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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영웅 흉상, 철거하는가?

ree610 2023. 8. 26. 18:31

   ‘독립영웅’ 흉상 철거하려는 육사,
그 자리에 백선엽 동상을 검토한다니!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세워진 독립영웅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들의 흉상은 2018년 제99주년 3·1절을 맞아 우리 군 장병들이 사용한 5만발 분량의 소총 탄피를 녹여 만든 것이다. 독립군과 광복군의 정신을 계승해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을 세우기 위해 생도들이 학습하는 건물 중앙 현관 앞에 설치했다. 그런데 불과 5년여 만에 이를 철거하겠다는 것이다.

  육사는 “흉상을 다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면서 “최적의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하니, ‘철거’가 목적인 셈이다.
육사 생도들이 독립영웅들의 애국심과 독립 투혼을 본받고 국가관과 역사관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교육 목적으로 장병들의 정성을 담아 만든 흉상이 아닌가.
이승만 정권 초기 권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일본군과 괴뢰 만주군 출신 장교들을 대거 기용한 탓에 우리 군이 독립군과 광복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가려진 건 아픈 역사로 남아 있다.
  이제라도 군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상징적 조처였는데, 왜 멀쩡히 교정에 서 있는 흉상을 들어내겠다는 건가. 육사 생도들이 보면 안 된다는 말인가.

더욱 기가 막히는 건 독립영웅들의 흉상을 철거한 자리에 친일 전력자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흉상을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백 대장은 1943~45년 항일 무장세력을 ‘토벌’하기 위해 설립된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다. 이에 근거해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판정했다.
가당치도 않다. 육사 쪽은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자유민주주의 수호 및 한-미 동맹의 가치와 의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새로운 흉상 대상을 검토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의가 수상할 따름이다.

윤석열 정부는 갈수록 극우 뉴라이트 관점에서 역사를 재단하는 행태를 강화하고 있다. 국가보훈부가 출범하자마자 곧바로 한 일이 지난달 백선엽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 적힌 ‘친일반민족행위자’ 표현 삭제였다. 이번 일 또한 그 일환이다. 그러나 독립 투쟁의 역사 자체를 지우려는 건 대한민국 정통성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임시정부 법통 계승을 명토 박은 헌법 정신에도 어긋난다. 군의 정통성마저 이념 갈등 소재로 끌어들이는 반헌법적 행태를 즉각 멈춰야 한다.

한겨레신문 0826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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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서 홍범도·김좌진 동상 철거, ‘독립영웅 역사’도 지우나

육군사관학교에 건립된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경향신문 자료사진(상단에)

육군사관학교가 25일 교내에 있는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을 철거·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18년 3월1일, 99주년 3·1절을 맞아 육사 내 충무관 중앙현관 앞에 세워진 홍범도· 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다.
  육사 측은 “독립군·광복군 영웅 흉상은 위치의 적절성, 국난극복 역사가 특정 시기에 국한되는 문제 등 논란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항일 무장 독립투쟁의 숭고한 역사를 지우고 국군의 뿌리와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반역사적’ 행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은 장병들이 사용한 실탄 5만발 분량의 탄피 300㎏을 녹여 제작됐다. 당시 육사 측은 실탄도 제대로 없이 봉오동·청산리 대첩 등에서 일본군을 대파한 선배 전우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린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다 불과 5년 만에 독립전쟁 역사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전 정부 지우기에 부화뇌동하는 것이 이번 결정의 근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육사는 학교 정체성과 설립 취지 구현을 위한 자체 기념물 재정비 사업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의 지시나 압력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육사의 흉상 철거 시도는 정부·여당의 ‘반공 이데올로기 역사 전쟁’의 일환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야당을 겨냥한 ‘반국가세력’ ‘국가정체성 부정 세력’ 발언 이후 당정은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 지우기,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지원 등을 밀어붙였다. 독립운동을 했어도 좌파 경력이 있으면 배제하고, 반공이면 친일이라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홍범도 장군을 겨냥해 “공산 세력과 싸울 간부를 양성하는 육사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편협한 이념잣대로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천박한 인식이 놀라울 뿐이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등 관련 단체들은 독립전쟁 역사를 뒤집는 반헌법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친일 군인 동상은 버젓이 세우고 독립영웅 흉상은 철거하는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 맞냐”고 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이날 “시대착오적 투쟁과 혁명, 사기적 이념에 굴복하거나 휩쓸리는 것은 진보가 아니며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며 이념 대립을 부추기는 발언을 보탰다. 여권의 반역사적인 인식에 추종하는 흉상 철거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

ㅡ 경향신문 0826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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