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길

이 겨울의 맹세

ree610 2021. 12. 16. 07:03

이 겨울의 맹세

ㅡ 박 노해

흐리고 바람 찬 거리에서
언 지하도 모퉁이에서
찬 바닥에 박스 쪼가리 펴고
웅크린 몸 가만히 눈감으면
지금쯤 나 떠나온 공단 옆 동백나무에선
눈밭에 붉은 동백꽃송이 투욱 투욱
몸서리치며
절망처럼 스미는 냉기에 몸서리치며
그래도 나는
죽지 않는다 붉은 목숨 나는
여기 떨어져 죽지 않는다
나는 일어설 것이다
나는 봄이면 일어설 것이다
오늘 밤이 마지막인 듯 웅크려 잠든
서로 밉고 서로 짠한 벗들이여
부디 이 겨울 얼어죽지 말자
우리 이 겨울 얼어죽지 말자
이 겨울 제발 살아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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