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언어는 마법의 힘이 있다

ree610 2023. 2. 18. 14:27

언어는 상품의 가치를 바꿀 수 있고, 사람들이 특정 부분에 초점을 맞추게 할 수 있다. 우리를 설득할 수도 있다. 언어는 마법같은 힘이 있다.

딘 애리얼리의 『부의 감각』을 읽으며,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마법 같은 힘을 생각하여 본다. 언어는 상품 가치의 수준을 바꾸는 마술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언어는 경험을 어떤 틀로 묶을지 결정할 수 있다. 언어는 사람에게 자신의 소비에 추가로 관심이 더 가도록 만들 수 있으며, 그 경험 중에서도 특정 부분에 초점을 맞추게 할 수도 있다.

언어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보다 중요하게 인식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의사결정을 주제로 연구조사가 시작된 초기부터 이미 분명하게 확인된 사실이 있다. 사람들은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들을 묘사한 것 중에서 선택한다. 바로 이 시점에 가치의 수준을 바꿔놓는 언어의 마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성경은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우리 지체 중에서 온몸을 더럽히고 생의 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는 것이 지옥 불에서 나느니라”(야 3:6),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야 3:8)라고 말씀한다.

혀를 놀리는 것은 스위치를 켜거나 끄는 것과 같아서 새로운 관점과 내용을 제시한다. 언어의 표현을 탁월하게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언어의 마술사라고 한다. 많은 분야에 있겠지만, 딘 애리얼리는 와인 제조업자들이 언어의 마술사라고 한다. 이들은 와인의 맛을 묘사하기 위해서 ‘타닌(Tannin)’, ‘복잡성’(와인 용어로 향, 맛 등 여러 요소가 완벽하게 잘 조화를 이루는 아주 좋은 와인의 속성), ‘산도’(산성의 세기를 나타내는 정도)등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자기들만의 언어를 계속 창조해 왔다고 한다.

나는 와인을 마셔본 적이 없지만, 와인 제조공장에 간 적은 있다. 그곳에서 소믈리에(Sommelier)의 설명을 들으며, 와인 제조 공정 및 와인 수송 방법을 묘사하는 특이한 단어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예컨대 와인 잔을 흔들 때 잔 벽면에 형성되는 얇은 막인 ‘렉(leg)’이 많을수록 좋은 와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설명을 듣는 사람들이 각각의 용어가 뜻하는 내용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는지, 혹은 그것이 정말 그렇게 중요함을 잘 알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마치 그런 것처럼 행동하는 것 같다.

소믈리에의 설명을 들은 후 사람들은 와인을 조심히 잔에 따르고, 잔을 빙빙 돌리고, 밝은 빛에 비춰보고 또 조금만 입에 머금고 맛을 음미한다. 그리고 우아하고 멋진 설명이 붙은 와인에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한다. 고급 와인 한 병에 지출하는 비용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로마네콩티’는 국제 와인 시장에서 750ml 한 병당 약 3,600만 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값의 주류에 붙는 세금과 운송비, 오른 환율까지 감안하면 보통 병당 7,000만 원대에 팔린다고 한다(2022. 10. 4.).

누가 와인의 가격을 정하는 것일까? 와인 및 와인 제조 공정을 묘사한 말 때문에 많은 돈을 지출한다면, 그 행위는 합리적이지 않다. 그 말 자체가 와인을 바꾸어 놓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는 와인병에 든 액체의 물리적인 특성을 전혀 바꾸지 않고서도 사람들이 와인을 경험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바꿔놓으며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준다. 언어가 만드는 마법이다.

언어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준다. 와인 애호가들은 병마개를 따면서부터 와인을 잔에 부을 때까지, 기울인 잔에서부터 향기를 맡는 코까지, 와인을 삼키는 것에서부터 뒷맛까지의 과정에 대한 묘사를 들으며 와인 이야기에 젖어든다. 이러한 묘사가 와인의 가치와 와인을 마시는 경험의 가치를 한껏 높은 수준으로 올려 준다고 생각하며 비용을 지출한다. 실상은 아니면서 우아하고, 고상하고, 고급스럽고, 품격 있는 사람인 것처럼….

이렇게 언어는 비록 와인 자체를 바꾸지는 않지만, 사람이 와인과 상호 작용하면서 그것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꿔놓는다. 언어는 또한 우리를 설득할 수도 있다. 언어는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모든 종류의 경험이 지닌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을 바꿔놓는다. 우리는 언어를 평상시에 어떻게 사용하며, 복음을 어떻게 표현하며 전하는가를 한번 생각해 본다. 복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하는가 성찰해 보기를 바란다.

정양모는 『예수의 말』이라는 책에서 “예수께서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직설적으로 언급하지 않으시고 비유로 말씀하신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청중의 이해를 도우려는 뜻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초월적인 하나님에 대해서 비유로 말씀하시는데 가장 바람직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허상봉 목사 (동대전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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