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이 되라]
-정호승-
상처 많은 나무의 가지가 되지 말고
새들이 날아와 앉는 나무의 심장이 되라
내가 끝끝내 배반의 나무를 불태울지라도
과거리를 선택한 분노의 불이 되지 말고
다 타고 남은 현재의 고요한 숯이 되라
숯은 밤하늘 별들이 새들과 함께
나무의 가슴에 잠시 앉았다 간 작은 발자국
밤새도록 새들이 흘린 눈물의 검은 이슬
오늘 밤에도 별들이 숯이 되기 위하여
이슬의 몸으로 내 가슴에 떨어진다.
미래는 복수에 있지 않고 용서에 있으므로
가슴에 활활 격노의 산불이 타올라도
산불이 지나간 자리마다
잿더미가 되어
잿더미 속에서도 기어이 살아남아
화해하는 숯의 심장이 되라
용서의 불씨를 품은 참숯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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