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폭설, 그 이튿날] -안도현- 눈이 와서, 대숲은 모처럼 누었다 대숲은 아주 천천히 눈이 깔라놓은 구들장 속으로 허리를 들이밀었을 것이다

ree610 2025. 2. 8. 09:19

[폭설, 그 이튿날]

-안도현-

눈이 와서,
대숲은 모처럼 누었다

대숲은 아주 천천히
눈이 깔라놓은 구들장 속으로 허리를 들이밀었을 것이다

아침해가 떠올라도 자는 척,
게으런 척,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은

밤새 발이 곱은 참새들
발가락에 얼음이 다 풀리지 않았기 때문

참새들이 재재거리며 대숲을 빠져나간 뒤에
대숲은 눈을 툭툭 털고
일순간, 벌떡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