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가고 봄이 와서]
-김용택 -
바라보는 곳마다
꽃이요 잎입니다
피는 꽃 피는 잎잎이
다 그리운 당신입니다
당신은 죽어
우리 가슴을 때려 울려
이렇게 꽃 피우고 잎 피웁니다
꽃 피고 잎 피면
이리 마음 둘 데 없는 것은
괴로움 만큼이나 훗날
서로 눈물 닦아줄
기쁜 날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겠지요
당신 죽어 재로 뿌려져
시퍼런 강물에 흐를 때
우리 얼굴에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서로 바라보며
우리 가슴 깊은 곳에
당신 모습
고이고이 심었었지요
당신 모습이
찬바람 찬서리 지나고
봄이 와
이렇게 꽃 피고 잎 피는 곳
한편 슬프고
한편 기뻐요
커다란 충격이
서서히
잔잔한 그리움과
지긋한 아픔으로 고여 피어나듯
우리 가슴마다 당신 모습
꽃으로 고여 피어나듯
우리 가슴마다 당신 모습
꽃으로 피어나기를
우리들이 기다리는
봄이 오면
우리 가슴 속에서 당신은
꽃으로 걸어나와
우리랑
저기 저 피는
꽃들이랑
봄 빛 돌아오는
저기 저 남산에
꽃산 이루겠지요
저것 보세요
보는 곳마다 걷는 곳마다
저렇게 걷잡을 수 없이
만발하는 꽃과 잎들
누가 다 막고
우리 눈
누가 다 가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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