에 묶여 있고사내는 전화줄에 묶여 있다사내가 전화기줄에 당겨져 외출하면개는 쇠줄을 풀고 사내 생각에 매인다집은 기다림개의 기다림이 집을 지킨다고드름 끝이 달이 맺히고추척,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에 개가 찬 귀를 세운몇날전화기 속 세상을 떠돌다 온 사내가 놀란다기다림에 지친 개가 제 밥을 놓아새를 기르고 있는 게 아닌가이제 바다가 보이는 그 집의 주인은 사내가 아니다

모리아/글 2025.07.03

세상이 참 너무합니다 - 윌리엄 워즈워스 세상이 참 너무합니다. 늦게까지 벌어서 때 이르게 써버리느라 우리의 힘을 헛되이 소진시킵니다..

세상이 참 너무합니다- 윌리엄 워즈워스세상이 참 너무합니다. 늦게까지 벌어서때 이르게 써버리느라 우리의 힘을 헛되이 소진시킵니다.우리의 것인 위대한 자연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마음마저 싸게 팔아왔으니, 더러운 선물이여!달님을 향해 젖가슴을 풀어헤친 이 바다,늘 회오리치며 울부짖은 이 바람,지금은 잠자는 꽃처럼 한데 모여 잠잠한데,우리는 이 모든 것과 어울리지 못합니다.우리의 마음을 감동시키지 못합니다. 위대한 신이시여,저는 차라리 웃자라버린 믿음을 빨아먹는 이단이 되렵니다.그래서 확 트인 이 목초지 위에 서서저의 외로움을 달래줄 풍경을 돌아보겠습니다.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프로테우스를 보거나늙은트리톤이 불어대는 꽃 장식한 뿔소라 소리를 들으렵니다.

모리아/글 2025.07.01

지푸라기 낟알을 다 뜯기고 만신창이로 들판에 버려진 지푸라기. 그러나 새의 부리에 물리면 보금자리가 되고 농부의 손에 잡히면 새끼줄이 된다

지푸라기낟알을 다 뜯기고만신창이로 들판에 버려진 지푸라기. 그러나 새의 부리에 물리면보금자리가 되고농부의 손에 잡히면새끼줄이 된다. 세상에는 지푸라기처럼뜯기고 뜯기어 상처투성이로 버림받고생의 의욕을 상실한착한 사람들도 많으리라. 지푸라기처럼한심해 보였던 인생도삶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분명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지리라. 누군가와 좋은 만남의 인연으로새끼줄이 되고 둥지가 되리라. 굽이굽이 돌아가는우리네 인생길. 올 곧게 뻗은 나무들보다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고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휘청 굽어진 강줄기가더 정답습니다.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더 아름답습니다. 곧은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주저앉지 마십시오.돌아서지 마십시오.삶은 가는 것입니다.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건아직도 가야할 길..

모리아/글 2025.06.16

파도 - 정봉렬 사랑하는 사람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은 눈이 부셔서가 아니다 눈이 멀어서가 아니다 한편으로 비켜서서 바라보기만 하는

파도- 정봉렬사랑하는 사람을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은눈이 부셔서가 아니다눈이 멀어서가 아니다한편으로 비켜서서바라보기만 하는아득한 수평선 위로해와 달 뜨겁게 솟구칠 때마다하늘과 바다 하나 되는꿈속의 만남꽉 잡은 손 풀어질까깨어날 것 같은 조바심 탓도 아니다. 모래톱 위에 맨발로 선상처투성이 발목을 휘감고는속절없이 물러서는 파도 때문이다스러졌다 살아나는 얼굴 때문이다

모리아/글 2025.05.24

<사회·정치·종교적 과제: 교황 선출과정을 지켜보며>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가톨릭교회의 교황이 5월 8일,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

1.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가톨릭교회의 교황이 2025년 5월 8일,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 교황 레오 14세 (Pope Leo XIV))가 선출되었다. 콘클라베 (conclave)과정과 선출 후 바티칸 광장에서 진행되는 예식을 지켜보면서 양가적 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세계 다양한 종교들이 있는데, 교황 선출이 그 어느 종교도 받지 않는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게 양가적 감정을 가지게 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00년 서구 역사에서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으며, 앞으로도 색다른 변화의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 문제들을 목도하고 상기하게 된 것뿐이다. 2. ①-(1): 첫째, ‘의상의 정치학 (politics of dress)’이다. ‘의상’이란 결코 중..

모리아/글 202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