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방 한 칸
ㅡ 배 재경
마침내 지상의 방 한칸을 마련한 사내가 있다
새소리, 바람 소리 들리는 지상에 방 한 칸을 마련하기까지
칠 십육 년 하고도 보름이 걸렸다
그 많은 세월들은 사내에게 혹독한 채찍을 가했다
잠시도 편안한 휴식과 배부른 빵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내의 일일뿐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세월들은 항변했다
사내가 태어나고 혼자 지상을 뒹굴며 커갈 때에도
세월은 머얼리서 쳐다만 보았을 뿐
사내가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고 아이들이 사내보다 먼저 떠나가도
세월은 편안한 방 한 칸 제공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내가 이제 방을 마련한 것이다
칠 십육 년 하고도 15일을 버티다 버티다
더 이상의 기다림에 지쳐 사내는 스스로 목을 꺾었다
그러자 방 한 칸이 생겨난 것이다
사내는 분명, 이렇게 쉽게 방 한 칸이 생길 것이었다면 좀 더 빨리....
하고 자책할 것이다
사내가 마련한 지상의 방 한 칸에 군불이 핀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가 따뜻하다
사내가 아마 난생처음으로 따뜻한 밥을 맛나게 먹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