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미켈란젤로, 노아의 방주

ree610 2023. 7. 21. 09:45

미켈란젤로, 노아의 방주(천지창조 중), 1512년, 바티칸

폭우의 파괴력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사건이 노아의 방주다. 미켈란젤로는 노아의 방주보다도 심판을 당한 사람들의 눈물과 절망의 표정에 더 초점을 모았다.
사람들의 온몸에 노도처럼 엄습해 오는 죽음과 두려움을 프레스코로 담았다.

맨 오른쪽 아래 사람은 물속에서 간신히 나무 뿌리를 잡고 버티고 있다. 물살에 힘은 점점 빠져가고 그는 살아서 구원에 이를 수 있을까?
  위에 두 사람은 떠내려가는 가족이나 친지를 애타게 부르지만 어째 가망이 없어 보인다. 간신히 목숨을 건져 올라온 남자는 기진맥진 몸을 가누지 못해 고개를 숙인채 옆에 있는 여성에게 의지해 겨우 앉아 있을 정도다.
홀로 간신히 살아남아 천막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지옥을 살고 있다. 나오느니 눈물이고 한숨이고 탄식이다. 심판은 이렇게나 무섭다.

화면 왼쪽은 더욱 가슴 아프다. 늙은 아버지가 젊은 아들을 간신히 끌어올렸건만 아들의 몸은 이미 축 늘어졌다. 아버지는 고통으로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눈을 감아버리고….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은 이름을 부르며 양팔을 내밀지만 더는 안아볼 수도 없다.

눈길은 자연스럽게 가운데 여성에게로 닿는다.
아비규환의 처참한 현실을 불러온 인간의 죄는 무엇인지,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우리를 구원할 도움은 어디서 오는 건지…,
5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깊은 표정으로 묻고 있다.

ㅡ 이훈삼 (주민교회 담임목사)

* 이사야 32:1~2

1 장차 한 왕이 나와서 공의로 통치하고, 통치자들이 공평으로 다스릴 것이다.
2 통치자들마다 광풍을 피하는 곳과 같고, 폭우를 막는 곳과 같게 될 것입니다. 메마른 땅에서 흐르는 냇물과 같을 것이며, 사막에 있는 큰 바위 그늘과 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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