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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장석남-
밤사이 폭설이 내려서 소나무 가지가 찢어지는 소리
폭설이 끊임없이 아무 소리 없이 피가 새듯 내려서 오래 묵은 소나무 가지가 찢어져 꺽이는 소리, 비명을 치며
꺽이는 소리, 한도 없이 부드러웁게 어둠 한 켠을 갉으며
눈은 내려서 시내도 집도 인정도 가리지 않고
비닐 하우스도 꽃집도 바다도 길도 가리지 않고 아주 조그만 눈송이들이 내려서 소나무 가지에도 앉아
부드러움이 저렇게 무겁게 쌓여서
부드러움이 저렇게 천근만근이 되어
소나무 가지를 으깨듯 찢는 소리를
무엇이든 한번쯤 견디어 본 사람이라면 미간에 골이 질
창자를 휘돌아치는
저 소리를
내 생애의 골짜기마다에는 두여야겠다
사랑이 저렇듯 깊어서, 깊고 깊어서
우리를 찢어놓는 것을
부드럽고 아름다운 사랑이 소리도 없이 깊어서
나와 이웃과 나라가 모두 인류가
사랑 아래 덮인다
하나씩 하나씩
한 켜씩 한 켜씩 한 켜씩
한 자루 두 자씩 쌓여서
더 이상 휠 수 없고 더 이상 내려 놓을 수 없고 버틸 수 없어서 꺽어질 때
찢어질 때 부러지고 으깨어질 때
그 비명을 우리는 사랑의 속삭임이라고 부르자
사랑에 찢기기 전에 꿈꾸고
사람에 찢기기 전에 꿈으로 달려가고
찢기기 전에 숨는 굴뚝새가 되어서
속삭임들을 듣는다
이 사랑의 방법을 나는 이제야 눈치채고
이제야 혼자 웃는다
눈은 무릎을 허리를 차오르고 있다
눈은 가슴께에 차오른다
한없이 눈은 소리도 없이 눈은
겨울보다도 더 만이 내려 쌓인다
오, 사랑이란
저러한 대적의 이력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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