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김 종제
배불러 낳지 않아도
씨 뿌려 얻지 아니하여도
한 집에 들어와 같이 살면
가족이라고 하셨지요
이웃집의 강아지 데리고 온 어머니는
마루에 밥그릇을 하나 더 놓았고요
읍내에서 장 선 어느 날
송아지 사가지고 오신 아버지로
가족이 갑자기 하나 또 늘었지요
뒷산 구렁이가 내려와
집안 어딘가에 또아리 틀던 날도
식구라고 내쫓지 않았어요
저절로 날아와 자라는 풀도
절대로 뽑지 않았고
마당 한켠에 예쁘게 핀 꽃이 시들어도
꺾지 않았던 건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
집안에 들어와서 살았기 때문 아닐까요
어르신 생일이라도 맞이할라치면
대문 활짝 열어젖히고
동네 사람들 다 불러 모아
잔치를 벌이시는 게
모두 가족이라고 생각해서겠지요
배고픈 사람이
제멋대로 문 열고 들어와도
한 상 차려 준 것은
한 세상에 같이 나왔으니
목숨 나눌 가족이라 믿어서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