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관여산 조봉래 - 고은 늘 우는 소리 웃방 흙바닥 나락 여덟 가마나 쟁여두고 아이고 뭘 먹고 살 것인가 하고 우는 소리 누가 인기척 내며

ree610 2025. 1. 25. 09:05

관여산 조봉래

- 고은


늘 우는 소리
웃방 흙바닥 나락 여덟 가마나 쟁여두고
아이고 뭘 먹고 살 것인가 하고
우는 소리
누가 인기척 내며 마당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이고 목구멍에 거미줄 칠 날이
내일 모레여 하고
누가 양식 꾸러 온 것도 아닌데
지레짐작으로
두 끼 굶었다고
물만 먹고 앉았다고
남우세 모르고
우는 소리
임오년 계미년 모진 시절이건만
관여산 위아래 마을 어느 집도
그런 봉래네 집으로
양식 꾸러 가지 않았다
양식은커녕 삽 한 자루 빌러 가지 않았다
온 동네 짬짜미로
조봉래 따로 돌려놓아 버리고
어디 보자
봉래 너 아쉬운 때 있으리라
부엌 아궁이 재 가득해도
당그래 하나 못 빌고 울 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