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 받는 윤석열 정권
내일(5월 10일)은 윤석열 검사가 득표율 0.73% 차이로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집권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국민의 부정적 평가가 봇물 터지듯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수만의 민주시민들이 매주 서울시청 앞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지난 3월 20일 가톨릭교회 순교 성지인 전주 전동성당 앞에서 수천의 시민들과 함께 “매판매국, 굴욕굴종외교,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을 명령한다”라는 성명을 내고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갔다. 대학 교수들의 성명도 전국적으로 줄을 잇고 있다.
개신교 성직자 천여 명도 5월 4일 종로 기독교 회관에서 "윤석열 정권은 운명을 다했다"라는 성명을 내고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불교계도 5월 20일 이 정권을 더 이상 관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이 1년 만에 윤석열 정권을 버리고 있다.
왜 세상이 어지러워졌는가?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소리 속에는 윤석열 정권은 천심도 민심도 버린 패망의 길을 가고 있다는 고발이 담겨있다. 민주국가에서 천심과 민심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헌법이다. 헌법은 대통령 직무를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과 평화를 지키는데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존재 이유가 바로 국민의 안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년 국민이 지켜본 정권의 행태는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국민을 수도 없이 기만하고 희롱하며 업신여기고, 국민의 자존과 국가 번영의 기반을 마구 허물고 있다. 헌법이 지키라고 명령한 국민의 안위가 위험해졌다. 그렇지 않다면 상식과 교양을 가진 민주 시민, 지성의 대표인 교수들, 그리고 정신적이며 영성적 소명을 수행해오던 성직자들이 앞다투어 거리에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다.
집권 1년 만에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날카로운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다. 그런데도 이 정권은 자화자찬 자기도취에 빠져있다.
지지자들도 포기한 정권이다
많은 국민들이 윤석열 검찰이 박근혜 이명박, 그리고 조국 가족을 수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강직한 권력 감시자의 얼굴을 보았고, 한 대학 표창장 위조혐의까지 들추어내는 치밀한 법집행자의 모습을 보고, 윤 검사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권을 쇄신하고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새 시대를 열어나갈 적임자라 여겨 그에게 표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을 지나며 국민은 그에게서 강직함과 진실성, 치밀한 법 집행자에 대한 기대가 물거품처럼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는 유능하지도 않고, 도덕적이지도 않으며, 약자를 돌아보는 정치가도 아니고, 공평한 법집행자도 아니며, 더구나 높은 교양이나 신의를 지닌 인물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집권 초기 그는 51% 국민의 지지를 받았으나 지지율은 이내 추락하여 지난 1년 내내 고작 30%의 지지율에 갇혀 있다. 이는 대선에서 그에게 표를 준 지지자 중에서 40% 이상이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민주당을 지지했던 49.23%의 국민을 아예 무시했고, 제1야당 당 대표를 단 한 차례도 만나 대화하지 않았다. 부정 평가가 지속적으로 60% 넘게 나온다는 것은 국민이 이 정권을 지켜보거나 기대할 것이 아예 없다는 의미다. 지지자도 포기하고, 국민도 포기한 정권이다. 이런 정권이 계속 존속할 이유가 있는가?
민주정권 아니라는 증거 차고 넘친다
국민은 현 정권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그 책임은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에게 있다.
집권 직후 멀쩡한 청와대를 버리고 천문학적인 혈세를 들여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비이성적 행태를 보며 놀랐던 국민이다.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라는 그의 명분은 허무했다. 요란하게 시작했던 도어 스테핑은 몇 번 해보더니 사라졌고 대통령실의 기만적 언론플레이만 난무했다. 지지율이 답보하자 국민의 평가에 개의치 않겠다는 오만무도한 민낯도 보였다.
1년 내내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도 거짓말이나 말 바꾸기로 일관했다, 참사를 겪어 극심한 고통을 겪는 국민을 위로하기는커녕 냉대하고 외면했다.
평화를 갈망하는 국민에게는 등을 돌리고 남북 갈등을 극도로 고조시켰다. 셈할 줄도 모르는 퍼주기 대일, 대미 굴종외교의 진면목도 보여주었다. 심지어 미국과 핵 공유를 하게 되었다는 거짓 선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다. 국민을 무시하며 번번이 속이는 정권이 민주정권인가? 이런 정권에게 과연 국민이 신뢰와 지지를 보낼 수 있겠는가?
집권 1년 만에 국가 요직 70여 곳에 검찰 출신들을 배치 완료함으로써 검찰의 국가권력 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현 정권 탄생에 크게 기여한 김종인, 이준석, 안철수 등 조력자들도 모두 내쳐버렸다. 사시, 검찰 출신이 아니면 믿지 못하는 병적 엘리티즘이 불러온 결과다.
검찰 권력의 특징이 무엇인가? 그 집단이 유통해온 것은 초법적인 끼리끼리의 호혜적 관계 속에서 법치를 무력화하는 습성, 검찰 유사가족주의다. 이 습성은 검찰 가족을 치외법권자로 예우하여 검찰 내 범죄에 눈을 감는 풍토를 낳았다. 50억 클럽도, 본부장 비리, 수없는 신분 기만도 다 감추어 주었다. 특수계급이나 신분을 불허하는 헌법정신을 정면 부정하는 악습이 청산되기는커녕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태원 거리 159명의 죽음에 대하여 어느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보다 정의롭고 공정한 민주 세상을 기대했던 국민은 검찰독재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권의 출현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 가면을 쓴 검찰독재의 횡포
국가권력의 검찰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검찰 내부에 유통되던 특유의 판단과 행동양식을 국가권력 기재로 이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굴종과 진압의 윤리가 숨어있다, ‘강한 자에게는 굴종으로, 반대편이나 약자에게는 잔인한 진압으로’라는 법칙이다.
윗사람에게는 알아서 기는 비굴한 종복이 되고, 아랫사람에게는 자살할 정도로 난폭하게 대하는 그들의 악습이다. 여기서는 열린 토론, 합리적 지성과 도덕적 사유의 지평이 폐쇄되어 작동하지 않는다.
이들의 세계에서는 권력의 오용과 남용에 대하여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지난 1년 동안 국민은 이런 굴욕과 위압의 행태가 국가 경영 전선에서 규범처럼 작동되는 세상을 보아왔다.
강한 나라로 인식된 미국과 일본에겐 굴종의 실천을, 무지렁이 같은 국민에겐 얕잡아보는 행태로 일관했다, 대일, 대미 굴욕외교는 국익 차원은 물론 민의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국민의 자존감에 상처를 내고 수치를 안겨 주었다. 대중, 대러 외교에서는 우리 경제 번영에 크게 이바지해 온 지난 30여 년의 우호관계를 일시에 파괴하고 있다.
대북관계에선 평화는커녕 민족 공멸을 불러올 핵 대결로 치닫지 못해 안달을 하고 있다. 대화와 토론과 공감이 없는 정치, 천심과 민심을 듣지 않는 권력의 횡포가 만연해 있다. 민주시민들이, 교수들이, 성직자들이 정권의 퇴진을 명하고 있는 이유다.
정권퇴진 요구는 주권자의 권리행사다
정권에 대한 퇴진 요구는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부합할 뿐 아니라, 사회 평화를 지켜온 종교 전통에서도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는 권력자가 폭군이 되어 국민의 안위와 평화를 해치는 경우, 저항권(抵抗權)을 행사하여 폭군을 내칠 것을 가르쳐 왔다. 유교에서는 하늘(天)은 자신을 대신하여 임금에게 세상을 다스리게 하지만, 임금이 하늘의 뜻을 저버리고 덕을 잃으면 하늘이 등을 돌린다 하였다. 권력자가 스스로 자신의 부덕을 깨닫고 퇴진하는 것을 선양(禅譲)이라 하고, 강제로 쫓겨나는 것을 방벌(放伐)이라 했다. 불교윤리의 중추를 이루는 인과응보와 자업공득(自業共得)사상은 공직자의 오만과 불선(不善)에 대한 관용을 일체 허락하지 않는다.
민주적 소양과 기본을 갖춘 통치자라면 국민이 맡겨준 권력을 행사할 때 하늘과 국민의 뜻을 두려워하며 받드는 의식을 가져야 마땅한 일이다. 하물며 왕조시대도 아닌 민주사회에서 천심과 민심을 저버린 권력에 대하여 국민이 지지를 거두고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주권자의 권리행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종교는 종교와 정치의 분리라는 미명 뒤에 숨어 못 본 척할 것이 아니라, 폭정의 제거를 통해 세상의 평화와 안녕을 되찾아야 하는 당위를 좇아야 한다. 순자는 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엎을 수도 있는 것처럼 국민은 권력자를 택하기도 하지만 버릴 수도 있다 하였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 가치가 없는 법이다.
[2023/ 5/ 9 박충구의 민들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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