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랑에게]
-김종원-
나는 너를 생각할 때마다
생각이 날 때마다
주름진 술잔을 들고 있을 것이다
훅 불면 사라질 만치 늙어
삶이 가벼워진 어느 날
비닐 막 같은 살갗을 매만지며
나는 왜 너를 간직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을까를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 사랑이라는 것은
더 이상 사랑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
그리하여 너는 나에게 끔찍한 존재다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 할 기회가 없었음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흔적도 없이 지나가는 내 삶에
사선으로 한 줄 경쾌하게 그어준 너를
항상 웃으며 바라보았으리라
내 마음으로 들어오는 문이 없다며
항상 불평하던 너를 위해
나에게 통하는 모든 문을 열어두었으리라
누군가 나를 막아선다 하여도
죽어서도, 나는 살아있었으리라
너를 놓히지 않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