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얼

못 - 이민하 종일 철편으로 물고기 그림을 그리는 모래 언덕이 있다는 사막을 찾아간다 등에 진 블록한 배낭에서 못들이 튀어나온다

ree610 2024. 10. 8. 09:00



- 이민하

종일 철편으로 물고기 그림을 그리는
모래 언덕이 있다는 사막을 찾아간다
등에 진 블록한 배낭에서 못들이 튀어나온다
삐죽빼죽 등을 타고 무거운 뿔이 돋는다
                *
배운 솜씨로 멋지게 그린 물고기들
벽에 걸고 싶어
바람의 적당한 면을 고른다 쾅 쾅
바람의 적당한 틈을 고른다 쾅 쾅
못 박는다 쾅 쾅
휘두르는 망치 손잡이에, 매달려
안간힘을 쓴다 쾅쾅
바람이 가볍게 밀어낸다
비뚤어진 못이 자꾸 튕겨져 나와 못 박는다
바람이 짓무르도록 못 박는다, 못 박는다
                *
기다란 플랫폼으로 누군가 먼 곳에서
열차를 힘껏 박아 넣는다 육질의 홈,
부서져내리는 살점 가루들이 흩어져 거리를 떠돈다
배낭을 멘 등에서 녹슨 뼈들이 튀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