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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그래함 전도대회 50주년 유감

ree610 2023. 6. 15. 16:12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 50주년 유감  

한국 대형 교회들이 가지고 있는 신자 동원 능력은 화려했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이 신도들로 가득 찼다. 신도들은 왜 거기에 갔을까? 목사들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권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하는 전도 집회는 신도들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신도들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도록 길든 무리다.  

우선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 50주년을 기린다는 발상도 우스꽝스럽다. 무슨 의미에서 이 대회를 기려야 하는 것인가?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그렇다 쳐도 이 대회에 등장한 인물들이 정작 누구인지 신도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우선 설교하고 통역한 두 인물은 묘하게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둘 다 아버지 덕에 젊은 나이에 최고의 종교 지도자로 대두된 인물들이다. 하나는 미국에서 아버지가 세운 종교재단을 세습했고,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 아버지가 세운 교회를 세습한 인물이다. 과연 이들이 성경과 교회법과 복음에 충실한 교회의 간판이 될 얼굴인가?    

빌리 그래함 아들인 프랭클린 빌리 그래함은 신학 교육을 받은 흔적이 없다. 아버지와 다르게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복음 전도자로 돌아선 그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사마리아인 구호기금"의 대표이자 ”빌리 그래함 복음 전도협회“대표로서 1년에 15억 원의 고액 연봉을 받다가 미국에서 거친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 후 2015년에는 12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그의 사역 부수 경비를 모두 제외하고 그렇다. 그는 구호기금 운영자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봉급을 받는 사람이다. 그가 연봉 12억 원을 받을 때 미국 대통령 연봉이 5억 원, 국방부 장관은 2억 5천만 원이 조금 넘었다. 뉴욕 주지사 봉급은 2억 2천만 원이었다.    

구호기금을 운용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로 탐욕스럽게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이번 상암동 전도대회에 설교자로 초청되었을까? SMU(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교수인 마리아 딕슨(Maria Dicson)은 그의 행태를 일러 ”악마는 돈으로 사람을 유혹한다. 그러니 하나님은 악마보다 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대형 교회 목사들에겐 맘모니즘에 영혼을 파는 사람이 위대해 보이는 것인가?    

이 뿐이 아니다. 비록 보수적이었으나 평생 극우 진영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온 아버지 빌리 그래함과는 달리 아들 프랭크린 빌리 그래함은 도널드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극우적 행동을 보여 온 인물이다. “크리스쳐니티 투데이“ 신문이 사설에서 재선에 나선 트럼프를 일러 ”혐오스러울 정도로 부도덕한 성품을 가진 인물”이라고 신랄하게 평가하고 “즉시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더니, 그는 자기 아버지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송했다는 거짓말로 응수했었다. 그의 트윗은 ‘내 아버지 빌리 그래함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그를 위해서 투표했으니, 너희도 트럼프를 찍어라‘라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그의 아버지 빌리 그래함은 평생 보수적인 복음주의자로 살았지만, 극우 정치 진영에 가담하지는 않았다. 이런 사실은 ‘크리스쳐니티 투데이’도 인정한 사실이다. 아버지 빌리 그래함과는 달리 그는 신학 윤리적 판단보다 극우적 편향성을 앞세워 아버지의 복음주의적 업적을 정치화함으로써 그 근본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인물로 비판받고 있다. 빌리 그래함 가족들은 그가 극우 정치를 위해 아버지 빌리 그래함을 이용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공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명성을 극우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직하지 못한 인물이다.    

심지어 그는 미국 대선에서 패배가 확실해지자 트럼프가 부정선거 운운하며 그 결과를 뒤엎으려 했을 때 트럼프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 했던 사람이다. 선거인단 투표용지가 보관된 미국 국회 의사당에 트럼프 지지자들을 난입하여 경찰관 등 5명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를 조사한 국회의원들이 트럼프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자, 이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 결과 그를 ‘사마리아 구호기금’에서 파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무수한 청원이 뒤를 이었었다.    

신학적 훈련도 받지 않고 복음 전도자가 된 인물, 신학적 윤리 의식보다는 극우주의에 경도되어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로 복음을 이용하는 이런 인물이 한국 교회에 마치 순수한 복음 전도 대회의 설교자인 것처럼 소개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그는 탐욕이나 자신의 명성을 쫓는 일 없이, 정치권력과 손을 잡지도 않았던 빌리 그래함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그래서인가, 이번 상암동 전도대회의 성격도 1973년 복음 전도 대화와 전혀 같지 않다.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교회 세습자, 기독교 윤리성을 망실한 극우 목사들이 모여 50년 전의 빌리 그래함을 흉내 내며 자신들이 마치 진정한 복음의 전도자인 양 헛되게 선전하는 자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소집되어 환호하던 신도들이 가엽다.

박충구 교수의 데겔 칼럼(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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