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능소화 - 이원규 -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ree610 2024. 6. 18. 08:50

[능소화]

-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손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