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성명서 >
“한국교회를 빙자한 차별과 혐오, 왜곡된 시국관에 오염된 정치집회를 취소하라.”
한국교회 6개 대형교단이 10월 27일 주일, 광화문과 인터넷에 200만 명이 모여 연합 예배와 기도회를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 행사의 참여를 독려하며, 사회에 200억 기부와 헌혈 캠페인을 병행하겠다고도 한다. 몇몇 대형교회 목사들(공동대표: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사랑의교회 오정현, 수영로교회 이규현, 크로스로드선교회 정성진, 영락교회 김운성, 실행위원장: 세계로교회 손현보)이 앞장서서 이 대형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예수를 구주와 주로 믿는 사람들 가운데 마음을 모아 예배하고 기도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으며, 거액을 모아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는데 갸륵한 뜻을 막을 신앙인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과 달리 이 대형집회의 참된 목적은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반대하는 데 있음은 이를 홍보하는 주요 목회자들 스스로가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것을 ‘구국의 심정’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했다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구국의 심정으로 대회를 준비한다는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집권 초부터 지금껏 20%를 거의 넘지 못할 만큼 국민의 신뢰를 잃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위기다.
우선, 절실한 한반도 평화보다 북한 붕괴와 흡수 통일의 망상으로만 가득한 적대적 대북 정책이다. 이로 인해 경기 북부 접경지역은 물론 한반도 전체가 제2의 한국전쟁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또한,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일제 강점을 미화함으로 역사와 현실을 왜곡하는 뉴라이트 국정운영이다. 그리고 엄연한 성차별의 구조적 실상을 부정하고 걸핏하면 여성부를 없애겠다며 여성의 삶의 의지를 꺾는 감수성 없음이며, 젊은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주거와 교육 문제 해결에 역행함으로써 소망의 의욕을 꺾어버린 일이다.
그러나 이들은 민망하게도 파탄난 정부의 국정 기조를 그대로 복사한 듯한 내용을 버젓이 100가지 기도 제목으로 내세우고 있다. “82. ~대한민국 정부의 DMZ 지역 북한군 대상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통일의 날이 앞당겨지게 하옵소서. … 86. ~북한인권법의 이행을 위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2기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위원 추천을 완료하게 하소서. … 90. 지난 8월 15일, ~확실한 자유민주적 통일의 방향성을 설정한 8.15 통일 독트린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대내외적 환경을 조성하시고~.”
또한, 그가 동성애를 반대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만으로 반인권인 태도와 뉴라이트 신봉자라는 사실이 확인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을 위해서도 기도하자고 한다. “27.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임명됨으로써 국가인권위원회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 저질렀던 모든 악행을 하나하나 되돌리게 하시고,”
게다가 한국 사회와 가정이 위기에 빠진 것은 “41. 페미니즘이라는 악한 사상” 때문이며, “42. 청년들이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결혼” 탓이라고 한다.
나아가 마치 윤석열 대통령의 성차별에 대한 이해를 그대로 베낀 듯이 “31. 남성과 여성 사이의 젠더갈등의 원인은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자기 중심성이라는 죄 때문임을 고백하고,” 기도하자고 권한다.
이러한 기막힌 우연은 지난 대선에서 무당과 신천지 관련성이 끊임없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위반을 무릅쓰면서까지 윤석열 후보를 축복해 준 주역들이 바로 이번 기도회의 주역들이기도 하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이들은 여성과 젊은이들에게 함부로 훈계하기 전에 현 정권의 실정과 악정을 두둔했던 죄부터 먼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회개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부분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화해를 설교하면서도 자신들과 입장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철저히 배제, 차별하고, 끝내 없애겠다는 사랑 없음과 복음을 한낱 이성애 신앙 정도로 만들어버리는 율법주의다.
이번 행사를 제안하며 이들은 사회적 약자를 돌보며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를 돌보겠다는 이들이 그동안 보여온 행태는 사회 소수자들에 대해서만은 집요한 차별과 혐오와 배제를 일삼아 왔다.
동성애와 관련된 다양한 문맥을 고려해도 그것이 신앙과 무관한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신앙 양심에 따라 동성애를 죄라 말하고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성경의 기록이나 현실 가운데서도 동성애는 기독교인이 싸워야 할 가장 큰 죄도 아니다.
교회 안에서만 보더라도 막강한 돈의 힘을 과시하며 돈의 힘으로 대형집회를 기획하고 성사시키려는 태도, 오직 거액의 돈으로 봉사하겠다는 자세, 권력과 자리를 탐하고 사회적 기득권을 누리려 했던 것들이 더 심각하게 복음에 반(反)하는 것이고 더 심각한 세속화 아닌가. 여전한 교회 내 여성 차별, 교회 내 남성 목사들의 성범죄, 그것을 감쪽같이 덮으려는 악행 때문에 교회가 무너지고 세상에 조롱과 멸시를 받는 것은 아닌가.
더구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그 어디에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과 배제가 있는가. 술 담배만 하지 않는다고 좋은 신앙이 되는 것이 아니듯이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을 무작정 반대한다고 해서 믿음 좋은 것이 아닌데도 한국 교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단순한 찬반은 곧 구원과 기독교인의 판별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들이 우려하듯이 차별금지법안에 종교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있다면 먼저 찬반을 넘는 폭넓은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고, 유능한 기독 법조인의 지혜를 모아 건전한 대안을 제시하고 합의된 법안이 통과되도록 힘쓰면 될 것이다.
아무런 공론과 절차 없이 몇몇 사람과 단체가 멋대로 만든 주장을 가지고 한국교회가 총궐기하여 차별 금지법을 싸잡아 반대함으로써 왜 교회 스스로 시대 착오적인 고립의 길을 자초하는가.
그러므로 이웃 봉사, 구국 일념을 앞장세워 시대착오적인 시국관을 전파하고, 기성세대와 지도자들이 통감해야 할 죄악을 젊은이들에게 전가하고, 가뜩이나 오랜 가부장제로 고통받아 온 여성들을 한꺼번에 악한 사상에 물든 자로 매도하는 극우적 정치집회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종교개혁주일 취지에 맞는 진정한 참회와 자숙을 갖도록 호소하는 바이다.
** 우리의 요구 **
1. 시대착오적인 시국관에 물들어
부패 무능한 정권에 동조한 행위를 먼저 회개하라.
1. 하나님보다 돈과 권력(힘)을 더 섬긴
한국교회의 죄를 회개하라.
1. 동성애가 죄라도 합리적 근거를 갖고 설득하되,
배제, 혐오, 차별을 앞세워 공격하지 말라.
1. 차별금지법이 우려된다면 이제라도 이와 관련된 공정하고, 개방된 여론을 수렴하고, 능력 있고 진실한 기독 법률가를 세워 좋은 차별금지법안을 제안하라.
1. 교회와 사회를 크게 분열시키고 한국교회의 명예를 실추시킬 10.27 행사를 즉각 취소하라.
1. 사회적 약자를 돕고 세상을 섬기려면 보여주기로 하지 말고,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있는 곳곳에서 그 선한 일을 계속하라.
2024년 10월 14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공동대표: 강호숙, 구교형, 김승무, 이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