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이슬

ree610 2023. 2. 4. 15:00

 

이슬

ㅡ 이기철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았으므로
저 순결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무 것도 먹은 맘 없었으므로
저 순결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락이 어딘 줄 모르므로 공중에 매달릴 수 있었다
누굴 한 번 지독히 사랑한 적도 미워한 적도 없었으므로
저리도 투명한 몸일 수 있다
숨어서 지내는 일생이 전부인 물방울
피마저 하얘서 물방울인 이슬
가시에 찔리면 제 피를 어디에 잠궈 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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