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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으로 말하고 "미몽"이라 독해하다] 계엄령을 계몽령이라 해서 한갓 농담인줄 알았더니, "나는 계몽되었다"다고 자수하는 변호사도

ree610 2025. 2. 27. 21:42

["계몽"으로 말하고 "미몽"이라 독해하다]

계엄령을 계몽령이라 해서 한갓 농담인줄 알았더니,
"나는 계몽되었다"다고 자수하는 변호사까지 생겨나네요.
이쯤에서, 계몽이란 무엇일까? 질문으로 갑니다.

1. 계몽은 어둠으로부터 빛을 발한다는 것입니다. 한자로 열 계(啓), 어두울 몽(蒙)이니, 어둠을 밝힌다는 것입니다. 계몽은 enlightenment의 번역어입니다.

2. 계몽주의(the age of enlightenment)의 반대말은 암흑시대입니다. 계몽주의자들이 본, 서양의 중세는 암흑기이고, 계몽이란 말을 쓸 때는 그러한 어두움(암흑)으로부터 벗어나자는 강렬한 지향을 보여줍니다.

3. 무엇이 암흑일까? 중세의 어둠, 종교적 압제, 국왕의 전제(앙시앙 레짐)이 암흑입니다. 종교적 광기, 주술적 세계관, 왕권신수설 등이 그 전제-압제의 영속화를 뒷받침합니다.

4. 특히 주술과 미혹의 정체를 폭로하자는 의미에서 탈주술화(disenchantment) 혹은 탈신화화(demythification)를 강조합니다. 주술과 신화의 허위를 벗겨내고, 이성의 빛, 진리의 빛으로, 주술/광기/편견/억압을 깨트리자는 것이지요.

5. 이번 윤석열-김건희 정권은 각종 주술에 사로잡혀 정치활동을 해 왔습니다. 용산 이전 등 각종 불가해한 행태는 주술을 대입하면 바로 납득됩니다. 간첩, 중국, 선관위 등 집착은 사태를 이성적으로 보기를 거부하고, 망집과 편견의 사슬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습니다. 거기다 계엄을 통치행위니 하며 왕권신수설로 회귀하듯 합니다. 정상적 민주-법치국가의 정상적 정치인의 행태와는 한참 거리가 먼데, 그게 다 왕권=주술체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6. 그러한 윤=김의 주술체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탈주술화이고, 계몽입니다. 계몽은 이성과 지식으로 인도되는 삶입니다. 김모 변호사의 "나는 계몽되었다"는 변설을 정확히 하자면, "나는 윤=김의 주술체제에 흑화되었다, 미몽과 주술로 사로잡혔다"는 자기고백으로 보는게 맞을 겁니다.

7. 21세기 개명천지에 무슨 주술이고 미몽이냐 하지만, 오히려 그런 주술.미몽이 유튜브의 폐쇄회로 속에서 날개돛친듯합니다. 종교적 외골수와 광기도 한몫하고요. 하지만, 이제껏 축적된, 이성과 지식과 진리의 깨우침은, 그런 주술.광기.미몽의 사조들을 한쪽 구석으로 밀어낼 것입니다. 인간의 불완전성 때문에 완전 퇴치는 못하더라도, 그것들이 공공영역의 판단 기초로서 준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노력은 늘 필요한 법이지요.

- 한인섭 교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