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 띄우는 편지
남편의 실직에, 설상가상 아이가 생겨, 배는 만삭으로 불러왔지만 당장 저녁 끼니가 없고 새벽 인력 시장에 나가는 남편에게, 차려줄 아침거리조차 없는게 서러운 아내는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아내가 우는 이유를, 모를리 없는 남편은,
아내의 그 서러운 어깨를 감싸주며 말했습니다.
"당신 갈비 먹고 싶다고했지? 우리 외식하러 갈까?
사실 외식할 돈이 있을리 없지만, 오랜만에 들어보는 남편의 맑은 목소리가 좋아서 그냥 피식 웃고 따라 나섰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데려간 곳은 백화점 식품매장 이었습니다.
식품매장 시식코너에서,
인심 후하게 생긴 아주머니가 부부를 불렀습니다.
아주머니는 "새댁 이리 와서 이것 좀 먹어봐요. 임신하면 입맛이 까다로워진다니까." 하고 권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시식코너에서도 임신한 아내의 입맛을 돋워줄 뭔가를 찾으러 나온 부부로 알았던지 자꾸만 맛볼 것을 권했습니다.
부부는 이렇게 넓은 매장을 돌며
이것저것 시식용 음식들을 맛봤습니다.
"오늘 외식 어땠어? 좋았어?" 그리고 돌아가는, 이들 부부의 장 바구니엔, 달랑 다섯개들이 라면 묶음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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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은 없어도, 이처럼 나누며 사랑이 넘치는 공간이 있는가 하면, 가졌어도 엇갈리는 엇박자들도 있습니다.
대개 50대가 되면 부부는 따로국밥이 되기 십상입니다.
여자들은 가정을 벗어나 더 늙기 전에 세상구경을 하고 싶고,
남자들은 직장을 벗어나 가정을 챙기려고 합니다.
여태 돈 버는 기계 노릇에 충실해 왔습니다.
남자들은 그저 기계처럼, 하루하루를
숨 가쁘게 살아 오다 보니 여전히 자기가 좋아 하는게 뭔지조차 모릅니다.
이제와서 눈 떠보니, 자식들은 다 빠져나가고 '아내' 뿐임을 발견 합니다. 그러나 아내는 밖으로 나가고, 남편은 집으로 들어오는 엇박자입니다.
누구의 잘못이랄 수도 없는 딱한 엇갈림 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사적인 일보다 공적인 일에 더 헌신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웁니다. 마치 자신만이 회사를 구하고, 나라를 구한다는 듯합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가정은 가정이 행복해야 각 개인이 행복하고 직장이, 나라가 행복할 수 있는 것, 가정을 희생하면서 해야 할 위대한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백화점 시식코너에서도 사랑이 가능하며,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따로 국밥일 수 있습니다.
가족 간의 사랑은 특히, 부부관계는 나중에 돈과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늘 돈타령, 시간 타령이지만 결코 미뤄서는 안 될 일이 가족 사랑입니다.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9.11 사건의 피해자들이 마지막 순간에 남긴 메시지는 사업이나 회사의 프로젝트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말은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그들이 남긴 메시지는,
하나같이 가족에게 남긴 사랑의 고백이었습니다.
"여보!. 난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을 다시 봤으면 좋겠어. 부디 애들하고 행복하게 살아" 였습니다.
소설가 신달자 씨가 라디오 대담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9년간의 시부모 병수발과, 24년 남편 병수발을 했고,
끝내 남편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일생 도움이 되지 않는 남편인 줄로만 알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창밖에 비가와서
"어머, 비가 오네요" 하고 뒤돌아보니 그 일상적인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더라는 것입니다.
그제야, 남편의 존재가 자기에게 무엇을 해 주어서가 아니라, 그냥 존재함으로,
고마운 대상이란 것 그때 알았습니다.
오늘, 5월 21일은 둘(2)이 하나 (1) 된다는 의미를 담은
부부의 날 (법정 기념일) 입니다.
가족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부부의날 기념 /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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