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아무것도 아닌 나

ree610 2022. 10. 25. 06:47

 

아무것도 아닌 나

ㅡ 조항록

받기로 한 돈이 입급되지 않은 날
짧은 전화 한 통으로 약속이 깨진 날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인연이 다한 날

밤새 핀 줄도 몰랐던 꽃들이 죄 져버렸고
끓어 넘칠 듯한 신열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고
나는 문득
어떤 굴욕에도 반응할 것 같지 않은
물기 없는 고목들의 한숨을 상상했고

그저 따신 밥 먹고 제 영혼을 이불 속에 가두어
아직 철없는 아이들을 향해 끝내 유치한 뉴스를 향해
입바른 소리나 해대는 소심한 가장의 잔소리
나는 후회보다 끈질긴 습관이 싫은데

오늘 하루 양심 없이 하늘만 청명했고
나는 아무것도 아닌 나였고

* 오목 ㅡ
누군가로부터 아무것 아닌 나가 되는 상황
내 탓보다는 그의 탓일 때가 많지만
그 일을 당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을 “그렇지!” 하고 지나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그도 없는 것으로 무시하고 싶지만
그래도 그에게 나도 나에게 그도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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