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 빨래같이
ㅡ 최서림
이 세상 오고 가는 모든 사람의 것이면서
아무도 움켜잡을 수 없는 저 하늘
너무 깊이 파고들지 말라고
땅은 단단하게 만들어졌고
위로 위로 올라가기 쉽도록
하늘은 텅 비어 있다
아래로 파고들기 좋아하는 자들은
땅을 닮아 딱딱한 것을 좇아가고
위로 올라가길 기꺼워하는 자는
하늘을 닮아 투명하고
끝이 잡히지 않는 것을 찾아 떠돈다
이 세상에 흘러와
남쪽으로 난 창 하나만 끼고 사는 사람들
하늘이 유일한 부동산인 사람들
가을 하늘에 힌 빨래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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