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당신 가고 봄이 와서 -김용택 -

ree610 2024. 5. 18. 07:46

[당신 가고 봄이 와서]
                                                
-김용택 -

바라보는 곳마다
꽃이요 잎입니다
피는 꽃 피는 잎잎이
다 그리운 당신입니다

당신은 죽어
우리 가슴을 때려 울려
이렇게 꽃 피우고 잎 피웁니다

꽃 피고 잎 피면
이리 마음 둘 데 없는 것은
괴로움 만큼이나 훗날
서로 눈물 닦아줄
기쁜 날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겠지요

당신 죽어 재로 뿌려져
시퍼런 강물에 흐를 때
우리 얼굴에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서로 바라보며
우리 가슴 깊은 곳에
당신 모습
고이고이 심었었지요

당신 모습이
찬바람 찬서리 지나고
봄이 와
이렇게 꽃 피고 잎 피는 곳
한편 슬프고
한편 기뻐요

커다란 충격이
서서히
잔잔한 그리움과
지긋한 아픔으로 고여 피어나듯
우리 가슴마다 당신 모습
꽃으로 고여 피어나듯
우리 가슴마다 당신 모습
꽃으로 피어나기를

​우리들이 기다리는
봄이 오면
우리 가슴 속에서 당신은
꽃으로 걸어나와
우리랑
저기 저 피는
꽃들이랑
봄 빛 돌아오는
저기 저 남산에
꽃산 이루겠지요

​저것 보세요
보는 곳마다 걷는 곳마다
저렇게 걷잡을 수 없이
만발하는 꽃과 잎들
누가 다 막고
우리 눈
누가 다 가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