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연세 독수리, 이사야 40:31

ree610 2023. 3. 8. 17:31

오늘 연세대학교 개강채플의 강연 원고를 공유.

연세 독수리, 연세인 리더 (이사야서 40:31)

개강 채플에 참석한 연세 학우들을 환영하며 축복한다. 2023년 1학기가 여러분의 인생에 잊지 못할 학기, 여러분의 인생을 철저히 준비하는 학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독수리는 날카로운 눈과 억세고 예리한 발톱과 튼튼한 부리를 가졌기에 새들의 왕으로 지칭되며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독수리 문양을 사용하는 국가가 역사 속에 많이 있었고, 지금도 많이 있다. 로마제국, 신성로마제국, 제정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 미국, 리비아, 이라크, 이집트, 알바니아, 폴란드, 프랑스 등이 그러한 국가들이다. 독수리는 높은 창공을 가로지르는 강력한 힘을 지닌 새라서 늠름한 기상과 위엄, 열정을 우리에게 도전한다.

우리 연세대학교를 상징하는 동물은 독수리이다. 독수리를 상징으로 삼게 된 데는 그 이면에 역사가 있다. 1960년 가을 연고전을 준비하던 우리 대학교 학생들은 고려대학이 대형 호랑이 깃발을 만들어 애드벌룬을 띄울 준비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 우리 대학도 상징 동물을 내세우기로 했는데, 당시 연세 춘추사 편집국장이 독수리를 제안한 것이 채택되었다. 그러나 어느 동문이 ‘고려대는 벌거벗은 야산이므로 호랑이가 나오지만, 우리 대학교는 울창한 산림이므로 사자가 어울린다’고 주장해서, 일시적인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연고전이 임박했기에 그해는 독수리 깃발을 그대로 사용하고, 다음 해에 다시 의논하기로 했다. 그런데 연고전 당일, 사회 언론들이 독수리와 호랑이의 대결을 흥미롭게 다루며 수많은 화제를 만들었기에 ‘사자’ 논쟁은 당장에 무색해졌다. 얼마 후 백낙준 총장께서 ‘연세는 독수리의 산실’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독수리는 명실상부한 우리 대학교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우리 연세대학교에서 최초의 독수리상은 학생들 스스로 700여만 원의 기금을 모아 건립했던 것이다. 1970년 5월 9일 연세 창립 85주년 개교기념일에 독수리상의 첫 번째 제막식이 있었다. 높이 8.5m의 사각탑 위에 청동으로 만든 2.5톤의 독수리가 그것이었다. 독수리 자체의 높이는 2.6m 폭은 5.2m였고, 사각탑 후면에는 총학생회의 건립취지문이 새겨졌다. 그리고 네 귀퉁이에는 연세의 역사 속에 연연히 이어왔으며, 미래 한국의 지성으로서 진리와 자유 수호에 이바지할 연세인 상(像) 지덕체인(智德體仁)을 의미하는 네 개의 석상이 배치되었다. 2007년, 독수리상을 건립한 지 37년이 지난 시점에 독수리상의 노후로 인해서 보수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무엇보다 시멘트로 제작한 탑이 상당히 부식되었고, 독수리의 색깔도 흐려져 다시 칠해야 할 형편이었다. 게다가 독수리상의 크기가 우리 대학의 위상에 비해서 작다는 의견까지 대두되었다.

결국 2011년 12월 22일에 독수리상의 보수공사를 시작했고,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와 함께 2015년 10월 7일 최종 봉헌하기에 이르렀다. 이전의 독수리상 탑신과 비교했을 때 8.5m에서 10m로 높아졌고, 네 귀퉁이의 장식으로 있던 지덕체인(智德體仁)의 석상은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상징하는 석상으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원래 있던 지덕체인의 네 석상은 국제캠퍼스, 미래캠퍼스, 연세의료원, 원주연세의료원으로 각각 보내져 이전의 위용을 계속 발휘하게 했다. 독수리상이 있던 광장도 원래 15m에 불과했던 것이 35m의 넓은 광장으로 탈바꿈했다. 현재는 경관조명까지 더해져서 아름다운 독수리상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또한 연세인이든 외부 방문객이든 사진을 찍기 위해서 즐겨 찾는 명소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의 기독교 명문사학인 연세대학교가 독수리를 상징으로 삼게 된 것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고 여겨진다.

첫째는 독수리를 언급하고 있는 (오늘 읽은) 구약성경 이사야서 40장 31절 말씀은 읽는 사람 누구에게나 큰 힘을 주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오직 주님을 소망으로 삼는 사람은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를 치며 솟아오르듯 올라갈 것이요, 뛰어도 지치지 않으며, 걸어도 피곤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씀은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역사를 주관하시며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야웨 하나님을 자신의 주님으로 고백하는 사람,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는 그분을 믿는 사람, 그분만을 자신의 희망으로 삼는 사람은 세상에서 두려울 것이 없고, 독수리처럼 창공을 높이 솟아오르며 힘차게 살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벅차게 만들어 준다.

둘째는 한국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 즐겨 부르는 찬송가 354장에 등장하는 독수리는 우리에게 큰 비전과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주를 앙모하는 자 올라가 올라가 독수리같이, 모든 싸움 이기고 근심 걱정 벗은 후 올라가 올라가 독수리같이, 주 앙모하는 자 주 앙모하는 자, 주 앙모하는 자 늘 강건하리라.” 이사야서 40장 31절을 근거로 작성된 이 가사는 야웨 하나님을 희망으로 삼는 사람은 독수리같이 모든 싸움에서 이기고 모든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면류관을 얻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도 지치지 않고, 길을 잃은 양떼를 두루 찾아다니는 모든 수고를 다해도 피곤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어이 영광에 이른다는 이 찬송은 우리를 격려하고 도전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셋째는 독수리가 학생들의 덕목을 교육하는데 중요한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징이란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 또는 의미를 연상하게 하는 교육적 효과를 지니고 있다. 포항공대를 가면, 캠퍼스의 중심부에 유명한 과학자들 네 명의 좌상이 배치되어 있다. 뉴턴, 맥스웰, 아인슈타인, 에디슨이 그들이다.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과학자들이고 우리 현대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다. 그러나 나는 네 명의 좌상보다 하나의 빈 좌대가 포항공대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빈 좌대에는 ‘미래의 한국과학자(?)’라고 쓰여 있다. 빈 좌대는 포항공대 학생들 가운데서 언젠가 뉴턴, 맥스웰, 아인슈타인, 에디슨 못지않은 과학자가 배출될 것인데, 빈 좌대를 바라보고 노력하는 학생 중 누구라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도전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연세대학은 독수리의 상징을 통해서 우리 학생들을 교육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나는 우리 연세대학의 상징인 독수리의 특성을 살펴보면서, 우리 연세인이 어떤 정신을 체득한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로, 독수리는 먹이를 발견하면 번개같이 내려와 끈덕지게 추격해서 결국 자신의 먹이로 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독수리는 시속 190km 이상의 속력으로 날 수 있다고 하니 지상에서 잡히지 않을 먹이가 어디 있겠는가? 이는 독수리가 잡아먹어야 산다는 목적과 잡으려는 먹이에 대한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에게 삶의 목적과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표류하기 쉽다. 망망대해에서 항구라는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배는 결국 표류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질문해야 하고, 그러한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하는지 철저히 고민해야 한다.

이제 우리 연세의 학우들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과 삶의 중간 목표를 향해서 독수리처럼 강한 집념과 열정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독수리는 사람이나 다른 동물의 접근이 어려운 높은 곳이나 절벽에 둥지를 짓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독수리는 자신의 안전한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어려운 과정을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쉬운 일, 일상적인 일에 대해서는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습관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서는 적극적인 변화나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다. 예수께서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고, 좁은 길을 걸어가라고 말씀하신다. 보통의 사람들은 넓은 길, 넓은 문을 선호한다.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이 드는 좁은 길을 걸어가고, 힘이 드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고자 할 때, 사람은 자기 삶의 생명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게 된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일을 용감하게 시도하는 사람, 남이 하지 않는 일을 창의적으로 실행하는 사람만이 역사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가 있다.

이제 우리 연세의 학우들은 쉬운 일이나 일상성에 안주하지 말고 독수리처럼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모험정신과 개척 정신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독수리는 눈이 밝아서 멀리 보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독수리는 30m 상공에서 작은 씨앗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좋다고 한다.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 조나단]에 등장하는 주인공 ‘갈매기 조나단’은 멀리 보기 위해서 높이 나는 연습을 끊임없이 수행한 갈매기였다. 동료 갈매기들은 눈앞에 보이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갈매기 조나단은 그럴 수 없었다.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우리가 바로 앞만 바라보고 사느냐, 멀리까지도 바라보고 사느냐, 눈앞에 보이는 나무만 보느냐, 나무들 전체의 숲까지도 보느냐, 지금 당장 직면한 현재에 대해서만 대처하느냐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까지도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삶의 방식과 인생 전체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연세의 학우들은 우리가 사는 시대와 세상을 독수리처럼 날카롭게 직시하되, 미래에 이루어질 새 하늘과 새 땅을 미리 소망하며 그것을 지금 여기에서 현재화하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넷째로, 독수리는 새끼를 철저히 훈련시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새끼 독수리는 어미가 잡아다 주는 먹이를 둥지에서 즐기지만, 어느 정도 자라게 되면 둥지를 떠나서 스스로 먹이를 잡아야 한다. 이때 어미 독수리는 둥지를 떠나지 않으려는 새끼를 입으로 물고 높은 공중으로 올라가서 떨어뜨리며 새끼가 스스로 날 수 있도록 훈련한다고 한다.

훈련하지 않고서 좋은 군대가 있을 수 없고, 훈련하지 않고서 좋은 선수가 있을 수 없다. 손흥민 선수를 보라. 그가 어려서부터 상상할 수 없는 인고의 훈련을 지속적으로 거쳤기에 지금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서게 된 것이 아닌가. 세상에서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훈련해야 한다. 훈련하지 않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가치 있는 것이 될 수도 없고, 자랑스러운 것이 될 수도 없다.

이제 우리 연세의 학우들은 성숙한 자신이 되기 위해서 독수리처럼 자기를 철저히 훈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다섯째로, 독수리는 생명의 극심한 고통을 거치며 자신의 체질을 바꾸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독수리의 수명은 70년 정도라고 하는데, 40년 정도를 살면 부리나 발톱, 또는 날개가 본래의 역할을 잘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때 독수리는 약 150일 동안 자기 부리와 발톱을 스스로 쪼면서 새로운 부리와 새로운 발톱이 나오게 하고, 날개도 새롭게 털갈이해서 후반부의 생명을 힘차게 이어간다고 한다.

서양 속담에 ‘노 크로스 노 크라운’이란 말이 있다. 십자가의 고난 없이는 부활의 영광이 없다는 말이다. 구약성경 시편 126장 5절, 6절에도 “울며 씨를 뿌리는 자만이 기쁨의 단을 거둘 수 있다.”는 말씀이 있다. 농부가 봄에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여름에 잡초를 제거하는 당연한 수고를 거쳤을 때만이, 가을 수확기에 견실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이는 자연의 법칙이자 인생의 순리이다.

이제 우리 연세의 학우들은 과거의 삶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삶의 도약을 위해서 독수리처럼 자신의 체질을 바꾸는 노력을 기꺼이 감수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독수리는 강한 기류에도 불구하고, 아니 강한 기류 때문에 유유자적하게 자유롭게 비행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강한 바람이 부는 것은 독수리가 비행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라, 힘들이지 않고 오히려 더 높이 비행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삶의 고난과 위기 앞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온실의 화초처럼 최적의 조건 가운데서만 살 수가 없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고난과 위기는 당장에는 위험스럽게 보인다. 우리를 실망하게 만들고 심지어 절망에 빠뜨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우리가 고난과 위기를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인생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고난과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당황하기보다는 오히려 환영하며 기회로 만드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 연세의 학우들은 인생의 고난과 위기 앞에 직면할지라도 당황하거나 초조해하기보다는 독수리처럼 여유를 갖고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랑하는 연세 학우 여러분, 독수리는 새끼라도 독수리이다. 지금 당장은 창공을 높이 자유롭게 웅비하지 못할지라도, 오래지 않아 성장한 독수리가 되어 창공을 높이 자유롭게 웅비할 것이다. 우리 연세의 학우들은 새들의 왕 독수리이지 참새가 아니다. 참새는 자기 하나만 책임지면 되지만, 독수리는 모든 새를 다스리는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부족한 것이 많고, 연약한 것이 많고, 모난 것이 많다. 아직 새끼 독수리의 위치라서 때로는 참새가 아닌지 스스로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새끼 독수리로서 대학 생활을 잘 거치고 나면, 드디어 성장한 독수리로서 위용을 떨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세상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 지금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대학 생활을 최선을 다해 잘 꾸려서 부족한 것을 넉넉히 채우고, 연약한 것을 강하게 단련하고, 모난 것을 부드럽게 다듬는 기간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채플강의를 마치며 나는 우리 연세 학우들에게 “You raise me up.” (유 레이즈 미 업) 노래를 나누고 싶다. “When I am down and all my soul so weary 내 영혼이 힘들고 지칠 때 When troubles come and my heart burdened be 괴로움이 밀려와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할 때 Then I am still and wait here in the silence Until you come and sit a while with me 당신이 내 옆에 와 앉으실 때까지 나는 여기에서 고요히 당신을 기다립니다.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산에 우뚝 서 있을 수 있고 You raise me up to walk on stormy seas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기에 나는 폭풍의 바다도 건널 수 있습니다. I am strong when I am on your shoulders 당신이 나를 떠받쳐줄 때 나는 강인해집니다.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당신은 나를 일으켜 나보다 더 큰 내가 되게 합니다.”

우리 연세의 독수리들이 야웨 하나님을 소망하며 그분의 도움을 받아 더 큰 내가 되어서 세상을 건강하고 희망차게 이끄는 날이 속히 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ㅡ 정종훈 목사 (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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