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오월의 시

ree610 2021. 5. 1. 15:59

오월의 시


ㅡ 이 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감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 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되게 하십시오

'모리아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  (0) 2021.05.04
등나무의 꿈  (0) 2021.05.03
이팜나무 아래서  (0) 2021.04.30
광명사  (0) 2021.04.29
모란이 피기까지는  (0) 202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