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얼

허리둘레 - 신달자 - 저릿하게 가슴이 부풀어오르고 이상은 하늘까지 나르던 시절 내 허리 둘레는 23 사나운 사내의 왼손 하나로도 꺾일 듯한

ree610 2024. 9. 13. 07:47

허리둘레

신달자

저릿하게 가슴이 부풀어오르고
이상은 하늘까지 나르던 시절
내 허리 둘레는
23
사나운 사내의 왼손 하나로도
꺾일 듯한 그 한줌 허리는
놀라워라
이상은 낮아지고 젖가슴 풀어지는
때를 맞춰
내 허리 30을 꽉 채웠다
모서리 끝까지 말아 들이는
이 시대의 과식이 불러들린 습성
으깨지고 무너지면서 뭉친 살덩이
여자의 살이여 어디서 왔는가
불 속에도 뛰어들고 강물 속에도
뛰어든 생의 거친 운동에도
살은 뼈를 누르며 두꺼워져 갔다
눈물도 오기도
살 외에는 될 것이 없었는가
허리둘레가 굵어지면서
흐릿하고 탁해진 내 피여
들어내지 못하는
몸 속에 떠 있는 지방질의 섬이여
울어라 울어라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