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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정신으로 민주주의와 헌법, 국민의 뜻을 받드는 길을 걸어나가겠다.. 고맙습니다. 김근태 상을 만들 때부터 관여했고, 제가 시상자로

ree610 2025. 2. 14. 17:26

<김근태 정신으로 민주주의와 헌법, 국민의 뜻을 받드는 길을 걸어나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근태 상을 만들 때부터 관여했고, 제가 시상자로 서기도 했는데, 오늘은 수상자로 상을 받으니 여러 생각이 교차합니다. 김근태 상은 그 자체가 아주 영광스러운 상입니다. 그래서 기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김근태의 이름으로 상을 받기에는 남은 과제가 너무 많아서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격려의 의미로 받겠습니다.

지난 연말 13주기 행사 때, 마석에 가지 못해서 정말 아쉬웠습니다. 다 준비를 하고 있다가 여객기 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국회로 가느라 참석을 포기했는데, 오늘 이렇게 김근태와 함께했던 동지들, 또 오늘의 현실에서 김근태 정신을 실현해보자는 분들과 한자리에서 뵙게 되어, 그날 마석에서 함께 못한 아쉬움이 조금 달래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날 12월 3일 밤은 정말 아찔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김근태 형님 꼭 도와주세요!’ 마음으로 외쳤는데, 정말 김근태 형님이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155분 만에 계엄을 해제시켰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해외에서도 그 신속함에 놀라고 감탄했다고 합니다.

계엄을 막은 수훈갑은 역시 바로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입니다. 정말 놀라운 장면이었습니다. 국회 보좌진과 사무처 직원들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신속하게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온 국회의원들, 세 번째는 아주 소극적으로 상황에 임한 젊은 군인들, 이 모두가 계엄을 막은 주역입니다.

저는 이 사실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민주주의에 대해 겉으로 이야기하든 안 하든, 인식하든 안 하든, 사실은 우리 사회 안에 민주주의가 그만큼 중요하고 절대적인 가치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봐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니까 그토록 간절하게, 또 용감하게 시민들이 나섰던 것이지요.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난제를 해결하고, 미래도 개척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통령 탄핵소추를 의결하고 제가 본회의장에서 그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역시 희망은 국민 속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희망은 힘이 세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삶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잘 아시는 것처럼, ‘희망은 힘이 세다’는 김근태 형님의 말씀이고, 민주주의는 누가 수권하느냐로 입증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으로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은 김근태 형님의 ‘제민지산’과 같은 뜻이기도 합니다.

앞서 제가 남은 과제가 너무 많아 마음이 무겁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핵심적으로는 두 가지 같습니다. 하나는 민생, 누적되고 구조화된 불평등과 양극화에 더해 대외환경의 변화까지 겹치면서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극단적 갈등과 대립이 진영화되고 만연하는 속에서, 이를 발판삼아 아주 위험천만한 주장들, 흐름이 공공연하게 등장하고 있는 현상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하겠는데, 특히 이 문제는 헌정질서를 회복해가는 지금의 과정을 왜곡하는 시도와 맞물려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정치갈등이나 견해의 충돌이 아니라 헌법과 반헌법,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 역사의 퇴행과 진전입니다.

두 가지 과제 모두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또 저에게는 무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근태 정신입니다. 제민지산을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공부하고 토론하던 김근태 형님의 모습, 타인과 이견에 대한 존중, 경청으로 민주주의를 실천하던 김근태 형님의 모습, 이건 제 표현으로 하면 ‘태도가 리더십’인데요. 이런 것이 우리의 무기가 되어야 하고, 스스로를 성찰하고 새롭게 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를, 민주주의자 김근태 상 수상을 그것을 다짐하고 약속하는 의미로 여기겠습니다. 우리는 과거나 현재와 싸우기보다, 미래와 싸워나가야 한다고 한 김근태 형님의 말씀처럼,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책임감, 또 역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국회의장의 일을 해나가겠습니다.

국회 상황이 여러모로 어렵습니다만, 계엄에 맞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한 대한민국 국회의 의장이 상을 받을 만큼, 걸맞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각오도 다집니다. 국회가 민주주의와 헌법, 국민의 뜻을 더 전면적으로 받들어나가는 길에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십시오.

- 국회의장 우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