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0년 넘게 목회를 해왔는데 본의 아니게 분립개척의 전문가라는 딱지를 달고 산다. 짧지 않은 세월 목회를 하면서 교회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한 것뿐인데 교회의 분립과 개척에 수차례 참여를 하게 되었다. 제일 먼저는 높은뜻숭의교회가 2009년도에 네 교회로 분립을 할 때 그 중 한 교회인 높은뜻정의교회를 맡았었고, 높은뜻정의교회가 양적으로 성장하여 당시 빌려 쓰고 있었던 정의여고 강당과 학교시설이 비좁게 되었을 때, 교회는 다른 예배장소를 찾지 않고 두 교회로 분립을 결정해 2018년에 필자가 높은뜻덕소교회를 맡아 분립해 나갔었다. 높은뜻덕소교회는 다시 2019년에 높은뜻파주교회를 분립개척 시켰고, 2021년에는 높은뜻세움교회를 분립개척 시켰다. 그러니 필자는 목회를 하면서 분립개척만 네 번 경험한 셈이다. 두 번은 필자가 분립해 나갔고, 두 번은 다른 교역자들을 분립해 내보냈다.
교회의 분립개척에는 두 가지의 형태가 있다. 하나는 높은뜻숭의교회가 네 교회로 분립한 것이나 높은뜻정의교회가 두 교회로 분립한 것 같이 모교회가 각각 무개중심이 비슷한 두 개나 혹은 여러 개의 교회로 나뉘는 형태이다. 이런 형태는 각각의 교회가 서로 동등한 형제교회가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교인과 교역자, 재산 등이 고르게 나뉘어져야 하고 각각의 교회에 담임목사를 세우는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한다.(이 글에서는 이런 형태의 분립을 다루지는 않겠다)
또 하나의 형태는 높은뜻덕소교회가 높은뜻파주교회와 높은뜻세움교회를 분립개척 시킨 형태로, 모교회가 일부분을 떼어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는 것인데, 50~100명의 교인과 두 세 명의 교역자 팀을 함께 보내 교회를 시작하도록 하는 유형이다. 한 교회가 성장을 하여 분립을 생각한다면 필자는 두 번째의 형태를 권해주고 싶다. 그 이유는 보내는 교회나 분립해 나가는 교회나 비교적 부작용이 없이 성공적으로 목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뜻덕소교회가 두 교회를 분립개척 시킬 때 사용했던 방법은 먼저 예배당의 마련이다. 높은뜻파주교회는 장로님 한 분이 본인의 공장을 내어주셔서 어렵지 않게 예배당을 마련할 수 있었고, 높은뜻세움교회는 모교회가 상가를 임대계약 해주었다. 그리고 두 교회 모두 예배당으로 개조하는 인테리어 비용 등 초기비용을 모교회가 부담해주었고, 목회자를 2~3명 파송하고 목회자의 사례를 일정기간 지원해 주었다. 그리고 교인은 어느 정도 함께 갈 수 있도록 했는데 모두 본인의 선택에 맡겼다. 또한 '나설인'이라 하여 일정 기간 동안 분립개척한 교회에 가서 교인 역할을 하며 교회가 안정될 때까지 봉사해주는 교인들을 모집하여 파송하였다. 그 기간은 3개월, 6개월, 1년으로 구분했고 본인의 형편에 맡게 선택하도록 하였다.
시대가 많이 변해 목회자 한 개인이 교회를 개척하여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느 지역이나 교인들의 교회에 대한 기본적인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예배뿐 아니라 찬양에 대한 요구라든지, 자녀들을 위한 교회학교에 대한 요구들이 그 예다. 그런 요구들을 목회자 한 사람이 모두 다 감당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교회가 시작하여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회학교를 도울 수 있는 교역자와 봉사자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교역자들의 사례는 일정기간 모교회가 감당해 주면 재정적인 걱정없이 교회가 정착하게 되고 자립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게 된다. 교역자의 사례를 지원해 주는 기간은 경험상 2년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함께 가는 교인은 50명 정도, 봉사자도 50명 정도면 가장 좋은 것 같다.
높은뜻파주교회와 높은뜻세움교회는 각각 3년째에 자립을 했다. 두 교회 모두 매 주일 150명 내외의 교인들이 출석하여 기쁘게 예배하고 있다. 교회 분립을 계획하고 자립을 하기까지 한 교회에 들어간 예산은 대체로 6억 원 내외다. 적은 예산은 아니지만 초기 비용과 2년간 교역자 지원을 생각하면 3년간 매 해 2억 원씩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어느 정도 중형교회 이상이라면 그리 힘든 지출은 아닌 것 같다.
분립개척의 유익은 교회 재정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점이다. 교회가 양적으로 성장할 때 성장에 따른 비용부담은 너무나 커진다. 좁은 예배당을 확장하는 일, 교회학교 각 부서의 공간을 마련하는 일, 주차시설을 확보하는 일 등이 엄청난 비용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큰 비용 들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데 그것이 분립개척이다. 모교회의 더 커지려는 욕심만 내려놓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또 하나의 유익은 모든 교인이 선교적 삶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분립개척을 계획할 때부터 분립을 진행할 때에 교인들은 함께 기도하고 실제로 하나의 교회를 세우는 일에 참여하게 된다. 재정적 참여를 하든, 기도의 참여를 하든, 실제로 분립해 나가든, 봉사자로 일정기간을 봉사하든, 전 교인이 모두 새 교회를 세우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한 교회를 분립개척하여 세워나갈 때마다 모든 교인의 신앙이 그만큼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이보다 더 좋은 전교인 신앙성장 프로그램이 어디 있을까 싶다. 그 외의 유익들을 다 나열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랄 정도이다.
교회는 커지는 것만이 성장이 아니다. 교회성장에 대한 생각만 바꾸어도 교회는 더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오대식 목사 / 높은뜻덕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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