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가 중한가? 내가 더 중한가?]
1. 나라가 중하냐, 내가 중하냐?
무슨 이런 질문이 다 있냐고 하겠죠.
애국애족을 위해 살신성인까지는 차마 못해도, 나라생존, 나라살림을 먼저 걱정하는게 높은 가치라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늘 그렇게 배워왔으니까요. 자기 사채도 많은데 국채부터 보상운동을 벌이고, IMF때 금모으기 하고 그랬잖아요.
2. 공직자는 더 그래야 되겠지요. 국민들이 나라 잘 지키고, 잘 운영라라는 소임을 부여하면서, 그들에게 지위.수입.명예까지 안겨주었으니까요. 공직자는 자신의 활동을 나라이익에 맞출 필요가 더하겠지요. 그런데 최상목의 경우, 원화가치 하락을 염려하여 미국채에 베팅하여 막대한 사익을 챙겼다네요. 한 나라의 경제의 수장이 말입니다. 나라이익과 개인사익이 충돌할 때, 고급정보 활용하여 개인사익부터 챙겨놓는, 참 계산빠른 자의 모습이 일부 드러난 게 아닌가요? 답해야 합니다.
3. 역사적인 예를 한번 들어볼께요.
8.15때 일본이 패망하고 총독부관리는 비통해하고, 우리 민족은 만세 부르기도 바쁠때, 그 떠나가는 일본 관료들에게, 조선변호사시험 합격증 주고 가라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변호사시험중 오전만 시험치고, 아직 시험도 못친 과목들이 많았는데도, 시험 다 쳤으면 합격가능성(실제론 10분의 1도 안됨)이 있으니, 일제의 고시합격증 내놓고 가라고 총독부관리에게 떼를 썼습니다. 총독부는 마지막 은혜를 후하게 베풀어 다 합격시켜주고 떠났지요. 고시합격증의 이익과 권세는, 잠깐의 체면이나 나라체면보다 더 영속적 이익이 됨을 그들은 잘 깨닫고 있었던 것입니다.
4. 12.3 계엄은 현 대통령이 민주국가의 틀을 깨고, 민정에서 군정으로 가고, 국민이 선출한 반대자들을 수거대상으로 하고, 대통령과 동격의 헌법기관(국회, 선관위)을 무력침탈한 내란범죄입니다. 이게 탄핵사유, 그것도 신속한 탄핵사유임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누가 부인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탄핵사유가 안된다면, 앞으로 대통령에게 내란면허증을 주는 것이 되는 데도요?
5. 그런데 지금 헌재 8인중 완강하게 버티는 자의 내심에는 무엇이 자리잡고 있을까요 ?
(1) 나를 신임하여 헌재 재판관으로 뽑아준 이에 대한 충성? 동조? 연민?
(2) 탄핵후, 정치흐름이 일변하면 변할 세상에 대한 반대? 혐오? 싫다?
(3)수십년간 이어온 자기패거리, 특권패거리의 관계 유지에서 오는 이익? 적어도 그 관계를 배신하진 말아야겠다는?
(4)지금은 내가 터미네이터다. 내가 손가락 쳐들면 살리고, 내리면 죽이고~~이라는 로마황제식의 권력놀음 즐기기?
6. 그(들)는 말할 지 모릅니다. 뭐 여러 이유 들이댈 수 있다. 더 신중하게 검토하자? 절차적 하자? 중대한 헌법위반이라고 할것까진 아니다?
그 모든 법적 주장은 다만 핑계!!!일 뿐. 그 내심에 있는 자기(집단)의 이익, 권력, 영향력의 확대를 도모하고, 어렵더라도 그 축소를 감내할 이유가 없다는 거겠죠.
자기비난을 슬쩍 비껴갈 다양한 법적 기교는 내 이미 익숙한 것이니, 까짓거 비난은 잠시, 이권은 오래~그런 것?
7. 평생에 익힌 그런 속셈 계산법에 익숙하여, 그 계산법을 고수하기로 하는 자에 대해서는?
그 계산법이 틀린 것이고, 이제껏 자신이 출세길로 이끌어준 그 계산대로 하려 한다면,
당신이 오히려 폭망할 것이고, 마이너스결산을 초래할 것이라고.
준엄하게, 똑똑히 일러줄 방법을 찾아 압박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8. 정치-행정-법률권의 저들도 헌법, 법률 기타 규범, 기왕의 관례엔 따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접어야 합니다. 명백히 위헌이라 선언되었는데도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 의무도 마구 미루면서, 거부권은 매일같이 휘두르고 있잖아요. 그러면서도 헌재 결정에 승복약속하라고 내로남불합니다. 무죄판결에 대해서 대법원의 파기자판이 가능하다는 궤변을 단번에 창출하잖아요.
그러니 그들은 철저히 계산해서, 유리하면 법도 잘 따르고, 불리하면 법이고 뭐고 무시하고 미루고 합니다. 그런 냉엄한 현실 앞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최선의 지혜를 짜내야 할 시점입니다.
9. 누구의 힘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힘으로!
** 김수영의 시 하나를 인용해 옵니다.
쓴 날짜가 1960. 4. 3. 일자이니, 4.19 전야에 쓴 시.
"...우리들의 싸움은 쉬지 않는다
우리들의 싸움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 있다
민주주의의 싸움이니까 싸우는 방법도 민주주의식으로 싸워야 한다
하늘에 그림자가 없듯이 민주주의의 싸움에도 그림자가 없다
하…… 그림자가 없다
하…… 그렇다……
하…… 그렇지……
아암 그렇구 말구…… 그렇지 그래……
응응…… 응…… 뭐?
아 그래…… 그래 그래.
(1960년 4월 3일, 시 <하…… 그림자가 없다>
- 한인섭 교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