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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 그늘에 앉아-보라색의 심리 - 박종국 - 깊은 슬픔에 잠겨 있는 그녀 핸드백과 머플러까지 보라색 일색으로 치장하고 있습니다

ree610 2024. 9. 5. 08:29

등나무 그늘에 앉아-보라색의 심리

박종국

깊은 슬픔에 잠겨 있는 그녀
핸드백과 머플러까지
보라색 일색으로 치장하고 있습니다
마치, 보라색 귀신이 씌운 듯 합니다
완전무장한 성악가가 첫 무대에 올라
두 손 모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경을 넘어 서려는 균형감각이
위기를 넘기고 있는 것 같아 안심되는
그녀, 늘 등나무 아래서 약속합니다
얽히고 설켰던 이야기 끄집어냅니다
수없이 움켜쥐었다 놓았다 하는 손가락 끝에서
손톱은 불그락 푸르락 합니다
빨강과 파랑 사이를 오가며 피우고 싶은 꽃빛
등나무 그늘에 앉아
눈이 부시도록 펼쳐 보입니다

얼마나 더 헤어져야
고귀한 꽃 피울 수 있는지 막막한 기대는
다시 걸어야 할 마음 쓰다듬느라
부끄러운 줄 모르고
보랏빛 낭창한 허리 낚아챕니다
보라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꽃
내 뼈마디를 관통하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