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광명사

ree610 2021. 4. 29. 06:48

광명사

ㅡ 김순선

여고 시절부터 골목길 환하게 비추던 집
초가지붕이 슬레이트로, 슬래브로 바뀌어가도
세탁소 간판 페인트 칠이 군데군데 벗겨져도
간판 이름은 그냥 그대로 광명사

키가 큰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집에서는 아무리 다림질하여도
펴지지 않는 주름
스팀으로 팍팍 펴주는 집

구겨지고 더러워진 양심도
땅이 꺼질 것 같은 걱정과 근심도
가출한 엄마보다 알코올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빠를 더 그리워하는
다정이의 얼룩지고 상처받은 마음도
스팀 한방으로 펼 수만 있다면

요즘은 골목길까지 다림질하여
아저씨의 머리카락처럼 염색한
아스팔트 골목길 들어서면

요술램프 같은 낡은 재봉틀로
조각만 마음을 꿰매고
구겨진 마음도 다려줄 것 같은

'모리아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의 시  (0) 2021.05.01
이팜나무 아래서  (0) 2021.04.30
모란이 피기까지는  (0) 2021.04.28
행복해진다는 것  (0) 2021.04.28
옛날의 정원  (0) 2021.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