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소묘 3
—- 유리창
한강
유리창,
얼음의 종이를 통과해
조용한 저녁이 흘러든다
붉은 것이 없이 저무는 저녁
앞집 마당
나목에 매놓은 빨랫줄에서
감색 학생코트가 이따금 펄럭인다
(이런 저녁
내 심장은 서랍 속에 있고)
유리창,
침묵하는 얼음의 백지
입술을 열었다가 나는
단단한 밀봉을
배운다
*한강은 그의 시집의 제목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라고.
그의 시의 제목이 그러하듯
저녁을 그림으로 그려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저녁에
그의 심장은 서랍속에 넣어 두었다고 한다.
심장없이 저녁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